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내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른 삶의 방향과 목표를 결정하고 얻은 직업은 밝은 미래를 약속하고 내 꿈과 자아를 펼칠 수 있는 장이 된다. 그러나 성공이나 경제적 안정성 추구에만 치우친 직업관은 심각한 영양 결핍증 같은 증세를 유발할 수 있다.

버포드(Bob Buford)는 [해프타임(Halftime)]이란 책에서 이 같은 영양 결핍증을 '성공 공포증(success panic)'이라 불렀다. 인생 게임의 전반전(전반 해프타임)에서 성공추구 외에 다른 것은 무시하고 달렸던 그는, 어느 날 문득, 그가 진심으로 바랐던 인생의 꿈과 소망은 간 곳 없고 "일의 노예"로 전락해 버릴 기로에 선 자신을 발견한다. 방향성 없이 "오직 성공"라는 지독한 병에 걸린 자신이 이뤄 낸 건 결국 "소망과는 상관없는 성공"이었던 것이다. 버포드는 인생 후반전에서 만큼은 '오직 성공' 트랙을 떠나 '나에게 진정 의미 있는 소망'(from success to significance) 트랙으로 바꿔 뛰기로 결심한다.

버포드 이야기는 남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든지 인생게임에서 내 모든 시간, 열정, 에너지를 참된 소망과 전혀 무관한 성공추구만을 위해 쓸 때, 소위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아는 심각한 영양 결핍으로 허물어져 버릴 수 있다. 물론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오직 성공만을 추구하면 어느 틈엔가 내 직업이 명령하는 일만 하게 되고, 그 일을 해치울 때 생명과 기쁨을 느끼게 되며, 낮이나 밤이나 일만 생각하고, 더 나아가 내가 쌓아 온 직업 왕국을 허물려는 사람은 다 적군으로 여기게까지 된다. 일이 "나의 왕"이 되어 나의 삶을 완전히 장악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삶은 종종 일 중독증(workaholic)이라는 병을 만들어 내고 가족도 친구도 자아마저도 다 잃어버릴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내 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성공이 내 인생을 무너지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야곱은 성공 추구에 흠뻑 빠져 있던 사람이다. 결승점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린 영양 결핍 인생이었다. 이십 년만에 부를 거머쥐고 의기양양하게 고향으로 향하는 야곱도 버포드처럼 향방 없던 '성공 추구'에 대한 '공포증'을 만난다. 고향을 떠날 때는 하나님이 최고라는 서원을 하고 떠났다. 성공을 통해 자기 능력이 최고가 되었지만, 쌍둥이 형 에서와 공포의 만남 앞에 자신감은 거침없이 무너졌다. 돈도 명예도 자기 능력도 형 에서와 갈라진 관계를 회복시키지 못하고 처절한 무능함, 절망감과 죽음의 공포 속으로 빠져 든 것이다.

허물어지는 자아상을 놓고, 야곱은 얍복 강가에서 하나님과 인생 최대의 처절한 씨름을 한다. 천사가 야곱의 환도뼈를 내리침으로 하나님과 씨름은 일단락된다. 지금 거부가 됐다고 더 하나님께 소중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나님과 씨름은 야곱의 패배인 동시에 승리였다. 내 힘으로 산 "인간 야곱"이 패배했지만, 하나님을 만나고 소중한 존재로 거듭난 "믿음의 사람 야곱"은 승리한 것이다. '내 욕망'을 위해 내 힘과 머리로 평생 씨름해 온 인간 야곱은 패배한 것이다. 이후 절뚝거리며 걷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랑의 하나님과 덤으로 형 에서를 얻게 되었다. 야곱의 자손도 절뚝거리며 다니는 야곱을 볼 때마다 하나님을 보게 된다. 생명을 잃은 뻔 한 씨름을 했지만 야곱은 버포드가 걱정한 '성공공포증' 전문 치료가이신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야곱은 이 하나님과 동행함으로 건강한 인생 후반전을 끝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야곱 이야기는 누구든지 인생 게임에서 "무슨 소망 때문에 일하는가?"라는 결정적인 씨름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소망의 하나님을 잊어버린 성공은 절망감과 자아 상실감 같은 심각한 영양 결핍증세가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야곱 이야기는 소망의 이야기다. 누구든지 인생 게임에서 영양 결핍증으로 지쳐 쓰러질 때 전문 치료가 이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만날 때 내 재능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되고 일을 호령하며 살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소망의 하나님을 만날 때 "나라는 소중한 존재"가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야 야곱은 직업의 현장에서 매일 매일 자긍심을 가지고 하나님의 뜻을 좇아 꿈을 가지고 기쁘게 일할 수 있게 됐을 것이다. 오늘도 하나님 안에 꿈과 직업이 함께 갈 때, 내 직업은 바로 "순종을 배우는 소명의 장소요 약함이 강함이 되게 하는 훈련장임을 깨닫는 야곱들"이 건강한 인생을 살고 있다.

강철홍 목사는....

강철홍 목사는 미국 펜실바니아 주에 소재한 리디머교회를 개척하여 현재 이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한 강 목사는 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 M.Div (신학석사) 및 Th.M. (Systematic Theology 조직신학)
미국 Lutheran Theological Seminary: S.T.M. (Systematic Theology, 조직신학), 남아공 스텔렌보쉬대학 박사(조직신학) 과정을 밟았다.

저서로 'Justification- The Imputation of Christ's Righteousness from Reformation Theology to the American Great Awakening and the Korean Revivals'가 있다.

강 목사는 또한 지난 2007년 가을학기부터 메릴랜드에 있는 Chesapeake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 (췌사픽 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