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피타스에 위치한 산호세한인장로교회(담임 박석현 목사)는 지난 달 6일 같은 교회 내 2세 독립교회를 시작했다. 본지는 독립교회를 시작하면서 청빙한 산호세한인장로교회 1.5세 영어부 목회자 크리스토퍼 장 목사와 2세 연합 사역을 비전으로 여러 사역을 준비 중인 유기은 부목사를 만나 ‘2세의 신앙전수’와 ‘2세가 가져야 할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편집자 주-

▲산호세한인장로교회 독립교회 사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장 목사는 “2세 독립교회와 한인교회와 꾸준한 소통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2세 독립교회, ‘한인에서 다민족으로’가는 다리 될 것
산호세한인장로교회 내 2세 독립교회를 맡게 된 크리스토퍼 장 목사는 초등학교 때 이민 온 1.5세로 약 3개월 전 동 교회로 청빙됐다. 독립교회 사역을 맡은 장 목사는 독립교회를 통해 “2세가 ‘교회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장년부까지 영어부 수용범위를 확충’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다민족 연합사역으로 영어부 결속과 리더십 강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6일부터 시작한 독립교회는 아직은 소규모로 매주 20~ 30명 정도가 참석한다. 현재 독립교회는 자체적 모임만을 가지고 있지만 이후 지역사회 다민족 대상 리치아웃이 비전이다. “현재 베이 지역 전체 인구 가운데 95%가 불신자다. 영어를 잘 하는 2세를 통해 다민족을 전도할 수 있다. 그것이 미국 땅에서 이뤄지는 선교다.”

유기은 부목사도 한인 2세 소명이 다민족 전도에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다. 다민족이 살고 있는 현 미국 땅이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땅 끝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미국 땅 여러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바로 세계선교로 직결되는 방법이다” 다민족 연합사역에 비전을 둔 유 부목사는 매달 산호세 지역 청년 부흥을 위해 모이는 ‘메인 이벤트’연합청년집회를 계획한 장본인으로 지역 소수민족 교회를 직접 찾아가 비전을 설명할 만큼‘다민족 전도나 연합’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다.

2세 신앙전수 위해 독립교회와 한인교회‘연결고리’필요
실제로 재정, 당회, 행사 계획 등 모든 관할권이 넘겨진 2세 독립교회 입장에서는 목회 방향이 다르고 재정적으로 견실해진다면 쉽게 한인교회로부터 분리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려 점이다.

또한 독립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두 목사는 “2세 독립교회와 한인교회와의 꾸준한 소통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산호세한인장로교회는 한 건물에서 한인교회, 2세 독립교회가 동시에 존재하며 한어부와 영어부 간 원활한 소통을 추구하고 있다. 장 목사는 영어부 사역자로써 “독립교회를 운영하더라도 한어부와 함께 소통하며 먼저 섬기고 낮아져야 할 것” 이라며, “1세의 장점을 2세가 수용하고, 신앙을 발전시키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목사 역시 “한어부와 영어부의 소통이 원활해야 신앙전수에 도움 된다”며 동의했다.

두 목사가 주장하는 ‘한어부와 영어부가 분리되면 안 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첫째. 분리라는 시도가 성서가 추구하는 ‘연합’의 방향과 어긋나고, 둘째. 1세가 2세와 교회에서 소통하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모이면, 장년을 통한 신앙적 롤 모델을 제시할 수 없어서 신앙전수가 어렵다. 셋째. 1세의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어차피 2세 목회자가 청빙돼야 하고 영어부 존속이 필연적이다”란 것이다.

또, 유 부목사는 “독립교회는 꼭 ‘코리언어메리컨(Korean-American)에 의한 목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북가주 내 한 일본인 교회를 사례로 꼽아 설명했다.

“재패니즈어메리컨(Japanese-American) 사역자를 찾기 힘들었던 북가주 한 일본인교회가 백인을 목회자로 청빙하면서, 많은 백인이 전도됐다. 이후 백인이 기존의 일본인보다 더 많은 수를 차지해 일본인교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됐다” 라면서, “만약 2세 교회가 한인교회를 떠나 분리된다면, 자연스레 코리언어메리컨(Korean-American)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한인의 신앙전수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장 목사는 “한어.영어부의 동등한 관계 속에 서로 간 차이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가는 게 중요하다”며, “상황에 따른 지혜로운 적용이 필요하겠지만 1세에게는 섬김의 정신, 기도, 인내심 등을 2세가 배우고 전수해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산호세한인장로교회 독립교회를 맡은 크리스토퍼 장 목사(왼)와 한어부 유기은 부목사가 독립교회를 통한 2세 신앙전수의 효과적 방안과 세대차이 극복을 위한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1세와 2세 충돌, ‘1세의 자기 낮춤과 어글리 이미지 인정’이 해결해
두 목사는 현재 이민사회에서 오랜 고민거리로 남아있는 ‘1세와 2세의 차이’에 관해서도 털어놨다.

1.5세인 장 목사는 “한인 부모 안의 권위적 성향이 2세들의 반항심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이것 하라 저것 하라(Do this, Do that)’란 말을 들으면 그냥 버려두고 무시하는 게 지금의 2세들이다”

“이기적이고 주는(give) 마음이 약한 2세의 성향을 인정한다. 이로 인한 부모와의 충돌이 있는 것도 이해한다” 라는 장 목사는 “이는 2세들의 미성숙에서 오는 성향인 것 같고, 성숙해 질 때까지 1세의 희생과 인내가 필요하다” 고 했다.

한편 1세 부모와 2세의 충돌에 관해 유 부목사는 “1세가 자신의 어글리한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1세에게 물론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영어를 못하고 미국 문화를 잘 모르는 부모 1세대는 실제로 어글리 1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를 부정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자신의 어글리한 이미지를 인정하고, 오히려 2세에게 ‘너는 더 잘 할 수 있다’며 격려해야 한다”

유 부목사는 성경의 예화를 들며, “모세와 함께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체험한 백성은 실제로 하나님의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특별한 기적을 체험하지 못했던 다음 세대가 ‘큰 믿음’을 세웠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됐다” 면서, “어찌 보면 1세보다 2세에게 더 큰 믿음을 요구하신다”고 말했다.

유 부목사는 “부모가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고 인정하길 두려워해선 안 된다”면서, “1세가 참고 낮아질 때 충돌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체성은 민족적 개념에 머물러선 안 된다
2세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 유 목사는 “내가 아는 한 2세 아이는 태어난 곳이 미국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철저히 한국인이라고 여긴다. 미국에 살면서 자신을 순수한국인이라고 여기고 행동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내가 한국인인가 미국인인가 하는 민족적인 정체성은 미국 사회에서 의미가 없다”면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한 정체성의 범위는 무한히 넓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