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욱이는 세 살이 넘도록 전혀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쯤에 와우이식이란 수술을 알게 되었습니다. 와우이식이란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어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에게 전자칩을 이용하여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에게 전자칩을 이용하여 소리를 듣게 해주는 수술입니다.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와우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에 추천서를 보냈으나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UCLA에서 아이를 한 번 보자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부터 1년 8개월을 기다려 승욱이는 남가주 최초로 중복장애아동에게 와우이식을 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때 승욱이는 다섯 살이었습니다. 승욱이와 같은 경우 눈을 전혀 보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성의 문제로 수술이 불가능했지만 수술을 받기 바로 직전에 안전성검사가 통과 되었습니다.

소리를 듣기 시작한 승욱이에게 아주 특별한 스피치 교육이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UCLA에서 책임지고 스피치를 가르쳐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승욱이가 스피치를 배우기 시작할 무렵 친정 아버님이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5개월의 시간이 남았다는 의사의 말에 승욱이를 낳은 후 처음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장애아를 키우는 딸을 언제나 안타깝게 바라보시며 뒷바라지 해주시던 아버지께서 과로로 인해 그만 몸에 병을 얻은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의사의 진단대로 5개월을 마지막으로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습니다. 한국에 있는 남편도 미국으로 생활비를 보내줄 수 없는 형편이 되었고, 친정 어머니와 제가 열심히 벌며 아이들을 키워야 했습니다. 승욱이가 7살이 되어 LA에 있는 시각장애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승욱이가 학교 기숙사로 들어간 지 몇 달 후, 언니의 가정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형부가 심장동맥이 파열되면서 갑자기 돌아가시게 된 것입니다. 그 바람에 언니와 언니의 아이들 둘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요즘 승욱이는 토요일에 아침 일찍 언어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가 끝나며 밀알 사랑의교실을 나갑니다. 주말은 가족들과 보내고 주일 저녁에 기숙사로 데려다 줍니다.

의사소통은 수어로 하고 있으며 아직은 옹알이를하는 정도의 언어수준을 가지고 있지만 말을 하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주로 많이 알아듣지만 한국말도 어느정도 알아듣고 있습니다. 남가주에는 승욱이와 같은 시청각장애인이 무려 1000명가량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언제나 관심을 많이 받고 또한 교육적인 것에도 지원을 잘 받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글을 세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관점으로 볼 때는 그저 ‘은혜’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또다시 태어나도 승욱이 엄마 할꺼냐고 물으신다면 전 언제나 “네”라고 말 할 겁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놀라운 비밀을 승욱이가 우리가정에 온 날부터 알게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