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Photo : 최민기 선교사(SEED선교회)) 과테말라 현지인들.

사람에 따라서 회심의 순간이 비교적 분명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는 전자에 속하고 아내는 후자에 속한다.

아내는 모태신앙으로 평생을 교회에서 자라온 사람이다. 장모님은 전도사님이신데, 신학을 마치자마자 처녀 때 교회를 개척하였다.

교회가 한 번도 세워진 적이 없는 시골 마음에 교회를 개척하여, 많은 고난을 겪으셨다. 지금 그 시대 간증을 들으면 비상식적인 것을 뛰어넘어 범죄에 가까운 수난을 당하신 일이 많다.

예를 들어 마을에 교회가 생기는 것을 싫어한 사람들이 교회에 독사를 풀었다든지,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똥물을 뿌린다든지 그런 일들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그 시절 개척교회의 일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개척한 교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목사님을 모셨고 그 교회가 지금도 남원의 시골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에서 자란 아내는 교회가 학교보다도 더 편하고 친근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태신앙 인들이 대체로 그렇겠지만 뜨거운 신앙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분명한 회심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하나님을 믿고 있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모태신앙 인들은 겉으로는 느슨하고 열정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신앙의 뿌리가 든든하여 잘 흔들리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어릴 때는 성당에 다녔는데 그마저도 상당히 띄엄띄엄 다녔기에 내 기억에 “복음”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말도 전혀 이해 못 했던 것 같다. 아니라면 오히려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강했다. 왜냐하면 내 학창 시절에는 락과 헤비메탈이 유행하였는데, 지금 아이돌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때 당시 내가 좋아하던 밴드들의 기본적인 컨셉은 반기독교였다. 좀 더 센? 그룹들은 자신들이 “사탄의 아들들”이라고 자칭하며 무대에서 닭을 잡는 등의 기괴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였다. 그런데 그러한 행동들이 오히려 호응을 얻어 더 인기가 올라가곤 했다. 그래서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라는 것이 복음전파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던 중 대학 졸업을 앞두고 복음을 직접적으로 전해준 전도자를 만났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사도행전16:31),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 하였더라”(사도행전4:12)

전도자는 두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원색적으로 전했다. 내가 하나님 앞에 얼마나 큰 죄인이고, 죽을 수밖에 없는 나를 구원하실 분은 예수님뿐임을 확신 있게 이야기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예수가 인류의 죄를 위해 십자가 진 것을 알았고,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린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와 직접적인 관계없는 사건이었다. 그런 이야기는 진부한 종교적 가르침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달랐다. 내가 끔찍한 죄인이라는 사실과 예수님께서 나의 죄를 위해 죽으셨다는 사실이 믿어졌다. 생각해 보니 내가 찾는 하나님은 힘이 세거나 내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라기보다는 나를 위해 죽어줄 수 있는 절대적 사랑의 존재였다. 내 영혼이 그런 존재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내 육신이 깨달았다고 할까…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내 속에 있는 것들아 다 그의 거룩한 이름을 송축하라 (시편103:1)

그날,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나를 위해 죽어주심으로 나의 하나님이 되셨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 앞에 회개의 눈물을 흘리며 예수님을 나의 진정한 주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믿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주님을 위해 나의 삶을 바치겠다고 결단했다. 그때 나는 사명자가 된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불확실한 실체를 절대적으로 신봉할 때가 있다. 그래서 ‘믿음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성장할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하지만 정말 믿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는가? 과연 지금, 오늘, 나의 믿음이 예수님을 믿고 결단한 ‘그날’의 믿음보다 크고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신앙이 다듬어지고, 태도가 성숙해졌으며, 성경 지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순수한 “믿음” 자체만 놓고 본다면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날 밤 전도자는 나의 회심에 도장을 찍듯이 마지막 질문을 했다. “주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나는 대답했다. “지금 내 안에 계십니다” 그 하나님이 지금 오늘도 내 안에 살아계신다.

“그 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 (요한복음 14:20)

최민기 과테말라 선교사 가족.
최민기 과테말라 선교사 가족.

* 최민기 목사 *

중남미 과테말라에서 선교사(SEED선교회)로 헌신하며, 세계한인재단(WKF) 과테말라 선교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의 풍부한 목회경험과 선교학박사로서의 학문적 바탕을 선교현장에 적용하며 구현하고 있다. 큐티 전문강사로도 활발히 활동하며 큐티교재를 집필하였고, 라디오방송 큐티프로그램 진행자, 국제학교 교목 등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 확산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 저서로는 [진심이 열심을 이긴다], [라이프스타일큐티] 등이 있다. 현재 사랑하는 아내 양정현 선교사와 사춘기 세 딸(주화, 주빌리, 요벨)과 함께 과테말라에 거주하며 교육선교, 목회자양육, 교회개척, 화산마을 구호활동, 성경배포 등의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

CTS선교편지 과테말라
 https://www.cts.tv/mission300/detail_mission/536/9626

1분 선교영상 (유투브채널 @qtplus)
 https://youtu.be/LmR1rC3UBoU

과테말라선교이야기 도서[진심이 열심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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