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14년간 의료선교로 복음을 전해 온 양승봉 신경희 선교사 부부가 안식년을 맞이해 미국을 방문했다. 양 선교사는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으로 복무하다 네팔 선교에 비전을 받아 선교사의 길에 뛰어들었다. 그의 헌신적인 봉사와 선교는 이미 ‘KBS 한민족 리포트’, ‘EBS 히말라야에서 꽃 피운 한국의 슈바이쳐’ 등 한국의 지상파 방송을 통해 몇 차례 알려진 바 있다.

지난 15년의 선교를 ‘전반전’이라고 표현한 양 선교사는 후반전 15년에는 네팔에 의료보험을 도입시키는 선교를 하려 한다. 네팔의 불안한 정치 경제적 상황 가운데 정부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의료보험제도에 양 선교사 부부가 뛰어들려는 것이다. 한국의 복음병원 설립자인 장기려(1911∼95) 박사가 1960년대 조직했던 ‘청십자의료보험조합’처럼 네팔의 근본적인 의료시스템 개혁을 꿈꾸고 있는 두 선교사를 만나 봤다.

-네팔의 최근 사회, 경제적 상황이 궁금합니다.

현재 네팔의 사회 경제적 사정은 한국의 60년대 초와 비슷합니다. 1인당 국민 소득은 380달러로,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난한 이 나라에서 가족 중 한 사람이 중병에 걸리면, 치료를 위해 전 재산을 써야 합니다. 국교가 힌두교인 네팔은 지난해 240여년 간 지속되었던 왕정이 붕괴되고 공화정이 들어섰습니다. 현재 자체 선거를 치러 재헌 의회가 구성되었으며 공산당이 제 일당으로 집권하게 되었습니다.

-네팔도 기독교가 부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네팔의 국민들은 순박하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복음이 들어가기에 좋은 환경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아기를 업고 전도여행을 간다고 저에게 기도해 달라고 저에게 찾아온 일도 있었습니다. 또 우리 교회 장로가 복음을 들고 고향으로 내려가 지역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현재 네팔의 기독교는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생명력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가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네팔은 현재 70만명이 예수님을 믿고 있으며 10년 내에 2배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료 여건이 참 열악하다고 하던데요.

네팔 사람들은 위생 관념이 거의 없고, 영양 상태는 매우 불량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의료시설과 의료인력은 수도 카트만두에 편중되어 있고, 지방에 사는 환자는 양질의 치료를 받을만한 의료시설을 찾기 매우 어렵습니다. 가족 중 갑자기 병에 걸리면 논을 팔고 밭을 팔고 기르던 가축을 모두 팔아야 합니다.

돈이 없어서 손도 못 써보고 죽음을 맞거나 어마어마한 빚을 지게 됩니다. 회복되든 그렇지 않든, 병으로 인해 더 깊은 가난에 빠져들어 온 가족이 치명적인 가난 속에 살아가야 합니다. 질병 치료를 위해 전 재산을 탕진하지 않고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의료보험 제도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네팔에 의료보험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몇 년 전 악천후 가운데 왕진을 가다 빗길에 오토바이가 전복되어 어깨를 다치게 되었습니다. 저같은 외과 의사가 어깨를 다친 것이 큰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역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술 차 한국에 왔을 때 병상에서 장기려 박사(1911∼95)의 평전을 읽던 중 하나님께서 새로운 꿈을 주셨습니다. 그때 네팔에 의료보험사업을 추진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어깨는 70% 정도 완치되었습니다.

-의료보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요.

이제 네팔에서 외과 의사로 일하면서 동시에 의료보험사업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재정적인 필요는 물론 각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또 네팔에 의료보험 조합을 구성할 때 실제적으로 사무실을 책임질 수 있는 한국 사람이 필요합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네팔인들에게 의료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전환과 홍보라고 생각합니다.

-네팔 의료보험이 국민들에게 줄 기대가 아주 높아 보입니다.

우선 빈곤에 처한 국민들이 적은 돈으로 질병을 치료받게 되어 빈곤의 악순환이 단절되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질병에 대한 걱정없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되어 성공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으며 가사와 재정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입니다.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현재는 네팔 티미시와 KOICA, 한국의 의료 NGO 단체인 글로벌 케어(Global Care)가 협력해 저와 함께 네팔 의료보험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네팔의 중소도시인 티미시에 건립중인 티미병원을 중심으로 의료보험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현지 보건당국 및 지방 정부 관계자들과 논의 중입니다. 또 지정병원으로는 파탄시의 파탄 병원(Patan Hospital)과 티미시의 한-네 자매 병원(Korea-Nepal Friendship Hospital)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네팔에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는 일은 네팔의 의료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는 쉽지 않은 일로서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앞으로 10년 간 30억원 정도의 초기 지원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적극적인 후원이 앞으로 네팔에서 의료보험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양승봉, 신경희 선교사의 사역 활동은 웹사이트(www.goodnews.co.kr/yang)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의료보험을 위해 재정 후원 하실 분은 국민은행 848601-04-106961(예금주-글로벌케어)로 지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