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이들이 알몸시위라는 극단적인 행동까지 선택했다.

민주노동당 신당파를 주축으로 26일 발족한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의 부산 해운대, 구리시 회원 15여명은 27일 주일 1시부터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정문 앞에서 약 30여분 간 알몸 퍼포먼스를 벌였다.

새로운진보정당운동은 민주노동당이 사회 비리와 불의에 눈 감는 수구집단으로 몰락했다며 탈당한 간부들이 주축이 돼 최근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속옷차림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채 조속한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구호를 외쳤으며, 그 중 한 명은 가시관 모형을 머리에 쓰고 종이로 만든 십자가를 등에 지고 교회 정문 앞을 수차례 돌았다. 십자가에는 ‘네 이웃 비정규직을 사랑하라(눅 19:19)’라는 성경구절을 적어 놨다.

시위 도중 이들은 “예수님, 비정규직을 사랑해주세요”, “박성수 회장님,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비정규직의 아픔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 “예수님 춥습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 중간중간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쪽에는 “오 * * 목사님 대화합시다”라는 피켓이 보였다.

시위 장소가 은혜채플실 입구와 가까이 있던 탓에 예배를 드리고 나오던 수천여명의 성도들과 채플실로 예배를 드리러 가려던 성도들 사이에 다소 혼란이 일어났다. 시위 도중 주변 시민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집회 신고 여부와 시위 방법을 놓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으며, 시위자들을 맞닥뜨린 성도들은 대부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교회 측이 차분히 대응해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오정현 목사는 2시 예배 설교에서 답답하다는 심정을 내비쳤다. 오 목사는 “지금 좀 기도하고 올라왔다. 마음에 짐이 있다. 왜 그러신지 아시죠. 모르십니까”라고 성도들에 물으며 “피켓에 왜 제 이름이 나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어떻게 이랜드 문제를 해결하겠는가. 교회가 무슨 힘이 있느냐”라고 토로했다. 이어 오 목사는 “주여, 이 가운데 복음의 능력이 나타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오 목사는 지난 12월 23일 주일설교에서 교회 불간섭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시 오 목사는 “우리 교회는 비정치적인 단체이며 무슨 일을 해결하고 말고 할 수 없다. 세상의 가치관이나 방법이 교회로 들어와서 교회를 끌고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화덕헌(44)씨는 이날 시위 방법에 대해 “사랑의교회 장로였던 박 회장님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옷을 벗긴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교회 정문 옆에 농성장까지 마련해 주며 이랜드 계열 노조원들에게 배려를 보였던 사랑의교회 측은 교회가 나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교회 측 관계자는 “도대체 교회보고 어쩌란 말이냐”라며 “도덕적인 문제로 교회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 돕겠지만 법률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교회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시위에 대한 성도들과 주변 시민들의 반응은 분분했다. 사랑의교회 성도인 정모(33)씨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 아니냐”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교회 성도인 지모(29)씨도 “복잡한 사안이라 뭐라고 판단할 수 없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대부분 “너무 지나친 것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모(46)씨는 “천막 치고 시위하는 것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모(29)씨는 “만약 박성수 회장님이 불교인이었다면 절에 가서 이런 시위를 했겠느냐”며 “언론에 부각되기 위해 종교에 호소하는 식은 반대다”라고 말했다. 시위에 항의하는 한 성도와 시위대 간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현재 “기독교계가 정치적인 이슈인 비정규직 철폐 주장에 휘말려서 또 다른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며 지난해 12월 사랑의교회 장로직을 사임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