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통일부 폐지안을 내놓은 가운데 남북나눔운동, 굿네이버스, 국제기아대책기구 등의 기독교 NGO들이 대거 참여하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회장 홍정길 목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부 폐지안에 반대하는 등 이를 둘러싼 논란이 교계에서도 확산될 전망이다.

그동안 활발한 대북지원사업을 펼쳐왔던 기독교 NGO들은 통일부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로 “남북관계의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당국간 대화와 합의가 이뤄졌고, 완결해야 할 협상들을 남겨두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통일부를 폐지하거나 통합한다는 것은 ‘남북기본합의서’와 이를 전제로 디딤돌처럼 놓아가던 남북 간의 선언 등 공유가치를 유지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담아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지난 18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들은 인수위원회를 향해 통일부 폐지안을 전면 철회할 것을 촉구하면서 통일부가 기존의 독립부서 지위를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계 한편에서는 인수위원회의 통일부 폐지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도 있다. 아직 대외적인 입장을 표명한 단체는 없으나 그동안 통일부가 펼쳐온 사업들을 평가해 볼 때 남북협력을 통한 통일이라는 본 역할을 지향하기보다 이념적으로 다소 치우친 행보들을 보여 왔다는 주장들이다. 일본의 조총련 계열 인사들의 북한 방문을 돕거나 북한의 대외홍보용 교회인 봉수교회에 5억여 원을 지원한 것 등은 납북협력을 도모하면서도 넘지 않아야할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북지원 NGO들은 통일부 폐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두고 교계 내에서의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선에서 갈라졌던 진보-보수 교계가 이번 통일부 폐지 문제로 다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북지원 NGO들 “한반도 상황 고려하지 않았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입장 발표를 통해 “통일부를 폐지하고 외교통상부에 편입시키려고 하는 방침은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를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에 우리는 통일부가 독립부서로 존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인수위 개편안에서 천명하는 ‘외교와 통일의 연계로 시너지 도모’라는 목표의 실현방안이 통일부와 외교부의 통합으로 나온 것은 지나치게 표피적 시너지 효과만을 노린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일궈가야 할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통일의 달성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위해서는 ‘시너지 파괴(de-system energy)’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통일부 존치 주장과 관련해 이들은 “‘외교’와 ‘남북관계’는 하나의 주체가 추진할 수 없다”는 논리를 주장했다. 성명은 “남북 관계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정리된 대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보아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우선하는 입장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북한을 외국으로 볼 때는 헌법에 위배되고, 특수관계로 볼 때는 외교적 입지를 스스로 허물 수밖에 없는 모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수많은 진통 끝에 남북관계가 발전해 왔지만 아직 유아기적인 남북관계의 지속성을 허물만한 변화”라며 “통일부가 그동안 지극히 제한적인 정책수단을 가지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해 왔으며 대북인도지원단체들도 적극 협력한 결과 북한은 미흡하나마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며 스스로도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또 이밖에도 “국제사회와 국민들에게 정부가 통일 문제를 스스로 평가절하 한다는 메시지로 인식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통일을 위한 노력은 있지만 그 이후를 대비한 구체적인 준비는 아직 시작하지도 못했는데, 이 일을 전담할 중요한 부서가 사라진다는 것은 또 다른 역사의 반복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6.15선언 관련 행사에만 60억원… “폐지 바람직” 주장도

기독교계 내에는 이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개혁 단행에 대해 찬성하는 주장도 있다.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는 20일 주일설교에서 “하나님이 주신 긍휼의 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취지로 설교를 전하는 등 차기 정권의 행보에 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통일부의 폐지에 찬성하는 주장들은 그동안 통일부가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반미, 반보수, 반한나라당의 성향이 짙었던 6·15실천 남북공동행사에 큰 비중을 두고 국고를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통일부는 2001년부터 2007년 9월까지 한총련 계열 단체들이 참여하는 6·15선언 관련 행사에 약 61억7500여만 원의 국고를 지원했다. 또 일각에서 적화단체로 지칭되는 강경한 친북성향 단체들의 방북을 허가하고 이들의 행사도 지원했다.

이 밖에 지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조총련 동포 고향방문단 지원에도 1억2400만원을 사용했고, 북한 봉수교회에는 4억8200만 원, 김일성종합대학에는 9억2000만 원을 지원했다. 2005년 8월 민노당이 평양 애국열사릉을 참배할 때는 3900만 원, 2006년 5월 민주노총이 평양 혁명열사릉을 참배할 때는 7000여 만 원을 지원한 사례도 있다.

통일부의 폐지와 관련 교계 내 북한전문가로 알려진 한 인사는 “역대 통일부장관 중에는 북한의 남침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인물도 있는 등 통일부가 기본적인 국가관에서 어긋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