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첫날부터 시작된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다행히도 풀려났지만, 거리마다 건물마다 날카롭게 노려보는 감시 카메라들, 두만강을 둘러싼 고성능 안면 인식 카메라에 다시 조사를 받았을 때의 놀람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 후 인의 장막으로 둘러싸인 백두산에서 느낀 실망감과 허탈함을 넘은 분노에, 마음속에서 외쳤다. "주님, 이렇게 얽매인 북녘 땅과 동족들에게 무슨 희망과 탈출구가 있을까요?"
그런 심정으로 북한 쪽 백두산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정적이 흐르는 고요함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이 느낌은 뭐지? 문득 작년에 우리 지하 성도들에 의해 전도받은 한 북한 병사의 편지와 백두산 자락 마을에서 장작을 패다 탈북해 미국으로 입양된 M 군이 떠올랐다.
10년 동안 지하 성도들이 보내온 편지와 함께 우리 동족들은 우리의 상상과 현실을 초월해 자유의 땅으로 오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면, 이 엄청난 감시와 통제를 넘어서는 더 강력한 힘이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작년에 우리가 10년 넘게 지원하고 있는 지하 성도들(필자가 출판한 '굶주림보다 더 큰 목마름', 2012년 출판)이 보낸 편지들 가운데, 북한 어린 병사의 편지가 있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주님께서 북한 군대 안에서 복음화를 시작하셨던 것일까? 그 병사의 편지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놀라웠다.
"누가 보아도 욕심을 아니낼 수 없는 어여쁜 내 여동생을 코로나 위중한 시기에 극진히 보살펴주신 지하성도님들이 믿는 그 하나님을 오늘부로 저도 믿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지금은 뒷빽이없어서(북한에서 뒷빽이 없다는 말은 핵심계층 부모와 돈을 뜻한다고 한다) 제대로 진급을못하여 자기 밑에 부하병사들이 많지는 않지만 속히 통일이 되어서 너희들은 김 아무개에충성하지 말고 하나님을 믿으라고 전도할 그 날이 빨리 오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라는내용이었다.
북한에서는 남자들이 15살 혹은 16살에 군대에 간다. 과거에는 13년을 복무했지만, 현재는 10년의 의무 복무를 하고 있다. 그 병사는 부모를 일찍 잃어 고아가 된 남매 중 오빠였다. 군 입대 전, 여동생이 코로나에 걸려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와중에 군에 가야하는 오라비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누구에게 맡겨 놓지도 못하던 상황에우리 지하성도들이 그 여동생을 극진히 돌보아서 회복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 어린 오빠의마음이 편지 고스란히 묻어났다. '누가보아도 욕심을 아니낼 수 없는 어여쁜 내 여동생을....' 참듣기 좋고 기분이 업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 표현은 문득 나에게 큰 위로로 다가왔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욕심을 낼 만한' 존재일까? 누가 나 같은 사람을 욕심낼까? 그런데 한 분이 계시다. 주님이시다. 그 주님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며, 우리를 위해 욕심을 내고 계신다.
아무리 강대국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도 주님의 한 방을 이길 수 있을까? 지하 성도들이 보내오는 편지들 속에는 복음으로 통일될 코리아에 대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주님의 원대한 계획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고요한 백두산은 그 사실을 더 크게 웅변하고 있었다.
그래, 백두산아. 지금은 그 적막한 고요 속에 있지만, 여동생을 사랑하는 오빠의 그 자랑과 바람처럼 결국 온 세상에 주님의 복음이 외쳐지리라!
<다음 호에 계속>
기드온동족선교 대표 박상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