사진은 대상을 순간에 그대로 담아내지만 작가와 가공 기술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낳는다. 인물 사진은 더더욱 그렇다. 한국인들에게 인물 사진은 '증명 사진'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지만 실상은 얼굴과 함께 피사체의 모든 것을 한 장에 담아내는 예술이다.

스튜디오 채리스의 인물 사진은 인화지가 아닌 캔버스에 형상을 옮겨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일지 모르지만 주류 사회에서 꼽히는 명품 사진관 스튜디오 채리스. 이제 채리스의 명성을 한인이 이어가게 됐다. 사진 작가 서성일 씨가 스튜디오 채리스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스튜디오 채리스는 지난 1950년 문을 열었다. 사진 작가 필립 채리스는 '초상화같은 인물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까?'를 고민했다. 그의 다양한 시도는 캔버스에 사진으로 찍은 형상을 짓이겨넣는 방법을 탄생시켰고 지금의 스튜디오 채리스를 낳았다. 필립 채리스의 열정과 작품 정신은 브뇌아, 그리고 한인 서성일에게 이어졌다.

스튜디오 채리스는 많은 인물 사진 작가들의 꿈이다. 서 작가에도 그랬다. 브룩스 사진학교를 다니던 시절 인턴으로 일하고자 원서도 넣어봤다. 하지만 단 한 명이 뽑히는 그자리를 동양인이 차지하기에는 벽이 높았다. 브룩스 사진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선교지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꿈은 남아있었지만 그야말로 '꿈'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거래처로부터 '스튜디오 채리스가 후계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지원자들을 다 받은 상태였지만 '막차라도 타보자'는 심정으로 지원서를 냈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두 가지 제목을 놓고 기도합니다. 제가 제시한 가격보다 1불이라도 더 요구한다면, 그리고 인수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수정하는 일이 생긴다면 하나님 뜻이 아님을 알고 내려놓겠습니다."

당시 인수자는 거의 확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가 시세보다 낮게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 채리스는 그의 손을 들어주었고, 인수 과정에서도 크레딧 등 관련 서류 역시 하나도 수정을 거치지 않고 제출했다. 그의 기도가 모두 이뤄진 것이다.

서 작가는 3주만에 생각지도 않았던 않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다가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지난 해 5월 1일 정식으로 스튜디오 열쇠를 받게됨과 동시에 훈련이 시작됐다. 필립 채리스와 2대 승계자 브뇌아를 통해 스튜디오 채리스만의 작품 색채와 경영을 익히는 동시에 만만치 않은 외국인 고객들을 대하면서 담대함을 길렀다.

"하나님께서 왜 막연한 꿈을 선물로 주셨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저와 스튜디오 채리스를 통해 또 다른 일을 일을 이루실 것인지, 아니면 은퇴 후 선교지에 나가 다큐먼트 사진을 찍고 싶은 소망을 이루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다 해봐라'하는 심정으로 주신 것인지. 하지만 그 뜻이 어떻든 스튜디오 채리스를 만나고 1년동안 얻은 것이 너무도 큽니다. 40여년간 다져온 노하우를 접하면서 '그동안 내가 우물안 개구리였구나'하는 걸 너무 절실히 깨달았어요."

사진은 인화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캔버스에 옮겨진다. 완성작을 만나기까지는 3주정도가 소요된다. 일반 사진보다는 완성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나만을 위한 초상화'와 같은 사진 작품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치고는 길지 않은 편이다. 자료는 필름 원본, 최종 이미지 등이 CD에 담겨 영구 보존된다. 사진이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요청할 수 있다.

또한 고객 예약부터 대금 완료, 은행, CPA까지 하나로 연결된 시스템은 과정 가운데 한치의 오차도 일어나지 않게 철저하다. 서 작가는 본국에도 스튜디오 채리스의 분점을 내는 것이 목표다. 축적된 노하우를 전하는 한편 본국 내 인물 사진의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인물 사진'하면 사진관 증명사진만 연상해요. 하지만 인물 사진도 '고풍스러운 초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기술과 시스템 모두를 전수할 수 있는 세미나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채리스는 패서디나 레이크 에브뉴와 콜로라도 에브뉴에 본점이, 패서디나 메이시 백화점 내에 분점이 있다.

문의: 626-796-0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