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 발표를 앞둔 한국 사회처럼 미국에서도 12월이면 대학 원서를 보내는 일로 수 많은 가정이 긴장 상태에 들어갑니다.

며칠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8개 명문대학교에 가장 많은 학생을 보낸 고등학교를 발표했습니다. 하버드대학을 위시해서 주로 미국 상류층에서 선호하는 8개 대학 재학생 출신 고등학교를 조사했습니다. 졸업반 정원에 비해 8개 대학에 진학한 학생 비율이 높은 고등학교를 골랐습니다. 한국 대원외고와 민족사관고등학교가 각각 13위와 25위에 올랐습니다. 자녀교육을 위해서 역 이민하려는 사람이 생길 것 같습니다.

명문 고등학교나 명문대학교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가진 분도 많을 것입니다. 명문 대신에 다른 표현을 붙인다고 해도 영향력에 있어서 따라 잡을 수 없는 학교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사회에서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대학 동문회가 있습니다. 때로 수십 명에 불과한 작은 규모이지만 미국 최고 평가 순위를 자랑하는 대학 출신이 연결된 동문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합니다.

앞으로 대원외고와 민족사관고가 지속적으로 매년 수십 명씩 국제적인 명문대학에 진학 시킨다면 수십 년이 지나 수백 수천 명 동문을 만들게 됩니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3년을 같이 먹고 자던 동문이 미국 대학에서도 같은 캠퍼스에서 수년을 함께 공부하게 됩니다. 수천 명 동문이 깊은 동류의식을 갖고 국제 사회에서 활동하면서 거대한 영향력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10여 년 전 한국에서 대안학교 바람이 불 때 대형교회 목회자나 크리스천 기업인이 학교를 세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복음과 민족을 위한 일군을 길러내는 학교를 구상하는 분과 만나 많은 대화를 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늘 당부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교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규모 기숙학교를 하면서 신앙 의식화와 생활화를 함께 이루고 지명도 높은 미국 대학교에 바로 진학할 수 있는 국제적인 교육을 시도해야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모든 대안학교가 다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한국 사회에서 뿌리내리고 자리 잡은 건강한 크리스천 시민을 키워내는 학교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주 소수 크리스천 대안학교가 국제적인 기준 교육을 제공하고 유럽과 미국에서 인정받는 대학에 진학시켜서 국제적인 영향력을 얻은 인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한국 교회는 한 세대가 지나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한국 근대화 역사에서 일제시대에 세운 기독교 계통 학교가 배출한 인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통 있는 교육기관을 세운 신앙 선배는 당대에 평범한 시민을 배출하려고 학교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살벌한 국제사회에서 민족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는 지도자를 만들기 위해서 세운 것입니다. 그들이 세운 학교는 선진국에서 최고 명문 학교를 졸업하고 멀리 조선 땅에 찾아 온 선교사의 영향력으로 인해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선진적이고 국제적인 스탠더드를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학교도 대부분 크리스천 지도자를 만들기 위해서 세워진 학교입니다. 한국 교회 지도자와 기업인이 역사의식과 국제 감각을 가지고 오고 오는 세대를 위해서 임팩트 있는 교육 투자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