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시애틀 근교 커크랜드에는 18년동안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온 커크랜드중앙교회가 있다. 18년 정삼식 목사부부가 단둘이 개척한 이래 중형교회로 성장했다. 정 목사가 개척할 당시만 해도 커크랜드 지역에서 한인을 찾아 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체 예배당에 교육관까지 갖추고 있다.

정 목사는 지난 4일 동아시아로 선교여행을 떠났다. 석 달 일정동안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 중국을 방문한다. 목회자가 안식년동안 해외를 찾는 일은 빈번하지만 박해가 있는 타문화권으로 선교여행을 가는 일은 드문 일이다. 게다가 이 여행은 정 목사가 내년 봄 장기선교사로 헌신하기 전에 경험과 정보를 축적하기 위해 계획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이민교회 목회는 물론 후임자에게 맡긴다. 18년동안 맨땅에서 주님의 은혜만 바라보며 섬기던 교회가 저렇게 성장했고 소위 자리만 지키면 정년이 보장되겠지만 아무런 미련도 없다.

“목사 안수 받을 때 부른 찬양이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에요. 불러주셨으니 가라 하시는 곳이면 어디든 가야 하지 않겠어요?"

사실 정 목사가 선교 비전을 가진 것은 오래 전이다. 그는 예장 고신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자마자 쿠웨이트로 달려가 한인 근로자와 동고동락하며 복음을 전했다. 아쉽게도 이라크-쿠웨이트 전쟁으로 3년의 선교활동을 접어야 했다.

그는 커크랜드에서 성공한 이민목회자로 꼽히지만 사실 이민목회보다는 선교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한인이 없는 커크랜드로 온 이유도 이것이다.

“한인이 없는 곳에 개척하기로 작정하고 그런 곳이 어디 있을까 찾았죠. ‘커크랜드를 선교지로 삼자’고 다짐하고 이곳으로 왔어요. 이제 교회가 자립했으니 베푸는 일에 전념하는 한편 다음 목회자에게 넘겨주려는 준비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목회 한 시기를 마무리 짓고 제 2기 목회를 펼치기 위한 시간이라고 할까요?"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임마누엘 하나님이시기에 그 분은 지금도 날 이끄시고, 앞으로도 신실하게 이끄실 것입니다. 이런 믿음으로 미래를 보고 떠나는거죠. 우리는 그리스도의 종 아닙니까. 교회를 개척 해 이만큼 일궈 놓았으니 두고 떠난다면 다른 사역지를 주실 것입니다. 본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 주인되신 그리스도께서 마련해 놓은 곳으로 가는 것이 마땅하지요”

선교지에 구원의 역사를 펼치는 것이 그의 1순위 사역이지만 여기에 더해 의료 시설과 학교를 세우는 것이 꿈이다. 시설이 낙후한 동아 지역에 선한 사마리아인이 돼주고 싶은 것이다.

“이곳에 서양인이 복음을 전하기에는 너무 많은 반감이 쌓여있습니다. 외모부터 친숙한 동양인이 가서 사역하는 것이 좋습니다. 큰 계획은 구상했지만 3달간 순회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사역지와 섬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교회 규모, 건물에 연연하기보다는 주님 앞에 섰을 때 얼마나 떳떳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는 그는 “이민 교회 이미지 쇄신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며, 석달 후 선교지 소식을 갖고 만날 것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