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에큐메니칼 그리스도 이해에 영향을 준 또 하나의 요소는 방콕 CWME (Commission on World Mission and Evangelism)가 제시한 구원 개념이다. 1972년 12월 27일부터 1973년 1월 12일까지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열린 방콕 CWME 대회는 선교신학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인 구원(salvation)을 주제로 개최되면서 세계교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방콕의 '오늘의 구원' 이란 주제는 1963년 멕시코 CWME 대회와 연관성을 지니는데, 멕시코 CWME는 "세속화된 세계 속에서 그리스도가 제시하는 구원의 형식과 내용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방콕의 주제 역시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방콕은 참석자들에 의해 경험되어진 구원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하고 연구하면서 구원의 개념을 형성하게 되었다.  

방콕은 이상과 같은 포괄적인 접근방식을 가지고 '오늘의 구원'(Salvation Today)이란 주제를 내걸고 기독교의 구원론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였다. 이러한 구원 이해는 복음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새롭게 하였다. 먼저 방콕은 기독론적 복음을 분명히 하면서 인간의 전 실재와 관계 맺는 복음을 언급한다. 즉 만물을 예속에서 해방하는 단순하고도 포괄적인 (simple and comprehensive) 기독론적 복음을 말한다. 

아울러 그 복음은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항하여 투쟁 (struggle)하는 일에 우리로 하여금 헌신하게 하는 복음이다. 이와 같은 복음 이해 위에서 포괄적인 구원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포괄적인 구원 개념이란 전통적인 영혼 구원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경제정의,' '정치적 억압,' '인간의 소외,' 그리고 '인격적 삶의 좌절' 등으로부터의 해방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방콕의 구원이해는 주로 현재적 차원에 많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방콕은 구원을 4가지 차원으로 묘사하는데, 1) 착취와 반대되는 경제적인 정의, 2) 억압과 반대되는 인간의 존엄성, 3) 소외와 반대되는 연대, 4) 인간 삶에 있는 실망과 반대되는 소망을 위한 투쟁 등으로 다분히 현세에 치중된 구원이해를 지니고 있다. 물론 방콕의 구원 개념이 과거적 차원이나 미래적 차원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적 차원의 구원에 많이 치중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방콕의 구원이해는 전통적인 죄의 이해와는 달리 죄의 개인적 차원보다는 사회적 차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을 보인다. 방콕에 의하면 죄는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구조적으로 억압하는 것이며, 이러한 죄의 해결은 구조적인 악에 속박 당하여 죄인 취급을 받는 사람들을 해방시키는데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구원이란 모든 사람이 서구의 부에 동참하게 될 정도의 대규모의 기술적인 발전의 확장을 의미하며, 억압과 소외 그리고 착취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것을 의미한다. 

구원에 대한 이와 같은 포괄적인 이해는 자연히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를 다르게 만들었다. 전통적인 신학에서 그리스도는 인간의 죄를 사하고 영원한 나라로 인도하는 구세주였다. 물론 영생을 주는 구원은 이 땅에서의 삶도 변화시키고 구원받은 자로 살게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리스도가 가져다주는 구원은 영적인 차원의 구원이었고, 육적인 차원의 구원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방콕의 포괄적인 구원이해로 말미암아 이제 그리스도는 영적인 차원만을 구원하는 분이 아니라 영과 육을 함께 포괄적으로 구원하는 분으로 이해되게 되었다. 두 가지를 다 말하지만 오늘 이 땅에서 구체적으로 구원을 가져다 주시는 분으로서의 이해가 더 강조되는 경향을 보였다. 전통적인 그리스도 이해와 비교해보면 영혼구원을 가져다주시는 구세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이해에서 육적인 차원의 구원을 가져다주시는 분으로의 강조점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계속)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