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 속에 계시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역사”(history) 속에 임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산속에 계시는 하나님이 아니고, 수도원에 갇혀 계신 하나님이 아니십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실제로 나타나시고, 실제의 역사 가운데서 찾아오셔서 이집트에 재앙을 내리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역사의 하나님이시면서 우리의 신앙도 역사성(historicity)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에 들어와 살면서 그 빛나는 하나님의 기적과 능력을 잃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애굽 이후의 세대는 하나님의 일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였기에 점차 믿음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무엇보다도 후손들은 그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일을 가르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스라엘 민족에게 그처럼 많은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을 버리고 당시의 가나안의 신 바알을 섬기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이에 진노하셨습니다. 주위 백성들의 신들을 따라 우상에게 절하고 그들을 따르기 시작하자, 하나님은 이방 민족들을 쫓아내지 아니하셨습니다. 이 이방민족들을 통하여 오히려 이스라엘을 시험하시고 하나님의 말씀과 계명을 따라오는지 알고자 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팔고 우상을 취하자, 하나님도 이스라엘을 이방 민족에게 팔아넘기셨습니다.

하나님의 행하신 위대한 일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 지 모릅니다. 동족상쟁의 6.25를 제대로 기억하는 것, 그 잿더미에서 우리를 일으켜 주신 것, 그리고 지금 영육간의 복을 주심으로 무시할 수 없는 경제대국이 된 것, 최대의 선교대국의 하나가 된 것은 하나님이 이루신 잊을 수 없는 은혜입니다.

역사를 잃어버리면, 감사가 사라집니다. 역사를 잃어버리면, 고난을 이겨낸 조상의 얼을 잃어버립니다. 역사를 잃어버리면, 우리가 선 자리가 얼마나 축복된 자리인지를 망각합니다. 역사를 기억함은 믿음과 소망과 감사를 지속시키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