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문화를 뛰어넘는 복음 공동체, '전 세대가 함께 걷는 교회' 모델 제시

시애틀 형제교회(담임 권준 목사) 영어예배(담당 이재우 목사)가 2주년을 맞이했다. 시애틀 형제교회 영어예배는 기존 미주 한인교회의 EM사역과는 다른 형태로, 한어권 영어권 구분 없이 영어로 예배드리는데 불편함이 없는 부모와 자녀 그리고 다음세대가 함께 영어로 드리는 예배다. 

영어예배는 한어 목회와 영어 목회가 같은 비전으로 세대와 문화, 인종을 넘어 3세대가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고 함께 성장하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이민교회라는 특수한 환경 가운데 언어와 문화, 세대와 인종을 넘어 3세대가 함께 '한 교회, 하나의 비전'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세운 것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미주 한인교회에서는 한어권과 영어권 사역이 별개의 조직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시애틀 형제교회 영어예배는 '독립적 영어권 사역(EM, English Ministry)'이 아닌 '하나의 교회 안에 함께하는 예배'를 지향했다. 그 중심에는 영어예배 담당 사역자의 헌신과 더불어, 영어권과 다음 세대를 향한 한어권의 깊은 배려가 있었다.

영어예배를 담당하는 이재우(알렉스 이) 목사를 만나 그간의 여정과 비전을 들어봤다. 이하는 일문일답.

-영어 예배가 2주년을 맞았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도 많았습니다. 시애틀 형제교회 영어예배, 어떻게 한어권과 함께 공존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나요? 

"미주 한인 이민교회에서 한어사역과 영어사역을 나누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언어와 문화, 세대가 다르다는 이유일 텐데요. 형제교회 영어권 예배는 언어와 문화,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 모두에게 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복음의 능력을 붙들었습니다. 교회가 추구하는 방향을 모든 성도들이 공유하고 하나의 교회라는 DNA를 갖기 위해 설교 메시지도 한어권과 영어권 메시지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어권 성도들을 향해 한어권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해 주시고 배려해 주시는데요. 한 예로 설교 시리즈를 위해 영어권과 한어권 사역자들이 모여 보통 3개월 정도의 분량을 미리 준비합니다. 한어권의 표현들을 영어 표현으로 옮기다 보면 영어권 성도들은 조금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영어권에서는 직접적인 번역을 하기보다는 의미를 번역할 수 있는데요. 저희 교회는 이럴 경우 한어부가 영어권에 맞춰서 표현을 바꿉니다. 한어권 설교 제목도 영어권 표현에 맞춰 변경합니다. 영어권 예배에 배려를 많이 해주시는 거죠. 

기념이나 부활절, 크리스마스 같은 절기에는 권준 목사님 직접 오셔서 설교를 해주세요. 그래서 저는 영어권 사역 담당 목회자이고, 담임 목사님은 권준 목사님이세요. 영어권 성도들도 모두 우리 시니어 패스터는 권준 목사님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시애틀 형제교회의 법적인 이름은 "Community Church of Seattle"이거든요. 그런데 영어권 완전히 백인 사람들 중에는 저희 교회 이름을 '형제처치'라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같은 비전과 캐릭터를 가지고 사역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 형제교회가 하는 거의 모든 사역에 통역을 제공했습니다. 한어권 사역을 하면 영어 통역을 하고요. 영어권 사역을 하면 한국어 통역이 제공됩니다. 그래서 교회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형제교회는 매년 20개가 넘는 사역들이 진행되는데, 영어권 테이블을 배려해서 통역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그렇게 되니 영어권 교인들도 같은 DNA를 가질 수 있었었던 것 같습니다. 

미주한인교회에서 영어권이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개 한어부에서 '우리가 이렇게 할 테니, 너희는 따라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데, 저희는 함께 맞춰갈 수 있는 것이 굉장히 감사한 것 같습니다."

