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 사무엘 코비아 사무총장이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주간 1백주년을 맞아 21세기 중반까지 가톨릭을 포함한 전 세계 기독교 교파의 완전교류를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25일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는 코비아 총무와 인터뷰를 제 1면 기사로 보도했다. 케냐 감리교회 출신인 코비아 총무는 인터뷰에서 적어도 21세기 중반에는 전 세계 각 교단이 성만찬을 함께하는 수준까지 연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비아 총무는 “세계 교회 에큐메니컬적 움직임에 대한 나의 비전은 21세기 중반까지 세계 교인이 소속 교단과는 상관없이 함께 예배 드릴 수 있고 성만찬을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25일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주간 1백주년을 기념하며 이탈리아 로마 세인트폴 성당에서 드려진 기념예배에 바로 앞서 이뤄졌다. 신교와 구교가 공동으로 드린 이날 예배에는 코비아 총무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함께 참석했다.

현재 로마 가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에서는 타 교단의 교인과 성만찬을 함께 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성만찬 공유는 교인 간의 화해와 연합이라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코비아 총무는 인터뷰에서 성만찬 공유는 전 세계 교회 화합과 연합의 기초석이 될 것이라는 자신의 믿음을 피력했다. 또 세계 교회의 에큐메니컬적 움직임이 1,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사회를 회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 왔음을 강조하며 교회 연합은 인류 연합에 기여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코비아 총무는 “에큐메니컬적 협력과 연합을 위한 노력은 세계대전의 어두운 유산을 뛰어넘어 유럽의 평화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며 “교회가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은, 전 세계 사람이 그들의 배경과 정체성과는 상관없이 평화와 조화 속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난 세기 초만 해도 그 누가 동방정교회, 성공회, 루터교회, 개혁교회, 감리교회, 침례교회와 신학적 전통이 각기 다른 교회들이 WCC 안에서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또 로마 가톨릭과 WCC 가입 교단 간의 에큐메니컬적 협력의 문을 여는 데 있어 제 2차 바티칸 공의회가 분수령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드려진 그리스도 일치 기도주간 1백 주년 기념예배를 주재한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청 기관지의 제 1면을 장식한 코비아 총무의 이같은 인터뷰 기사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언급은 일체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기독교인 간 연합이 그 어떤 때보다 우리 때에 있어서 온전히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연설에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