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중에 있는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북측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 신고와 이에 따른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 등 일련의 최근 상황들에 대해 “양국 관계에 봄이 왔다”고 말했다고 빌리그래함전도협회가 전했다.

그래함 목사는 북한에 도착한 7월 31일 저녁 환영 만찬에 참석한 중에 이같이 밝혔으며, 이날 만찬에는 강영섭 조그련 위원장, 리종로 국제부장, 6자회담 대표로 참여 중인 정태양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 등 북한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그래함 목사와 함께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함 목사는 아버지인 빌리 그래함 목사의 1992년 방북을 회상하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아버지 그래함 목사에게 “한반도의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려 한다”며 “미국과 북한 양국 간의 관계도 겨울의 추위를 걷어내고 봄을 맞이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그 때 이후로 몇 년간 미국민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일들로 우리는 진실로 미북관계에 새로운 봄이 도래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핵 신고,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 등의 현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래함 목사는 이어 “내 기도는 양국의 관계가 더 강화되는 것이고 이 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래함 목사는 만찬을 시작하며 이 자리에 “정치인이나 외교관으로서가 아니라 복음전도자, 왕 중의 왕의 사자로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러 왔다”고 강조했으며, “사람이 하나님과 자신, 그리고 타인과 평화 속에 살 수 있는 열쇠는 요한복음 3장 16절에 있다”고 북측 지도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래함 목사 부자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양가 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백악관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국정 전반에 조언을 제공하는 등 미국 정가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번 발언은 따라서 그래함 목사의 방북이 앞으로 미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나왔다.

한편 빌리 그래함 목사는 1992년 방북 당시에 미북 관계 정상화를 희망한다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김일성 주석에게 직접 전달한 바 있으며 김 주석은 그를 가리켜 “북한을 방문한 미국 사람들 가운데서 우리를 이해한 첫 사람”이라고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