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기독일보) 훼드럴웨이제일장로교회 이민규 목사
(Photo : 기독일보) 훼드럴웨이제일장로교회 이민규 목사

밖을 나서 청정한 하늘을 바라보면, 따스한 햇살이 볼에 닿아 온 몸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한쪽 눈을 찡긋이 감아 보고 눈이 부셔 왼손의 손가락에 살짝 햇살이 새어나오게끔 얼굴을 가리며 손가락 사이 보이는 햇살을 마음껏 즐깁니다.

긴 우기의 우울함을 모두 잊게 하는 얄밉도록 아름다운 시애틀의 햇살이 본격적으로 우리 마음을 녹이고 있습니다. 높고 푸르며, 그리고 맑기까지 한 아름다운 자연에 그저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고마운 햇살을 손으로 만져 보며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이 햇살은 얼마나 먼 곳에서, 얼마나 긴 시간을 달려서 내게 왔을까?"

태양과 지구 사이는 약 9천 3백만 마일(1억 4,960만 km)입니다. 알기 쉽게 표현하면 한국과 미국을 편도로 13,600회 가야 하는 엄청난 거리입니다. 그렇다면, 이 햇살은 태양 표면에서 내 뺨까지 오는데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까요? 약 8분 19초 걸립니다.

빛이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 돌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엄청난 거리를 달려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조금 더 호기심을 내어 보면, 그토록 뜨거운 태양 표면의 에너지 중 얼마나 많이 나의 피부에 와 닿을까요? 그 뜨거움이 다 전달된다면 우리는 모두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약 0.000000045%의 에너지만 도달한답니다. 아주 극소량입니다. 그런데, 그 극소량의 에너지가 시애틀의 주민들을 이렇게 행복하게 합니다. 그것이 구름에 가려지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세상이 무너지듯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저는 하나님의 사랑에도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양처럼 타오르는, 아니, 그와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사랑의 에너지가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태양의 햇살처럼 따뜻하게 즐거워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봅시다. 이 따뜻한 주의 사랑은 얼마나 먼 거리를 지나왔고, 그 정도의 은혜가 내게 경험되기 위해서 우리 주님은 얼마나 큰 사랑을 내게 불태우셔야만 했는가 말입니다. 부모의 밤잠 못 이루는 내리사랑이 자녀의 뼈와 살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 왔는지 우리는 압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경험하는 호흡 하나의 허락하심도 얼마나 강렬한 주님의 사랑으로부터 왔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따스한 5월의 햇살을 느끼며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불태우신 주의 사랑을 묵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