시애틀 형제교회 영어예배 2주년 감사예배
시애틀 형제교회 영어예배 2주년 감사예배에서 성도들이 뜨겁게 찬양하고 있다

- 영어 예배를 시작할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으로 돌아가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왔기 때문에 한어권 문화에 익숙합니다. 그리고 영어 예배를 담당하기 전에 영어권 청소년 사역을 13년 동안 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한어권 사역을 해보고 싶었는데, 권준 목사님께서 '영어 예배 사역을 맡아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동안 미주한인이민교회에서 영어권 사역이 독립적으로 이뤄진 사례는 많았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한 교회 안에 영어예배가 이뤄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그때 권준 목사님께서 저를 많이 격려해 주셨고, '우리가 하는 사역이 새로운 시도이며, 한어권과 같은 비전 같은 방향성으로 간다'라는 말씀을 듣고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영어예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달려올 사람들이 저는 제가 가르쳤던 청소년 아이들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영어 예배를 시작하니 형제교회에서 자라서 가정을 꾸리고 영어권 사역에 참여했던 분들이 다시 돌아왔어요. 왜냐하면 '나는 형제교인이다'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우리 청소년부를 졸업한 대학생 청년들이 많이 돌아왔고요.

세 번째는 국제결혼 가정들인데 저는 사실 그렇게 국제 결혼하신 가정이 많은지 몰랐어요. 그리고 아내는 한어권인데 남편이 2세권이라던지 아니면 반대의 경우라던지요. 남편 혹은 아내가 영어권이어서 한 명은 예배를 드리지만 다른 한 명은 참여를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거죠. 아내들 가운데 남편들이 2 세인들이 많은데 '내 남편이 이렇게 희생하는지 몰랐다'라고 할 정도로 이제 서로를 배려하는 예배가 되어서 감사합니다."

시애틀 형제교회 영어예배 2주년 감사예배에서 설교하는 이재우 목사
시애틀 형제교회 영어예배 2주년 감사예배에서 설교하는 이재우 목사

- 한어권과 영어권의 화합, 무엇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하세요? 

"사실은 '이게 정답입니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저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인 거죠. '영어 예배는 이게 답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예배가 한어 예배와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가장 주요했던 부분은 담임 목사님의 목회 철학인 것 같아요. 자칫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권준 목사님은 1.5세니까 그렇게 할 수 있지, 나는 한국에서 온 1세라 안된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요. 제가 2세 청소년 유스 사역할 때 영어가 많이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유스 사역 어렵지 않아요?'라고 많이들 위로하셨어요. 그때마다 저는 '아니요 제일 쉬워요'라고 말했거든요. 말이 안 통하면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진심만 통하면 돼요. 언어의 장벽도 있고, 문화의 장벽도 있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내가 진심으로 너를 사랑하고 내가 진심으로 너를 케어한다'는 마음이 연결되면 제가 나중에 그 아이들을 한국말로 훈육해도 받아들이더라고요. 

저는 그걸 경험했거든요. 한어권 담임 목사님들이 영어권 사역자들과 대화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더라도, 밥도 같이 먹으면서 '우리 같이 꿈을 꾸자, 같이 한번 해보자'이렇게 다가가는 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미주한인교회에서 영어권 사역자도 아시안 아메리칸 혹은 코리언 아메리칸인 경우가 많거든요. 아시안 혹은 한국인의 정서가 있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주고 맞춰간다면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애틀 형제교회 영어예배 찬양

-영어 예배 정착 후 성도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저희 1부와 2부 예배는 한국어 예배고요. 3부는 영어 예배입니다. 한어권 성도님들 가운데 가끔 늦잠을 주무실 수 있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럼 3부에 나오셔서 통역을 들으시면서 영어 예배를 드리세요. 3부 예배에 나오시는 분들 중에는 오후에 스케줄이 있으시면 1부와 2부에 나오세요. 한 교회인 거죠.  언어와 문화, 세대를 넘어 복음 안에서 하나 되는 교회를 지향하는데요. 한어권과 영어권 예배가 벽이 낮아지고 1세와 2세의 담이 보이지 않는 그런 교회가 되는 것 같아요."

