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카르툼 한 학교에서 7살짜리 학급 아동에게 테디 베어 이름을 ‘마호메트’로 짓도록 허락했다가 신성 모독죄로 실형을 선고 받은 54세 영국인 여교사 질리언 기번스가 3일(현지 시간) 수단 대통령 사면으로 석방됐다.

이번 사면은 두 명 영국 무슬림 상원의원이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에게 기번스 석방을 요청한 데 따라 이뤄졌다.

기번스 석방을 요구해 온 영국 외무부는 이같은 소식에 환영을 표시했으며,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매우 기쁘고 안심했다. 상식이 승리한 것이다”고 밝혔다.

기번스는 지난 9월 동물에 관한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하면서 아동에게 학급 인형인 테디 베어 이름을 짓도록 제안했고, 23명 중 20명 아동이 투표한 ‘마호메트’란 이름을 인형에 붙이도록 허락했다가 이를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에 대한 모독이라고 느낀 학부모 신고로 체포돼 지난 29일 15일간 구금형과 추방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수단 정부는 3일 알-바시르 대통령이 두 영국 무슬림 상원의원의 석방 요청을 수락하고 오는 10일 석방 예정이던 기번스 사면을 허락했다고 알렸다. 알-바시르 대통령은 사면 이유에 대해 성명에서 “기번스는 수단 손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한 수단 당국자는 정부가 사면을 두고 고심했으며, 대통령은 이 사건이 이슬람혐오증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영국 무슬림 상원의원들의 우려에 설득됐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4일자 기사에서 이번 사면 결정은 알-바시르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선 30일자 기사에서 NYT는 이번 사건은 다르푸르 유혈사태로 인한 수단 정부와 서방 세계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번스는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NYT는 알-바시르 대통령이 그의 주요 지지자들인 무슬림 강경파들을 자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기번스의 사면을 결정한 것은, 더 이상 수단 정부를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켜서는 안된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번스는 사면 직후인 3일 밤 9시경 카르툼을 떠났으며 아랍에미리트 항공편으로 두바이를 경유, 4일 오전(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 도착했다.

그녀는 신성 모독죄를 중죄로 다스리는 수단 법 샤리아에 따라 40대의 태형과 6개월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으며, 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카르툼에서는 성난 무슬림들이 기번스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불태우는 등 분노를 표시하며 그녀의 사형을 요구하는 시위를 여러 차례 벌여 왔다.

사면 조치를 앞두고 발표한 사과문에서 그녀는 “나는 수단에 겨우 4개월 있었지만 내 방식대로만 행동했다. 수단인들은 내게 친절과 관용을 보여 줬다. 나는 이슬람에 대단한 존경심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