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29일(현지시간) 치러진 플로리다 주 프라이머리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다가오는 ‘수퍼 화요일’까지 승기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당의 ‘이단아’로 불리는 맥케인이 공화당 선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당의 본류인 보수파를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플로리다 주에서 맥케인은 롬니 전 주지사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당초 예상됐으나, 전체 표 가운데 36%를 얻으며 31%를 득표한 롬니에 비교적 가볍게 승리를 거뒀다.

플로리다 주에서 승리는 맥케인에게 공화당 후보로 지목될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플로리다 주 승자는 57명 대의원 수 모두를 확보하기 때문에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 수를 나눠 가져야 하는 타 주 승자보다 유리한 편이다. 맥케인은 앞서 뉴햄프셔 주와 공화당 본거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도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맥케인이 당내 선두주자로서 현재 위치를 앞으로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화당 본류인 보수파를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출구 조사 결과 스스로를 중도파라고 밝힌 유권자가 맥케인 진영에 몰렸다. 중도파 유권자 중 41%가 맥케인에 표를 던졌다. 반면 스스로를 보수파라고 밝힌 유권자 중에서는 27%만이 맥케인에 표를 줬고, 37%가 롬니를 택했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보수파를 ‘편협가(agents of intolerance)’로 비하 하며 적을 쌓아 온 맥케인에 있어서 27% 보수파 득표도 놀라운 것이란 평가다.

보수적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이자 CNN 정치 분석가인 빌 베넷(Bennett)은 “현재로서는 그가 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는 울타리를 보수파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도 (그의 후보 선출로 인해) 많은 불행한 이들이 모인 가운데 당 대회를 개최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베넷은 또한 “맥케인에 대한 분노와 비판은 많은 보수파 가운데서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맥케인은 보수파와 화해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CNN에 따르면 그는 29일 승리 확정 이후 연설에서 “이는 한 가지 사실을 보여 준다. 바로 내가 당을 연합시킬 수 있는 유일한 보수 지도자라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 대표적 보수 인사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영향으로 공화당원이 됐음을 언급하며, “나는 예전에 그랬듯 지금도 내가 보수파 공화당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맥케인은 최근 보수주의 판사들을 연방법원에 임명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커스온더패밀리(FOTF: Focus On The Family)나 패밀리리서치카운슬(FRC: Family Research Council) 등과 같은 유력 보수단체들은 보다 ‘적당한’ 후보를 찾는 데 여전히 골몰하고 있으며, 맥케인의 지지에는 주저를 표하고 있다.

맥케인은 낙태 문제에 있어서는 비교적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지만, 태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입장은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일부 보수주의자는 줄기세포 적출 과정에서 태아가 파괴되기 때문에 낙태와 태아 줄기세포 연구는 동일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FRC 회장 토니 퍼킨스(Perkins)는 “그는 당의 ‘이단아(maverick)’라는 자신에 대한 평판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최근 FOTF 시티즌링크(Citizenlink) 방송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9일 출구 조사는 플로리다 주에서 낙태는 주요 이슈가 아니었음을 보여 줬다. 프라이머리에 참여한 공화당원 유권자 절반 가량이 경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경제 다음으로는 대테러전, 이라크전, 이민 문제 등이 주요 이슈로 꼽혔다.

현재 맥케인의 뒤는 롬니 전 주지사와 허커비 전 주지사가 쫓고 있다. 플로리다 주에 전력을 쏟았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이번에 15%를 득표, 3위를 차지했으며 곧 레이스를 중도 포기하고 맥케인을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커비는 14%를 득표, 4위를 차지했고, 론 폴 상원의원은 4%를 득표하며 꼴찌에 머물렀다.

이들 후보는 오는 2월 5일 22개 주가 한꺼번에 프라이머리나 코커스를 치르는 슈퍼 화요일에 대의원 수 총 1,023명을 놓고 경쟁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당 플로리다 프라이머리 경우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승리했으나, 프라이머리 일정이 앞당겨 실시됨에 따라 민주당은 이번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