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은 저와 362명의 탈북자들에게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분이셨습니다. 세상은 크고 화려한 것을 위대하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목사님의 삶이 얼마나 크고 깊었는지, 그 조용한 헌신과 사랑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꿨는지를요. 목사님과의 추억을 평생 제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품는 길을 끝까지 이어가겠습니다." 

탈북자 선교에 평생을 바친 윤요한 목사의 천국환송예배가 지난 2일, 린우드 베다니교회(담임 최우리 목사)에서 거행됐다. 

이날 천국 환송예배는 지역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모인 가운데, 생전 고인이 베풀었던 큰 사랑을 기억하며 예수님을 쫓아 복음을 삶으로 드러냈던 고인의 생애를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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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예배는 하성진 목사(벨뷰사랑의교회)의 기도에 이어 생전 고인과 동역했던 변인복 목사(시애틀큰사랑교회 원로 목사)가 추모사를 전했다. 이어 고인의 도움으로 탈북해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조은혜 양이 눈물로 추모사를 전했으며, 어린 시절 고인을 만나 예수님을 영접하고 목회를 하는 폴 김 목사(주기쁨교회)가 설교를 전했다.  

조은혜 양은 "무고한 목사님께서는 탈북자들을 도와주신 것밖에 없었는데 중국 공안에 체포돼 옥고를 치르셨다. 목사님이 체포되고 저희는 북송되면서 제 인생은 15살에 끝나는 줄 알았지만 하나님은 다시 기적을 일으키셨다"며 "목사님과 그분의 가족, 수많은 지인들의 기도와 헌신 덕분에 저와 저의 가족은 북한에서 구출되었고 2008년에는 UN을 통해 남민 지위를 받아 미국으로 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조은혜 양은 이어 윤 목사의 소박한 삶과 깊은 사랑을 돌아보며 "미국에서 다시 만난 목사님은 제가 상상했던 부자 할아버지와는 많이 달랐다. 저희는 늘 목사님이 큰 집에서 사시며 많은 물질을 가지신 분이라 여겼지만, 실제로는 작은 방 한 칸짜리 노인 아파트에서 아프신 사모님을 돌보시며 사셨다"며 "탈북자들을 긍휼히 여기셨던 목사님의 크신 사랑과 헌신의 삶을 늘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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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살로니가전서 4장 13절~18절을 본문으로 설교한 폴 김 목사 고인의 사랑과 믿음의 삶을 증거했다.  

폴 김 목사는 설교에서 "윤요한 선교사님은 언제나 하나님의 일을 우선으로 가정보다 교회를, 자녀보다 성도를 먼저 생각하셨던 분이었다"며 "안정된 생활과 삶을 추구하는 대신에 언제나 복음을 들고 빈들과 골짝을 찾아 예수님을 사명을 이루고자 하셨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고 윤요한 목사님은 천국의 영원한 삶을 사모하며 사셨고, 죽음은 천국을 향해 가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며 "신앙의 롤 모델이 되셨던 고인의 삶을 따라 우리도 멋지게 하나님께 쓰임 받는 인생의 여정이 되자"고 전했다.

폴 김 목사의 집례로 거행된 故 윤요한 목사 하관예배
폴 김 목사의 집례로 거행된 故 윤요한 목사 하관예배

한편 1941년 북한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윤요한 목사는 한국전쟁 중 월남, 신학을 공부한 뒤 농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1983년 미국으로 이민, 플로리다와 알래스카, 시애틀 등지에서 목회와 교회 개척에 힘썼다. 

1992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로 파송받아 북한 벌목공과 현지 한인들을 섬겼고, 1994년부터는 선교 무대를 중국으로 옮겨 조선족과 탈북자 사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고인은 26년간 중국과 러시아, 북한 접경지역에서 탈북자 1천여 명에게 임시 거처와 생필품을 제공하고, 300여 명의 탈북자를 한국과 미국 등지로 망명시키는 데 앞장섰다. 

특히 2005년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 중 체포되어 15개월간 수감되는 고초를 겪었다. 출옥 후에는 미국 국회의 청문회, 미 국무부, 유엔 본부 등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증언하며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는 데도 힘썼다.

고향선교회(2002년 설립)를 통해 시애틀과 미국 전역, 한국에 탈북자 가족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착을 도왔다.  이러한 공로로 2007년 미국 인권단체 '트레인 재단'으로부터 '용기 있는 시민상'을, 2011년에는 대한민국 평통의장 표창장을 받았다.

윤 목사는 2019년 은퇴 후에도 탈북자와 북한 선교를 위한 기도와 후원 사역을 멈추지 않았다. 유가족으로는 배우자 윤선자 사모와 아들 윤창인(며느리 윤제니퍼), 딸 윤마리아(사위 황오현), 윤영옥(사위 김성임), 윤은혜(사위 이욱환), 그리고 손주들이 있다.

성탄절 선물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는 윤요한 목사ⓒ기독일보 DB
성탄절 선물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는 윤요한 목사ⓒ기독일보 DB
윤요한 목사가 수잔솔티 여사, 이희문 목사등과 함께 탈북민들에게 자유통일 감사상을 수상했다ⓒ권나라 기자
윤요한 목사가 수잔솔티 여사, 이희문 목사등과 함께 탈북민들에게 자유통일 감사상을 수상했다
사진전을 찾은 시민에게 윤요한 목사가 6.25 참상을 설명했다 ⓒ김브라이언 기자
사진전을 찾은 시민에게 윤요한 목사가 6.25 참상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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