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예수님과 사도들이 선포한 복음의 주제 '하나님 나라'는 당시 유대인에게는 새로운 사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서론도 없이 "하나님 나라가 가까웠으니...."라고 선포하신 것을 보아 당시 유대교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이것이 보편적인 신앙의 주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구약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 신학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시내산 언약 / 하나님 나라 개국 선언
'하나님 나라'의 구약 배경은 모세 오경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모세가 모세 오경을 저작한 시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후 광야 생활하던 40년 중 어느 때였다. 장일선 박사는 출애굽 사건이 구약성경 전체를 지렛대로 쳐들 수 있는 받침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신학자들이 출애굽이 그들의 신앙과 신학적 배경이 되었다고 하는 것을 소개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정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송제근 교수는 구약성경 신학의 배경으로 출애굽 사건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고 출애굽의 본질적 목적은 '시내산 언약'이라고 한다. 그는 이 시내산 언약을 당시 근동에 있었던 공적인 문서와 비교하였는데 당시 '국가간 조약, 결혼, 입양'등의 공적 관계를 맺을 때 나타나는 언약형식이 '시내산 언약'에 드러나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시내산 언약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님의 선언은 출 19:5-6로 이렇게 선포되었다.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열국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너는 이 말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고할지니라”

즉 부버의 표현에 이르면 이것은 신적-정치적(Theo-Poltical) 행위로 보아야 하며 이스라엘은 여호와의 종주권 아래 들어갔다. 따라서 그때부터 여호와의 백성이 된 것이다. 세계의 주권자이시며 왕이신 하나님은 그 백성으로 이스라엘을 선택하여 '내 소유물'(서굴라-보배로운 소유물), '제사장 나라'(코헨-제사장처럼 존귀한 위치), '거룩한 백성'(카도쉬-열방 중에서 구별된)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즉 하나님께서는 아래의 도표처럼 시내산 언약 사건(출 19:5-6)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 개국 선포'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왕=하나님
주권 ↙↗ ↘
↙↗순종(십계명) ↘
백성=IS 영토(가나안)

2) 왕 = 여호와 하나님
이러한 시내산 언약의 영향은 구약성경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데 구약에는 '왕'이라는 단어가 '여호와'에게 41회 적용되고 있으며, 이것의 의미는 주로 여호와의 주권과 통치 활동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시93:1 "여호와는 왕이시다"라는 선언은 시100:3 "여호와는 하나님이시다"와 같은 표현으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것이다.

3) 이스라엘 = 백성
이 선언 속에 중요한 핵심 요소는 ‘왕과 백성 사이의 언약’이다. 이것이 확고할 때 그 나라는 반석 위에 설 것이며, 이것이 깨지면 그 나라는 깨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언약을 통하여 하나님은 왕으로서 백성에게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은혜를 베풀 것이고, 이스라엘은 백성으로서의 의무(순종)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 언약의 조건이 출20-23의 ‘십계명과 율법’이다.(출20-23)

4) 영토 = 가나안
시내산 언약에 의하여 선포된 ‘하나님의 나라’는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영토없이 중국에서 선포되었듯이 영토가 확보되지 않았다. 그러나 임시정부의 영토는 일본이 주권 행사를 했던 한반도였듯이 하나님 나라의 영토는 당시 가나안 여러 족속들이 주권 행사하고 있었던 가나안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이들을 출애굽 시킬때 그들에게 목적지(하나님 나라 영토)에 대하여 여러 번 언급하여 주셨다. 즉 영토는 가나안으로 이 땅은 오래 전에 하나님에 의하여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에게 이미 언약된 땅이었다.(창12:1-5)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예비하신 이 땅에 들어가기 위하여 험하고 고통스러운 광야를 소망과 기쁨가운데 행진하고서, 가나안 정복에 최선을 다함으로 시내산에서 선포한 ‘하나님 나라’를 완성해야만 하는 하나님 나라 역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시내산 언약에서 선포되어 시작된 이 ‘하나님 나라’의 신학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게 하나님이 이 땅 위에서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이루는 모든 내용의 모형으로서 의미를 주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에게 있었던 출애굽과 그 이후의 모든 사건은 단순히 애굽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일어난 일반적인 역사 ‘Historie’ 이상의 의미가 없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스라엘 역사의 모든 사건을 ‘하나님 나라’를 이루시려는 섭리로 말씀하시므로 그 역사를 구속사적 역사 ‘Geschichte’로서 성경 속에 선포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