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넓고도 심오한 지식을 가졌던 사람 중 하나로 평가되는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는 인류역사 발전 동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To live, to live well, to live better.” 다시 말해 인간은 자신을 압도하는 낯선 환경에 처했을 때, 생존하기 위해 온 힘을 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상태를 벗어나면 인간은 생존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추구한다. 이런 풍요로운 삶에 대한 기준은 끊임 없이 높아져서 인간과 인류 역사는 숨을 쉬는 한 과거 보다, 또 다른 사람 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화이트헤드 혜안은 마치 미국 이민생활을 하는 우리 모습을 설명하는 것 같다. 이질적인 문화와 언어를 마땅히 져야 할 질곡으로 여기며 자존심을 접었던 생존 시대가 지나고, 약간 풍요와 여유가 우리에게 왔을 때, 우리는 벌써 좀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좀 더 잘 사는 것,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성공’ 했다고 인정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나는 목사로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상담한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을 연결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삶과 생각 패턴을 발견하곤 한다. 내가 많이 만나는 사람 가운데 교포와 2, 3세 대학생, 그리고 우리 교단 한인, 미국인 목사이다. 묘하게도 이 각 그룹은 다른 그룹을 내가 평소에 지녔던 관점서 벗어나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도움 속에서 세 그룹을 살펴볼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각 그룹마다 생각하는 ‘성공’ 이라는 개념 차이다. 특히 한인 부모와 우리 2세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바람직한 삶의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는 아주 쉽게 무시와 분노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예일대학 학부에 재학중인 50~60여 명 한인 2, 3세(중국인 2, 3세 포함)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미래 향방, 부모와 갈등, 그리고 시간사용 우선순위이다. 많은 상담을 하지만, 상담 내용 중 80% 이상은 이 셋 중 하나이다. 이 중에서도 부모와 갈등은 학생을 가장 긴장하게 하고 낙담하게 하는 요인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저자는 다음 몇 가지를 들어 한인 부모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자녀 교육 문제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조급증: 재기는 없다?
부동 세계 1위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는 최근 리복이나 아디나스가 아닌 게임업체 닌텐도를 경쟁상대로 규정했다. 그 이유는 고객 “시간 점유율” 이었다. 나이키 주 타깃인 청소년이 닌텐도 게임에 몰두하면서 그만큼 운동을 즐기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끔씩 우리 적은 역설처럼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스피드 시대라고 해서 우리는 무엇이든지 빨리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와 행동이 실제로 우리를 세우기 보다는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바쁠수록 우리는 시계만을 들여다 보기 보다는 가끔씩 나침판을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바쁘게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가? 방향과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면 나의 달음질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현대인은 많은 경우 나의 방향과 목적을 다른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것에 맞추곤 한다. 하지만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베스트셀러는 무식한 사람이 읽는 책이다”라는 비꼬는 말을 했다. 대중이 지지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나의 철학이 없이 살아가고 자식 교육을 시키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바라보면서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우리의 삶에 30%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30정도 여유가 있어야 창조와 예술과 자기 성찰이 나오지 않겠는가? 나를 포함한 우리 교포는 너무 바쁜 와중에 생존하기 위해 살다 보니 30% 여유는 그저 사치스러운 말처럼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과 삶의 패턴을 자식에게도 은연중 강요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일상 삶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30%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강요 틀 속에서 자라온 우리 아이는 대학생이 되면 부모을 대화 상대라기 보다는 편협적인 삶의 철학으로 무장한 옹고집의 사람으로 인식해 버린다. 의사나 변호사 이외의 직업은 행복을 ‘보장’ 할 수 없는 길로 치부해 버리고, 암묵적으로 ‘재기란 없다’ 라고 다그치는 부모 앞에서 아이는 가치관의 혼돈을 겪는 것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 부모는 소유와 존재 차이, 삶의 의미 등 다소 무겁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 앞에 나를 세워야 할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우리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상상력 (Imagination) 없는 획일성
근세기에 들어 세계화를 가장 실감나게 설명한 사람은 뉴욕 타임즈 국제문제담당 칼럼리스트인 Thomas L. Friedman 일 것이다. 그간 쓴 ‘Lexus and Olive Tree’와 ‘The World Is Flat’는 정치 경제를 잘 모르는 대중에게까지 세계화를 심도 깊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유용한 책이다. 그의 책에서 일제 고급자동차 Lexus는 전세계 협조 속에서 만들어 지는 세계화 심볼이다. 반면 아랍국가 국기에 등장하는 Olive Tree는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없어지지 않는 민족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화 시대에도 각 민족 정체성은 없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후 몇 년 뒤에 출간된 The World Is Flat에서 Friedman은 세계화에 편승하지 못하는 정체성은 세계와 지역 사회에 해악이 된다는 다소 강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화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단정한다.

이 세계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세계시민은 자기 고유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사고와 삶을 흡수하는 유연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우리 한인는 흔히 자식교육 결과로 보는 대학 (university)이라는 단어 자체도 다양성(diverse) 속의 통일성(unified) 이라는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이 시대에 맞는 교육 목표는 고유성과 포용성, 다양성과 통일성을 아우르는 건전한 세계 시민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

우리 한인 삶을 들여다 볼 때, 한인사회 혹은 한국에서 직수입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포용성과 다양성 능력이 심히 고갈돼 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런 삶의 방식이 우리 자녀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에 익숙하지 못할 수록, 상상력은 줄어든다. Friedman 말처럼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 없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녀에게 어떻게 상상력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 봐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3. 신앙교육 필요성
누가는 예수님 성장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예수는 그 지혜와 그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 사랑스러워 가시더라” (누가복음 2:52). 예수님은 지적(그 지혜), 신체적(그 키), 사회적(사람에게) 성장과 아울러 영적인(하나님과) 성장을 같이 하심으로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루셨다는 것이다.

영적인 성장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자체를 깊고 넓게 해준다. 세상교육이 중요시 하는 것은 부(wealth) 와 효율성(efficiency)이다. 하지만 여기에 부족한 것은 나눔과 비움과 희생의 가치이다. 영적인 성장은 이런 가치를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 이런 성장이 없이 어찌 우리 삶에 균형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많은 한인은 영적 성장이 세상 부를 축척하는데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연 이 생각은 옳은 생각인가? 지난 5월 13일 US New & World Report 에서는 미국 재계와 경영학계 리더로부터 꼭 읽어야 할 경영서 다섯 권씩을 추천 받았다. 그 책 중에는 응답자 모두가 추천한 책이 딱 한 권 있었는데 그것은 Good To Great 라는 책 이였다. 스텐퍼드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Jim Collins와 20명 연구원이 수년간에 걸쳐 성공한 기업 특징을 밟힌 이 책은 우리에게 영적 성장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기업을 크게 성공시킨 CEO는 하나 같이 겸손하고 근면하며 희생적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놀라운 발견인가? ‘겸손’ ‘근면’ ‘검소’는 기독교를 비롯한 대부분 종교가 추구하는 영적 성장 열매가 아닌가?

저자는 우리 한인이 자식교육과 관련해 꽉 막힌 수학 공식과 같은 성공신화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한다. 저자는 한인 2세가 숲과 같은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숲은 그 속에서 기생하는 많은 작은 것을 평화롭게 안아준다. 숲은 사시사철 시간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여유 있게 수 많은 변화와 조화를 이뤄낸다. 그리고 숲은 청정하고 깊다. 그래서 그 속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새로운 삶의 의지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