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Photo : 기독일보) 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이제 각 악장의 작곡구조를 통해 스토리를 전개하며 각각 갖고 있는 특징을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려고 한다.

제1악장
레퀴엠의 시작이 되는 이 부분은 “슬픔과 위로”의 주제를 아우르며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브람스는 작품의 시작 부분에서 자신의 십자가 신학의 의도를 드러낸다. 즉 고난을 통한 축복을 표현하기 위해 산상수훈의 두 번째 복인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Selig sind, die da Leid tragen) (마 5:4) 를 등장시킨다. 이 간단한 문장은 그동안의 전통을 깬 혁명적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 조용한 음색은 사랑하는 사람의 귀에 속삭이는 개인적인 메시지임을 암시한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위로의 표현으로 전개되며 무반주 합창 구절이 자주 등장하는 이 곡에서 브람스의 르네상스 합창 음악에 대한 지식을 엿볼 수 있다. 이 산상수훈의 복에 이어 시편 126편에서 발췌한 가사로 톤이 살짝 바뀐다, 독일 레퀴엠의 중심이 되는 시편에서 따온 것이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라. 나가서 울어라, 귀한 씨앗을 품고 그리고. 기쁨을 안고 오십시오.”(시126:5-6)

이 오프닝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브람스의 관점의 전환이다. 전통적인 레퀴엠이 죽은자들의 영혼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다면, 브람스는 남겨진 사람들, 즉 상실에 대처하는 살아있는 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에 또한 그의 레퀴엠은 단순히 흥미로운 영적 운동이 아니라 가장 화려하고 숨 막히는 걸작이 되도록 음악의 선율을 만들어 간 것이다.

제2악장
2악장은 1악장과는 대조적으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점점 더 강렬해지는 장엄한 장례 행진곡으로 시작한다. 전통적으로 행진곡은 2박자 혹은 4박자의 리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브람스는 ¾박자의 리듬을 사용하여 특이한 장례 행진곡으로 묘사한다. 이 주제는 브람스가 슈만의 광기와 죽음 이후 완성하려 했던 미완성 교향곡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어두운 장례 행진곡으로 서주가 울려 퍼지다가 합창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개한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사람의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벧전1:24). 이를 통해 깊은 고뇌에 잠기게 만들다가 이 생각은 곧 새로운 생각에 따라 중단되고 다시 희망과 위안을 받으며 소망을 꿈꾸게 된다. 여기에는 같은 ¾박자를 유지해 전형적 왈츠 리듬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민속적인 왈츠를 연주한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주께서 강림하시기까지 길이 참으라 보라 농부가 땅에서 나는 귀한 열매를 바라고 길이 참아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리나니.(약5:7)라고, 간청하는 대조적인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이것이 끝난 후 행진곡은 다시 돌아오고, 이어 이 곡의 대전환이( High Point) 다음과 같은 소망의 진술로 이어진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은 영원하도다."(벧전1:25) 그리고는 이곡에서 세 개의 푸가가 전개되는데 그 중 첫 번째 푸가가 130마디에 걸쳐 장황하게 펼쳐진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환희의 송가" 피날레를 연상시키는 영웅적인 음색으로 "기쁨(Freude)"이라는 단어를 노래한다. 이 기쁨에 찬 긍정의 힘으로 “시온에 이르러 그들의 머리 위에 영영한 희락을 띠고 영원한 기쁨이 임할 것”을 외치며 소망을 품은 채 찬양의 송가를 부르며 종결하게 된다.

제3악장
처음으로 바리톤 솔로가 등장하여 인간 경험의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인 “나의 인생에 끝은 어디이며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사35:10)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합창단이 그 내용을 받아 허무한 인생에 대한 한탄을 곁들이며 토로하다가 하나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 이제 무엇을 바라며 살아야 합니까?” 이에 대한 답변을 펼치며 아주 속삭인듯한 어조로 "나의 소망은 하나님, 당신께 있습니다."(시39:47)라는 대답과 하나님의 거룩한 계획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한다. 이것은 개인이 하나님의 전체적인 마스터 플랜에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다는 강력한 표현이 되면서 이 곡에서 대 전환(High Point)을 이루며 위로(Trösten) 를 이야기한다.

이어 음악은 더욱 강렬해지면서 이 곡에서 푸가가 전체 세 번 등장하는것 중 두번째로 등장한다. 이것은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에게 영감을 받은 것으로 긴장이 해소되고, 정교한 베이스 페달(오르간 음악에서 차용한 용어로, 베이스 음을 발 페달로 연주하는 것) 로 하나의 길고 지속적인 베이스 음 위에 만화경 같은 음악적 특징이 형성된다. 33마디에 걸쳐 견고함과 지속성으로 진행되는 합창의 선율 속에 나타나는 텍스트가 "의로운 영혼은 하나님의 손에 있으니 어떤 고통도 그들을 건드리지 못한다"라고 노래할 때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주는 듯 하며 하나님의 진정한 위로를 경험하는 라장조(D Major)의 화려한 종결을 맞이하게 된다.

제4악장
이 악장은 전형적 왈츠풍으로 천국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고라 자손의 시 "주의 거처가 얼마나 아름다운가?"(시84:1,2,4)를 노래하면서 묵상과 성찰의 순간으로 만들어 앞선 악장의 침울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하는 듯 하다.

왈츠풍의 멜로디가 좀 더 복잡한 대위법적 에피소드와 번갈아 등장하는 가운데 천상의 아름다움(Wohnungen) 을 표현한다. 이 악장의 단조롭지 않은 감미로움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레퀴엠에서 자주 발췌되는 인기 있는 부분이 되었다. 이 곡은 작품의 영적, 정서적 핵심이 되며 다른 모든 곡이 균형을 이루는 중심점을 형성하고 있다.

연주실황 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8BndsQ2FY_k&t=3079s
해설이 있는 연주 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a-ppn6lPjoM&t=2280s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