-미주 한인교회 내에서 차세대를 향한 고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미주 한인교회 차세대 부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형제교회에서 청소년부 사역을 하면서 교육부 디렉터를 했는데요. 사역을 하면서 느낀 부분이 담임 목사님께서 예산의 많은 부분을 교육부에 배려하세요. 담임 목사님께 교육부를 위해 이런 예산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항상 '잘할 수 있냐?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냐?' 그래서 '그렇다'고 하면 허락해 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는 교회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툰타운이라는 VBS를 할 때는 전 교회가 선교도 못 갑니다. 그때는 모든 사역이 멈춥니다. 저는 형제교회 오기 전까지 그런 교회는 처음 봤거든요. 인턴부터 파트타임, 하프타임, 풀타임 모든 사역자들이 다 나와야 돼요.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올인을 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아끼면서 어설프기보다는 투자를 해서 최고의 것을 주자'고 합니다. 차세대 부흥과 회복을 위해서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진심이세요. 

다음 세대는 더 이상 표어가 아닙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의 '희생'이 있어야 되고, 그것을 위해서는 '이해'가 있어야 되고, 그것을 위해서는 '협력'이 있어야 됩니다."

시애틀 형제교회 영어예배 청소년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재우 목사
시애틀 형제교회 영어예배 청소년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재우 목사

-요즘에는 차세대 교육이 교회만의 몫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교회에서의 교육이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에서 이뤄지는 신앙 교육은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합니다. 저희 교회에서 이뤄졌던 사역 중에 좋은 모델이 있었습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반에 걸쳐서 '가스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남침례교단의 라이프웨이에서 나온 과정인데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모든 성경을 3년 동안 보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가정통신문처럼 이메일도 보내는데요. 부모가 듣는 설교부터 유스 청소년, 유년부, 유치부, 영아부까지 같은 내용을 보게 됩니다. 그러니 '오늘은 교회에서 무엇을 배웠니?'라고 묻지 않게 됩니다. 같은 것을 배웠으니까요. 말씀 가운데 느낀 점과 깨달은 부분을 가지고 가정에서 대화가 가능했고요. 가스펠 프로젝트 가운데 디너 테이블 톡(Dinner Table Talk)이라는 과정이 있는데, 저녁 식사 중에 가정에서 함께 성경을 나눌 수 있고요. 

저희는 또 공동체 30일이라는 것을 1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데요. 이 기간 동안도 모든 성도들이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같은 메시지를 보게 됩니다. 이런 부분들이 다음 세대와 부모세대를 이어주게 됩니다. 미국 교회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유스 아이들도 부모님과 예배를 같이 드리는 부분입니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 부모님들이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신앙을 나누게 됩니다. 한인 이민교회는 부모들과 자녀세대의 언어가 달라서 따로 예배를 드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같은 본문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말씀과 신앙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끝으로 미주한인교회의 차세대 부흥을 위한 제안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형제교회에서 경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요. 차세대를 향한 비전과 꿈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고요. 그 다음은 아이들의 눈높이게 맞춰주는 배려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권준 목사님은 다음 세대를 향한 꿈과 비전으로 성도들을 이끄시고요. 그리고 VBS에는 아이들과 같은 티셔츠를 입고 나와 설교하십니다.  그리고 주일마다 목사님 방을 오픈해서 아이들이 사탕을 픽업할 수 있도록 하세요. 어린아이들은 권 목사님을 '캔디 목사님'이라고 불러요. 권 목사님이 안 계실 때 문이 닫혀있으면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목사님을 가깝게 여깁니다. 작지만 이런 부분들이 교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같아요. 

권 목사님은 제가 옆에서 9년 정도 봤는데 항상 꿈이 있으시고 도전하세요. 무모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이 도전을 받고 꿈을 꾸게 됩니다. 영어 예배도 마찬가지였고요. 교회마다 상황과 형편이 다르지만 먼저는 차세대를 향한 꿈과 비전을 가지고 그다음은 배려와 투자가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 사역자가 없는 교회들도 있지만 다음 세대 사역자가 있다면 그 사역자들을 격려해 주고 케어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차세대 사역자들 가운데 담임 목사님과 거의 교류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요. 담임 목사님께서는 사역자들과 함께 식사하시면서 '나에게는 이런 꿈과 비전이 있다'는 것을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유스 사역자들도 분명 성장해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들에게 멘토가 되어 주셔서 사랑과 관심으로 가르쳐주시고 소통해 주시는 것이 큰 배려입니다. 그런 목자의 심정이 유스 사역자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