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은 유난히 비가 많은 날씨 탓인지 우울증 환자가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는 우울증은 세계 여성의 10~25%가 일생 동안 한 번은 경험하는 흔한 병이다. 우울하고 슬픈 감정과 의욕 저하,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나 지속되는 우울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되지 못하면 자살까지 이어진다. 교회 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나 지난 겨울에는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하는 한인 교회 성도들이 곳곳에서 있어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인생을 사는 동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감정이나 느낌이다. 감정이 삶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우울증'이라는 증상과 함께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때 문제가 된다. 우울증 환자는 자괴감, 죄책감에 시달리고, 모든 일에 예민해져 짜증을 쉽게 낸다. 사람에 대해서도 흥미를 잃어 가족이나 주위 모든 사람들과 멀어지고, 직장생활도 어려워진다. 심하면 피해망상, 환청, 환각 등이 나타나기도 하며 외도, 알콜, 폭력, 도박, 쇼핑, 폭식, 거식 등 중독성 행동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중독성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우울증에 걸렸음을 말하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다.

우울증은 자살 원인 중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자살의 주요 원인이다. 우울증 환자는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 꽉 막힌 어두운 터널 속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고,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자살을 택한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2/3은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15~20%는 자살기도를 하며, 3% 정도는 자살한다.

우울증은 상담이 치료의 시작이다. 아시안패밀리카운셀링 리사 곽 사모는 "상담의 역할은 우울한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꿔주는 것"이라며 "마음 속 오해를 풀어서 긍정적으로 살도록 도와준다"고 전했다.

"'우울'한 기분은 개인 스스로가 느끼는 것이죠. 내면에서 부정적인 성격, 생각이 우울증을 만드는 것입니다. 오해가 우울한 감정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의 사정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나만 비극적인 상황에 닥쳐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오해를 풀어서 감정을 긍정적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교회에 다니는데 우울증은 왜?'라는 질문은 크리스천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신앙이 약하거나 마음의 죄를 지었기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 치료가 힘들어진다. 리사 곽 사모는 "인간은 육체, 영, 정신이라는 세 원이 서로 겹쳐 있는 존재"라며 "세 가지가 잘 조화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울증은 정신적인 측면과 관련에서 바라보고 치료해야 한다"며 "상담과 약물 치료로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크리스천의 우울증에 대해서는 "신앙이 부정적이고 우울한 감정을 잘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고 위기일 때 상담을 통해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울증은 왜 걸리는 것일까? 리사 곽 사모는 가장 첫번째 요인으로 '가정 불화'를 꼽는다. 생활의 근간이 되는 가정 문제가 지속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가 쌓여 우울증 증상이 시작된다. 이것이 발전하면 중독성 행동이 되는 것이다. 황현숙 박사는 한인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원인으로 '사회 부적응, 약한 사회적 기반, 언어 장벽, 상처' 등을 꼽았다.

황 박사는 "한인 사회에 계몽될 점이 많다"고 말한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약물 사용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울증 약물 치료에는 장기적인 처방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1-2주 내 효과를 보고자 하거나, 그 이상 약물 섭취 기간이 늘어나면 치료를 그만 두려고 한다던지 하는 것 등이다. 황 박사는 "한인들은 대게 우울증을 비밀로 하고 싶어하고, 상담을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타인종보다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 찾아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