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초기 한인이민자의 영적 선각자였던 안창호 선생이 한인 의식 계몽을 위해서 기독교 가치에 주목하며 시작한 성경공부 모임이 벌써 103년이 흘러 상항한국인연합감리교회로 성장했다. 독립운동과 민족운동 향기를 찾아 방문한 상항한국인교회에는 1세기나 지났지만 안 선생 자취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상항한국인교회에서 만난 박효원 담임목사는 교회 역사에 관해 묻는 기자에게 쉴 틈 없이 말을 쏟았다. 상항한국인교회에는 특별한 점이 많다. 우선은 하와이를 제외하고 미국 본토에 처음 설립된 한인교회라는 점이다. 그리고 당시 일제 치하에서 안창호, 장인환, 전명훈 의사 등 수많은 애국자가 이 교회에 모여서 독립운동과 한인계몽운동을 펼쳤다. 독립청원서를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파리 강화회의에 민족대표를 파송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활발히 활동했고 독립의연금을 모아 한국에 보내는 등 각종 노력을 펼치기도 했다. 1911년 부임한 이대위 담임목사는 조국을 잃고 미국으로 이민한 한인의 영적·정신적 쉼터였다.

이런 전통 위에 자라난 상항한국인교회 담임목사답게 박 목사가 내어 놓은 미주 한인 기독교인 역할과 사명은 독특했다. 단순히 교회가 3.1절이나 광복절, 6.25 등 한국의 기념일을 지키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현재 한인에게 필요한 영적인 고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자는 설령 영어가 자유롭다 하더라도 고향에서 뿌리뽑힌 삶을 살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가 이민자의 영적인 고향, 즉 천국을 바라보며 사는 삶의 지향점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목사가 말하는 미주 한인 기독교인 정체성은 ‘한인으로서 기독교인’이다.

“이민자는 이민을 오면 다들 그 나라 사람으로 살아 가려 하지만 그런 이민자는 오히려 미국 사람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닌 그런 상태가 돼 버립니다. 결국 한인사회에 팽배한 정체성 위기는 성경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교회가 한인 영혼을 구원하는 곳일 뿐 아니라 정체성을 찾아주는 사명까지도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회의 시초가 된 안창호 선생도 교회에서 하나님뿐만 아니라 민족을 찾고 미국 내 한국인 사명을 탐구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께서 들어 쓰신 사람은 모두 다 뿌리뽑힌 사람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도 사회 하층민, 이주 노동자에서 시작된 사람이었습니다. 뿌리뽑힌 사람이 신앙으로 바로 서기만 하면 하나님 백성으로 하나님 나라 일을 하는 사람이 됩니다. 성경 인물은 모두 약하고 힘없는 사람이었지만 하나님 손과 발이 됩니다.”

이집트에 팔려 간 요셉, 바벨론에 끌려 갔던 다니엘처럼, 고향 잃은 이민자가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성을 갖고 하나님을 섬길 때, 이들은 이집트와 바벨론까지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손이 됐다. 이들이 하나님을 믿으며 자신 정체성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던 것처럼 미주 한인도 성경과 정체성을 붙어야 한다.

“한인 이민자의 교회 출석은 70%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기독교는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인교회는 이 민족성과 복음이 조화를 이루는 장이 돼야 할 것입니다. 한국인으로서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줘야 합니다. 한국교회나 미국교회를 흉내 내는 것으로 한인교회 사명이 다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교회가 이민사회에 적극 들어가 두루두루 교인의 생활을 마련해 주고 사회에 모범이 돼야 합니다.”

박 목사 말처럼 상항한국인교회는 설립 초기부터 이민자 영어교육, 월간지 대도(大道)를 발간해 이민자 계몽운동, 독립운동에 앞장선 전통을 이어 심신장애아를 위한 복지원에 지원금 전달, 한국에 교회 개척, 광주민주화운동을 위한 기도회, 상항한인회 발족, LA 한인폭동 후 한흑합동예배 등 이민자 삶을 격려하고 미주 한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사회활동과 다민족 연합운동에 열심을 내고 있다.

현재 박 목사는 한인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민족성을 일깨웠던 상항한인교회 전통을 이어받아 국가기념일을 통해 한인 민족성을 심고 문화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항한국인교회와 박 목사는 미국 내 한인을 위한 교회, 한국인으로써 기독교인으로 살게 하는 교회라는 목표를 향해 오늘도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