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목사님, 숨 가쁜 성탄절이 또 찾아 왔네요” 하는 말을 던지고 나를 지나쳐갔습니다. 그가 자기 자신을 두고 한 말인지, 나를 생각해서 한 말인지 분간이 안 되어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자신과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두고 한 말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분주해지는 계절임에는 틀림없으니까요. 가정, 교회, 거리와 샤핑몰 등 어느 곳이나 숨찬 사람들의 발걸음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실감나는 성탄절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기 예수께서 이 땅에 탄생하시던 첫 성탄도 그랬을 테니까요. 가이사 아구스도가 천하로 다 호적하라고 영을 내린 후 온 세상은 말할 수 없이 분주해졌을 것이 당연합니다. 갈릴리 나사렛에서 유대 베들레헴까지 만삭이 된 몸을 이끌고 가는 그 여행은 숨 가쁜 발걸음이 아닐 수 없었겠지요. 갑자기 몰려든 투숙객으로 말미암아 여관 주인도 정신없이 분주했을 것이고. 큰 별을 보고 먼 길을 달려온 동방박사들도 얼마나 숨이 찾을까요. 양떼를 그냥 들에 두고 천사의 말대로 이루어진 것을 보려고 베들레헴까지 급히 달려갔던 목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헤롯의 왕궁도 갑자기 찾아온 동방박사들로 인해 무척 바빠졌습니다. 새로 태어난 아기 왕으로 인해 헤롯의 마음은 안절부절 정신없었고, 그 아기를 찾아내라는 헤롯의 명령에 따라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이 정보를 뽑아내느라 바삐 움직였고, 아기를 찾아 죽이려는 병사들의 발걸음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성탄절은 그 시작부터 어쩔 수 없이 숨 가쁜 절기가 되어온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분주한가 하는 것이겠지요. 마리아와 요셉, 목자들과 동방박사들은 만민의 구세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탄생시키며, 찾아가 경배하는 일로 분주했습니다. 그러기에 숨 가쁜 중에도 그들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평화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베들레헴의 여관 주인은 돈벌이에 정신없어 하나님의 아들, 만유의 구주로 탄생하신 예수 가 바로 옆에서 탄생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헤롯과 그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위와 권력을 유지하기에 급급하여 오히려 큰 죄악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이 성탄절에 우리는 무엇으로 인해 바빠지고 있습니까? 재소자들의 아이들에게 보낼 엔젤트리 선물준비, 할렘의 노숙자들과 나눌 사랑의 음식과 선물 준비,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마련하는 식탁준비, 병약자들을 방문하여 들려줄 노래 준비, 탄생하신 예수님께 드릴 찬양과 예배준비에 바쁜 발걸음들을 주변에서 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기쁨에 숨 가쁜 모습”들입니다. 빛과 생명의 주로 오신 아기 예수가 우리들의 마음, 가정, 교회의 중심에 계심으로 분주한 중에도 하늘의 기쁨과 평강을 만끽하는 성탄절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