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타 한인회(회장 은종국)에서 주최한 ‘건강한 가정 만들기 세미나’가 10일 오후 4시에서 6시까지 한인회관에서 열렸다. 케어 카운셀링 센터(Care Counseling Center of Georgia)의 박소희 박사는 이날 ▲청소년 심리와 발달이해 ▲이중문화 속에 사는 청소년 ▲청소년 정체성과 자아상 세워주기 ▲21세기를 이끌어갈 리더로 키우기에 대해 강연했다.

박 박사는 “작년 4월 버지니아텍 사건 이후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야 사회가 건강하고 잘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서두를 뗐다.

▲청소년 심리와 발달이해
1. 신체적인 변화: 청소년기에는 신체적인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본인도 적응을 못할 정도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강해진 힘을 자제하지 못해 문을 세게 닫는다거나 물건을 떨어뜨리는 등의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이럴 때 ‘문 좀 살살 닫으라고 했잖니’, ‘너 그럴 줄 알았다’는 등의 핀잔을 주면 안된다. ‘신체가 커지고 발달하니 힘도 세지는 구나’라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 뇌세포 증가: 신체가 커지는 동시에 뇌세포가 급격히 증가해 생각이 깊어지고 질문이 많아지는 시기다. 청소년기에는 계속 사물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인격과 버릇이 달라질 수 있다. 부모가 본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3. 예민한 감성: 본인이 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고, 화가 났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또 충동의 자제가 어려워 마약과 술, 담배 등 중독에 빠지기 쉬운 시기다.

4. 문제해결 능력 부족: 부모가 보기에는 간단한 문제라도 청소년들은 문제를 차분히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특히 시간관리를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모는 인내를 갖고 함께 시간을 관리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개인적으로 신체와 정신 자체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데다, 주변의 친구들과 또래집단의 변화도 급격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혼돈의 시기다. 큰 혼란과 변화를 겪는 자녀들에게 필요한 부모의 역할은 ‘변함없이 돌봐주고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안정감을 주는 집안 환경, 즉 안전지대’가 되야 한다.

청소년들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위, 아래로 움직이는 감정의 변화를 겪는데 부모는 아래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며 자녀가 스스로 이 시기를 극복해 내길 기다려야 한다. 간혹, 부모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거나 자녀는 이미 내렸는데 아직도 타고 있는 부모도 있다. 같이 타지 말고 아이의 심리를 예민하게 파악해서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한다.

특히, 어머니들은 큰 아이에 대한 기대가 커서 자녀가 이해한다고 믿고 남편에 대한 불만이나 시댁, 친구의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으로 청소년들은 이런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어떻게 할 줄 모르게 된다. 최대한 좋은 이야기,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줌으로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줘라.

▲이중문화 속에 사는 청소년
미국에서 자라는 자녀와 부모의 가장 큰 차이는 부모는 한국에서 자랐고, 자녀는 미국이라는 환경 가운데 한국인 가정에서 자란다는 것이다. 이민 온 부모는 자녀가 공부 잘하고 영어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15-25세 젊은이들의 사망원인 가운데 3위가 자살이며, 그 가운데도 아시안의 비율이 가장 높다. 또 학교를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꼽는 인종의 1위가 한국인과 중국인이다.

아이들은 두 문화 가운데 산다고 생각하지만(in both) 실은 두 문화 사이에 껴있다(in between). 청소년들은 한국 문화를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한국을 잘 모른다고 오히려 혼내고, 부모님이 일하는데 바빠서 자녀들에게 사랑의 표현을 충분하게 하지 않으면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해 중독에 빠지고 탈선하는 경우가 많다.

또 부모가 성적으로 자신을 판단한다고 오해하며, 부모가 택해 준 것을 택하는 것에 길들여지면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성인으로 자라게 된다. 이는 대학에 가서도 그대로 이어져 자녀들은 중요한 결정을 두려워하고 회피한다.

한국과 미국, 이중문화 가운데 사는 청소년들은 양쪽에서 모두 인정받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어느 한 문화를 배척하는 것은 다문화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이중문화 가운데 갈등하는 청소년의 경우 우울증 증세가 많다. 공부를 최고의 가치로 알고 자라난 청소년들이 대학이나 사회에 나가 자신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감을 잃고 실패의식에 휩싸이게 된다.

▲청소년 정체성과 자아성 세워주기
정체성은 혼자서 생각하고 공부한다고 세워지는 게 아니다. 나와 관계맺는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된다. 상담을 받는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양쪽 문화에서 오는 반응이 서로 달라 혼란을 겪는 경우다. 상담을 통해 ‘나는 코리안 아메리칸이고 양쪽 문화 사이에 낀 것이 아니라 양쪽에 다 속한 것이다’라는 정체성을 세워주고 있다.

▲21세기를 이끌어갈 리더로 키우기
1.5세에게 중요한 사명이 있다. 오직 이중문화 속에서 사는 사람만이 양쪽문화를 다 이해할 수 있고 한국과 미국을 연결해줄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한다. 건강한 정체성과 자아상을 수립한 1.5세들은 다문화 사회를 이끄는 진정한 문화 연결자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소희 박사는 “부모님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자녀들의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질 때까지 쉬쉬하거나 방치하지 말라. 우울증은 감기와 같이 치료를 받으면 쉽게 낫는 병이지 불치병이 아니다. 증상이 심각해질 때 상담을 받으러 오면 치유되는데 시간이 더 오래걸리며 어렵고, 때로는 치료가 불가능할 때도 있다. 또한 자녀들이 학교나 교회에서 그룹으로 어울리며 부모 마음에 안드는 머리스타일을 하고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해도 하나하나 간섭하지 말고 기다려 주고 이해해 줘라. 그들 스스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이것 저것 해 보는 것이다. 잘못했더라도 용서해 주고 관심을 보여라. 사실 부모 말을 안 듣는 것 같지만 부모가 긍정적인 말을 해주고 받아주고 용납할 때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 조언했다.

강연 이후에는 간단한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으며, 데이빗 양 변호사(KAC 회장)가 나와 ‘Smile Program’에 대해 설명했다. ‘Smile Program’이란 1.5세, 2세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멘티 프로그램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착한 한인들이 청소년들의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한편, 건강한 가정 만들기 세미나는 17일(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한번 더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