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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형제교회 성환철 전도사 

시애틀 형제교회에는 미주한인교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직책이 있다. 바로 '총괄 디렉터'라는 직함인데, 이는 교회 사역의 전반적인 흐름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세우는 역할이다. 

성환철 전도사가 맡고 있는 '총괄 디렉터'라는 직책은 팀 목회 사역을 추구하는 미국 교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포지션이지만, 담임 목사와 당회를 중심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한인교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역할이다.

성환철 전도사는 2025 시애틀 형제교회 컨퍼런스에서 형제교회 운영과 사역 시스템 전반을 소개하면서 '본질을 향한 변화'를 도전해 참석한 목회자들과 교회 리더십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 교회의 문화와 시스템을 조율하는 그로부터 미주 한인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들어봤다. 사역의 분할과 유연성, 팀 목회, 투명한 의사결정, 비전의 명확성, 그리고 교회 리더십의 근본적인 자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성환철 전도사와의 일문일답.

-시애틀 형제교회에서 총괄 디렉터로서 어떤 사역들을 맡고 계신가요?

"저는 시애틀 형제교회에서 전체 사역을 코디네이트하는 총괄 디렉터로 섬기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교역자 역할과는 다르게, 행정, 재정, 온라인, UCiC(Christian Private School), IT, 그리고 HJ Servic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교회의 전반적인 흐름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세우는 역할입니다. 단순히 일을 분배하는 수준이 아니라, 교회가 '팀'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문화를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 요즘 교회들이 젊은 세대를 품기 원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젊은 세대 부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Why(왜)'라는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세대입니다. 삶에 있어서든 신앙에 있어서든, "왜 이걸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회가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제대로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교회는 질문을 믿음 없음으로 간주하곤 합니다. 그러나 '왜?'라고 묻는 것은 오히려 진정한 신앙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질문에 교회가 회피하거나, 무조건 순종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사역이 분명한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목회 리더십이 가지고 있는 비전과 사역의 분명한 이유에 대해 '답변할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질문을 환영하고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젊은 세대를 품을 수 있는 첫 걸음입니다. 질문하는 사람들을 의견을 수용하고 하나님의 나라의 비전을 위해 토론할 수 있는 포용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다면 교회는 젊은 세대에 오히려 더 매력적인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교회 의사결정 구조 역시 투명해야 합니다. 성도들이 자연스럽게 그 구조를 알고, 공감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 재정 역시 젊은 세대는 교회에 헌금을 하더라도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고 싶어합니다. 소규모 교회라고 해도 이런 투명성과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작지만, 그 구조 안에서 성장한다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2025 시애틀 형제교회 컨퍼런스 'Church Uplifting Church'에서 사역 시스템을 소개하는 성환철 전도사
2025 시애틀 형제교회 컨퍼런스 'Church Uplifting Church'에서 사역 시스템을 소개하는 성환철 전도사

- 실무적인 사역 시스템에서는 어떤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먼저는 '사역의 세부적인 분해'(Work Breakdown)이 필요합니다. 한인교회에서 사역을 한 번 맡으면 기한도 없이 무기한으로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방 봉사를 맡게 되면, 주일마다 계속 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마치 교회 주방을 책임지게 되는 것 같은 구조예요. 이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젊은 세대는 하루 종일 교회에 있을 수 없습니다. 일과 학업, 가정 등 삶의 다양한 영역이 있는 세대입니다. 이들에게 사역을 요청할 때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만 봉사할 수 있도록 구조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의 사고방식입니다. 

사역을 분할할 수 있으면 젊은 세대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기간과 범위가 있는 프로젝트처럼 교회 내 사역도 관리되고 지속 가능성이 생겨, 참여의 문도 넓어집니다.

- 그동안 팀 목회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셨는데요.  

"미국 교회들은 대부분 팀 목회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반면 한국 교회는 여전히 담임 목사 한 명에게 모든 결정이 집중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모든 결정을 목회자 혼자 감당해야 하고, 결국 목회자 개인의 번아웃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교회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목회 리더십에 참여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결정을 담임 목사 혼자 하다보면 효율도 떨어지고, 리더십의 지속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어떤 사역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결정은 계급이 아니라 논의와 합의의 결과여야 합니다. 이런 과정 가운데 다음 세대도 교회의 문화가 "높고 낮음이 아닌,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팀"으로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런 화합과 소통이 교회의 문화로 형성됩니다.

형제교회에서는 담임 목사님과 공동체 목사들이 동등한 수준에서 고민하고 토론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고, 때론 치열하게 논쟁도 하면서 '함께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갑니다. 이것이 건강한 팀워크의 시작이고, 다음 세대 사역자들에게도 반드시 전수되어야 할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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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형제교회 사역 문화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형제교회는 담임 목사님이 모든 걸 승인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각 사역자들이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가지고 사역합니다. 모든 일을 담임 목사님께 일일이 허락받지 않습니다. 
대신, 담임 목사님은 사역자들을 신뢰하시고, 사역자들은 그 신뢰에 책임으로 응답합니다. 이 구조가 없으면 목회자는 '컨트롤'에 집중하게 되고, 사역자들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 많은 교회가 사역 시스템을 갖추길 원할텐데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저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묻고,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그림도 역시 그려야 합니다. 대부분의 교회가 재정적 여유를 꿈꿉니다. 그러나 단지 재정적 여유가 생긴다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교회가 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자원이 들어오면 오히려 교회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Capability(수용능력)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축복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젊은 목회자들에게 항상 강조합니다. 먼저 그림을 그리고,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역이 진행되어야 하고, 그렇다면 어떤 사역자들이 필요한지가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구조를 만들어야 할지 깨닫게 됩니다. 비전이 확실하다면 때론 내 월급을 줄여서라도 팀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비전은 구체화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비전이라면 반드시 축복하신다고 믿습니다." 

-IT 사역도 담당하고 계시는데요. 끝으로 AI 시대에 교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조금 조심스런부분도 있습니다만 AI는 사역자들의 시간을 절약하고, 사역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구입니다. 많은 경우 '교회가 AI를 도입하면 설교문 작성을 대신하겠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AI를 통해 사역의 효율성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은 정말 많습니다. 

AI는 사역자들의 시간을 절약하고, 사역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구입니다. AI를 통해 일정 관리, 자료 분석, 콘텐츠 제작 등 수많은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 시간만큼 사역자는 사람들과 더 관계를 맺고, 말씀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AI는 거부할 대상이 아니라, 시대의 도구로 사역에 활용해야 할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