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 당한지 85일만에 김재열 선교사가 석방됐다는 소식이 알려져 한인사회와 교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김 선교사가 구금된 후, 캐나다 정부가 다방면에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한인사회가 기도회와 서명운동 등 각종 구명운동을 벌인 결과, 김 선교사는 죽음의 골짜기에서 무사히 살아 나올 수 있었다.

김 선교사는 북한인 의사, 간호사만 1백 명이 넘는 대규모 병원을 북한 내 3군데에서 운영했고 북한 당국으로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배까지 허락받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구금됐다가 ‘나는 북한 체제를 선동했다’는 자술서를 쓰고 85일만에 석방됐다. 북한에서 활동이 담긴 사진이 저장된 랩탑을 압수당한 후에도 무사히 북한을 왕래하던 그가 뜬금없이 잡힌 것이다. 북한 측은 김 선교사가 나진선봉에 있는 자신의 병원에서 예배를 드린 것에 대해 ‘종교에 대한 북한 사회의 원칙을 무시했으므로 구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김 선교사가 선교사이며 복음을 전하기 위해 북한에 왔다는 것을 몰랐을 까닭이 없다. 그를 억류하고 허위 자술서를 강요해 받은 후, 그를 추방하기까지 북한은 이제 더 이상 그가 북한 사회에 필요없다는 정치, 경제적 계산을 했음에 틀림없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모든 것을 양보할 것처럼 굴다가 필요성이 사라지면 가차없이 내치는 것이 북한이다. 현재 북한에 선교 차원에서 의료, 교육, 복지 시설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단체는 이 시설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이 내미는 일부 선교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허황되고 일시적인 계책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똑똑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김 선교사를 석방하며 자신의 종교 억압, 인권 탄압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김 선교사가 ‘북한의 원칙을 어겼다’고 주장하는 북한 당국은 그들이 지금까지 억류하고 총살한 수많은 사람, 특히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김동식 목사와 납북자, 국군 포로 등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김 선교사 억류, 석방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는 북한 선교는 단순히 구호 물자를 건네는 것으로는 결단코 불가능하다. 우리는 북한 인권, 자유에 대한 적극적인 요구와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야 하며 북한에 끌려다니지 말고 북한을 이끌어내는 선교적 전략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자신 선교지에서 추방당한 김 선교사와 아직도 북한에 잡혀 있는 선교사, 그 가족을 위로하고 마지막 한 명을 위해서까지 기도하며 구명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