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필리핀 남부의 한 기독교인 마을이 이슬람반군에 의해 점령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가장 세력이 큰 이슬람반군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무장대원 3백여 명이 민다나오섬 산가이 마을에 침입해 식량을 탈취한 뒤 주민들을 추방하고 마을을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다행히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1천2백여 명의 주민 전원이 마을에서 보트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칼라만시그시로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로날드 가르시아 칼라만시그 시장은 “평화군을 산가이로 보냈으나, 이미 주민들 모두가 마을을 떠난 뒤였기 때문에 유혈충돌을 피하고자 철수했다”고 밝혔다.

한편 MILF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지도부의 허락 없이 이뤄진 일로,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정부와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히고 있다.

MILF는 가톨릭이 지배적인 필리핀 남부에 이슬람 자치구를 세우기 위해 지난 30여 년간 정부를 상대로 투쟁해 왔으며, 이들이 벌여 온 게릴라전으로 현재까지 12만여 명이 숨지고 2백만여 명이 이주했다.

필리핀 정부는 2003년 MILF와 평화협정을 맺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최근 평화협상을 재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