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선교계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앞서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이후 제자들에게 주어진 대위임령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동일하게 던지는 강한 선교적 도전에 대한 공감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마태복음 28장에 나오는 바대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고 세례를 주는 행위를 선교이자 선교의 목표라고 할 때, 이 선교를 구체적으로 구현해 내기 위한 방법에 관해 지금까지 선교계는 2천여 년을 고민해 왔다.

전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살고 있으며 전세계 비복음화 지역 인구의 97%가 살고 있다는 소위 10/40창이 1990년대 루이스 부시(Luis Bush) 박사에 의해 주창돼 선교계를 주도해 왔다면 2000년대는 미전도 종족 개념과 내부자 운동, 상황화 선교, 토착화 문제까지 포괄하는 랄프 윈터(Ralph Winter) 박사의 전방개척선교가 화두 중의 화두다.

제13차 한인세계선교사대회 둘쨋날인 26일 시카고 휫튼대학에 모인 선교사들은 구스타프슨 김(네비게이토), 다니엘 백(시드선교회), 마크 할란(크리스타), 김요한(GMS) 선교사의 발제를 통해 아직 한인선교계에는 생소한 개념인 전방개척 선교에 대한 이해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다니엘 백 선교사는 “기독교 선교는 복음이 각 문명권에 부딪혀 가로막힐 때마다 그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하며 성장해 왔다”고 전제하며 “20세기의 새로운 선교는 미전도 종족을 선교의 대상으로 삼아 남겨진 선교의 과업을 효과적으로 감당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랄프 윈터 박사가 1974년 로잔대회에서 해안선교에서 내륙선교로 향하는 지리적 선교 개념을 탈피해 종족 중심의 선교전략을 주창한 사실을 인용하며 “미전도종족이라는 개념은 전방개척 선교의 당위성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백 선교사는 이 미전도종족 개념에서 전방개척 선교 개념에 이르기 위해 필연적으로 도입되는 상황화와 토착화 문제에 대한 당위성을 얻기 위해 세계 선교의 역사를 5가지 시대로 나누어 시대마다 복음과 현지 문화가 대화하는 예를 들었다.

사도 요한이 그리스도를 로고스로 표현한 것처럼 헬라시대에는 유대 기독교가 헬라 문화에 전파되기 위해 헬라적 세계관과 문화를 이용했다. 유럽선교 시대에는 현지의 사원과 축제 절기 등에서 애니미즘적 요소를 제거한 후 기독교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게르만족의 최고신인 Gott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차용한 것이나 이교도 축제를 기독교 문화로 수용한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식민시대엔 샤머니즘적 세계에 복음이 전파되며 사회적 다윈주의와 막스의 진화론에 의해 우월한 서구적 문화로 샤머니즘적 현지 문화를 개조해야 한다는 자문화중심적 선교가 도입됐다. 식민시대의 자문화중심적 선교방식에 연장선상에서 근대에 들어서면 기독교는 선교 현지의 종교가 아닌 외래종교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근대 이전에는 복음이 전해지는 곳에는 복음이 자생적으로 현지에 뿌리 내려 집단회심의 현상이 일어났지만 근대에 이르면 타종교와 타문화를 파괴하며 개인의 영혼 구원에만 집중하는 외래종교가 되어 버렸다는 백 선교사의 주장이다. 이제 “20세기를 사는 우리 기독교인들은 어떤 선교를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백 선교사는 미전도종족 개념에 전방개척 선교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전방개척선교는 그 말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미전도종족이 밖으로부터 들어온 복음에 반응하면서 교회 개척이 이뤄지고 그 개척 위에 현지인들이 현지의 문화와 복음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복음의 정수를 유지하는 전제 위해 현지 문화의 옷을 입은 현지인의 교회를 세우고 이 현지인의 교회가 또 다른 미전도종족, 즉 선교의 전방을 개척해 가는 형국을 띤다.

한때 선교계에서 심각한 논쟁을 야기하기도 한 내부자 운동이 여기에서 거론될 수 밖에 없다. 백 선교사에 따르면, 랄프 윈터 박사가 설립한 USCWM의 레베카 루이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과 성경의 권위 아래 살아가는 자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사회 종교적인 공동체의 내부자로 남아 기존의 공동체와 사회적 네트워크, 믿는 가정을 통해 복음이 흘러가도록 함으로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 인도하는 운동”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내부자 운동의 스펙트럼에서 본 무슬림 기독교인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면서 무슬림 사회와 사원의 틀 안에서 경배하고 신앙을 하는 자인 셈이다. 개종하고 회심했지만 자신이 속한 문화와 종교의 형식을 유지하는 이런 내부자들을 과연 기독교인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논쟁은 상황화 선교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 격론이 붙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백 선교사의 주장처럼 복음을 받아들인 내부자들의 존경스런 삶의 모습은 과거 유럽선교시대까지 이어진 민족적 집단 개종, 토착화된 기독교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만은 인정할만하다.

백 선교사는 선교사들에게 “십자가 위에 놓인 구원의 복음을 ‘배타적’으로 견지하면서도 타문화에 대해서는 내포주의적인 자세를 갖자. 영적 분별을 갖고 그들의 문화와 양식을 수용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은 선교사들이 가져야 할 복음주의적 태도”라며 발제를 마쳤다.

백 선교사의 발제 이후에 이어진 마크 할란 선교사 역시 무슬림 선교와 관련해 탈서구화, 상황화 신학에 대해 강조해 현장에서 현지 문화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때론 충돌하는 선교사들의 공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