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의 교회 이탈이 Silent Exodus라 불릴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북가주 한인교회는 1세와 2세 교회가 공존할 수 있는 모델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한지붕 두가족 모델, 두지붕 한가족 모델, 독립교회 모델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각 모델마다 장단점이 있고 성패의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옳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1.5세이자 북가주 대형교회인 뉴비전교회 담임 진재혁 목사는 ‘모델화에 대한 거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인교회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Silent Exodus가 교회를 모델화하는 것이 아닌 다른 것에서 해답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한인교회 안에서 대두되는 모델은 주로 4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영어부가 하나의 부서로만 전락해 버리는 것, 둘째는 영어부가 독립성을 띠지만 한어부로부터 지원받으며 종속되는 것, 셋째는 영어부가 한어부와 동등한 위치를 갖는 것, 넷째는 영어부가 아예 독립해 한어부를 떠나는 것이다. 진재혁 목사는 현재 한인교회가 첫째 모델에서부터 넷째 모델로 진행돼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4가지 모델 중 어떤 것이 옳다 혹은 그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첫째, 둘째 경우는 2세 목회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셋째 경우는 양자 간의 마찰이 있기 쉬우며 넷째 경우, 한어부는 교육과 선교, 영어부는 재정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한인교회에 가장 필요한 모델은 무엇일까? 모델이 없어지는 것이다. 진재혁 목사는 한인교회 미래를 모델화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한인교회 본질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1세 목회자와 2세 목회자 간의 문화차이와 대화 단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인교회 모델화는 눈 가리고 아웅에 지나지 않는다.

진재혁 목사는 모델보다는 교역자 간의 섬김과 팀웍이 우선돼야 한다는 관계의 미학을 강조한다. 서로 이해해 주고 섬김으로써 서로 이해받고 섬김 받는다는 것이다.

“목회나 양육 시스템, 어떤 모델보다 중요한 것이 한 교회를 이끌고 있는 교역자 간의 팀웍이다. 서로를 배려함을 통해 깊은 사랑과 신뢰가 전달되고 어떤 모델이나 시스템이든 그것이 효과를 발휘한다”

진 목사는 1.5세 목회자답게 이중언어를 사용해 한어부 목회자와 영어부 목회자가 함께 하는 회의를 연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회의라 할지라도 2세 목회자를 반드시 참여시킨다. 서로간 존중과 배려를 배우게 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2세 목회자가 교회 전체적인 행정에 동참하게 되고 주도성과 주체성을 갖추게 된다. 2세가 회의에서부터 배제되면 교회 리더십에서 배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독립교회 모델을 만들지 않더라도 2세가 교회 안에서 주도성을 갖게 되고 1세와 2세가 공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목회자의 역할이다. 2세 목회자는 존중하고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는 것 외에도 진 목사는 “교회를 위해 사역자를 이용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이 쓰실 훌륭한 사역자를 만들어 가는 과정 가운데 이 교회를 거쳐간다고 생각하는 마인드”를 꼽는다. 이런 점에서 1.5세 목회자는 1세와 2세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뉴비전교회에 진 목사가 주도하는 교역자 간의 모임, 수양회, 회식이 잦은 이유다.

어떤 모델 안에 갇힌 한인교회보다는 한어부와 영어부가 공존하는 화목한 교회를 지향하는 진재혁 목사는 “1세가 가진 영적 성숙도와 2세의 개방적 사고가 결합돼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는 한인교회가 돼야 한다. 아시안계 미국인 교회같은 다민족교회로서 영어부가 발전해 세계선교와 하나님 나라에 기여하는 한인교회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교회 모델보다 팀웍을, 시스템보다 미주 한인교회의 다문화 선교 사명을 붙들 것”을 권면하면서, 1세와 2세가 가지는 나름의 ‘영성’을 존중하고 개발시킨다면 헌신과 열정을 띤 선교적 한인교회로의 새로운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