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희 칼럼] 이민가정의 다문화

미국으로 이민 온 많은 부모들이 미국에 오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아이들의 교육을 우선으로 꼽는다. 이민 부모들은 자녀들이 보다 나은 교육적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희망에 미국 사회의 어떠한 부당한 제도와 차별에서 초래되는 고통도 견뎌낼 수 있는 인내를 갖는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들의 관계가 멀어져 가고 대화가 단절되며 갈등이 증폭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부모들로부터 듣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세대간에 차이에서 오는 것보다는 미국에서 사는 결과로 생긴 문화적인 갈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Korean-American 가족은 1세대 부모와 1.5 또는 2세대 자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문화적 가치관 및 관습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부모님들은 자신이 자라온 한국의 유교사상 바탕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자녀를 양육한다. 반면에 자녀들은 미국 학교에서 배운 서구 사상의 가치관으로 부모를 대하다 보니 서로 간의 문화적 가치 및 표현의 차이로 인해 만족스러운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유지하기 매우 어렵게 된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그리고 이러한 차이에 대한 인식 부족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더 나아가 Korean-Americans와 더 큰 미국사회 간에 꼭 필요한 상호 문화적 관계를 갖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많은 부모와 자녀들이 가정 안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에서도 고립되어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이민 가정들을 상담하는 가운데 이 같은 아픔을 경험하는 가정을 많이 본다. 이민 가정의 부모와 자녀가 감정적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에서 상호간에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해 왔다. 각 가정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다르고 그들의 ‘문제들’ 또한 다르다. 그러나, 한가지 유사한 것은 어느 가정이든 부모와 자녀 간의 멀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간절함과 그들의 고통을 볼 때마다 더욱 새롭게 부모-자녀 관계를 회복하는 일의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렇다면 어떻게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사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까? 이민가정의 부모-자녀 관계에서 상처와 아픔이 큰만큼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도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서로간에 문화적인 차이를 인식하고, 부모-자녀 관계 회복을 절실히 원하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많은 경우에는 회복이 가능하다. 현재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분들에게 인식과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관점에서 필자는 가족 관계에 대한 이론과 이민 가정 상담 경험과 실제 사례들을 토대로 계속 기고할 기사들을 써나갈 예정이다.

/박소희 박사(미국목회상담협회 산하 조지아가정상담소 한국어 상담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