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NCC·미국성공회와 북미이슬람소사이어티가 합의해 무슬림-크리스천 협의체(National Muslim-Christian Initiative in North America)를 발족시켰다. 이 협의체는 대화와 교육, 만남을 통해 상호 간에 이해와 존중을 증진시킨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 협의체는 양 종교의 공통 관심인 동성애나 낙태, 범죄, 가족 문제부터 입장을 함께 하며 사회 개혁운동을 펼쳐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기독교계가 이 협의체를 통해 이슬람의 테러, 기독교 선교사 박해 문제가 개선되리라 기대하듯 이슬람권 역시 이를 통해 기독교 세력의 선교를 합법적으로 묶을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리 없다. 타 종교들과 달리 두 종교는 세계 선교를 지상의 최종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협의체는 양 종교가 관심있는 사회적 주제에서 시작되지만 반드시 '선교'라는 종교적 주제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선교사 박해나 테러, 개종 문제가 대두되는 곳에서 이슬람은 이 협의체를 통해 반드시 '상호 불가침 선교, 비개종 신앙'이라는 원칙을 내세울 것이란 것이 선교학자들의 전망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면 양자가 평화할 수 있다는 제안에 기독교 지도자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기독교 선교사와 자원봉사자까지 무차별로 살상하는 이슬람 대(對) 이슬람 이민자들이 자국에 들어와 종교자유를 빙자해 무슬림촌을 건설하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 밖에 없는 기독교 간의 대화는 반드시 종교 자유라는 전제 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기독교 사회 속에서 일부다처제, 명예살인을 옹호하며, 이런 무슬림 문화가 사회로부터 거부될 시 테러까지 일삼는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은 더더욱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이 협의체에 참가하는 기독교 지도자들은 벌써부터 십자군 전쟁에서 시작해 현대의 대테러전까지 사죄했다. 이슬람이 이 협의체를 통해 추구해 갈지도 모르는 '상호 불가침 선교'에 기독교가 스스로 빠져 들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사죄에 대해 수많은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무슬림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기독교 신앙의 기초를 잃어 버렸다'고 혹평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기독교 지역에서는 이민과 테러, 문화를 통해 그 나라의 종교자유를 만끽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지역에서는 선교사를 살해하고 추방하는 이슬람의 이중성이 철폐되지 않는 한, 이슬람과의 어떤 대화나 협력은 멀게만 느껴진다.

이 협의체는 이슬람과 무조건 화해하는 액션을 취하기 전에 이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학적 입장과 근거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런 후, 기독교는 이슬람의 상처와 역사적 슬픔, 소외된 현실을 보듬어 안고 양자 간의 화해를 도모해야 한다. 이삭과 이스마엘의 때부터 계속돼 온 두 민족의 갈등은 기독교의 사랑과 섬김으로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 사랑과 섬김에 앞서서 우리는 기독교 선교사들의 선교 자유 확보, 인권보호, 극단주의자들의 민간인 테러 중단 등을 먼저 요청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