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기독일보가 20주년을 맞아 미주의 주요 목회자들을 만나 현재의 이민교회의 목회 과제와 미래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첫번째 순서로 LA 나성영락교회 박은성 목사를 만났다. 나성영락교회는 지난해 50주년 희년을 맞은 바 있다. 박은성 목사는 지난 2017년 나성영락교회에 부임한 이후 교회의 전통을 잘 유지하면서도 다음 세대 육성을 위해서도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팬데믹 기간의 어려움을 극복한 현재, LA에서 여전히 대표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는 교회로서 모범적인 목회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임한지 햇수로 8년차가 되고 있다. 나성영락교회가 한인이민교회에서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록 과거와 같은 화려함에 미치지 못한다 해도 나성영락교회는 여전히 나성영락교회다. 그동안 목회를 하면서 느낀 것은 성도들이 흔들림 없는 신앙을 가진 분들이라는 것이다. 나성영락교회의 오랜 전통이 그대로 성도들의 마음 안에 녹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성영락교회가 더욱 이민교회의 모범이 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늘 가지고 있다.

나성영락교회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신앙전통을 고이 간직하고 계신 분들이 많다. 제가 이분들의 기도열차에 무임승차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존경스럽고 아름다운 신앙을 가진 분들이 계시다. 이민교회 초창기 신앙이 거의 다 그랬지만 엄동설한에도 철저히 신앙의 기준을 지키고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 대단한 분들이 많다. 1.5세나 2세, 혹은 3세들이 그런 신앙명장들의 본을 잘 이어가면 좋겠다. 부모님 세대를 뛰어넘는 신앙인들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직 여전히 젊은 40대 목회자라고 할 수 있다. 나성영락교회를 두고 생각하고 있는 목회 청사진이 있다면 현재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가?

그동안 큰 그림을 잡아왔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혹 구체성은 떨어질 수 있어도 이것이 궁극적으로 예수님이 꿈꾸셨던 것이다. 특별한 저만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 가기 보다는 예수님이 꿈꾸셨던 것을 똑같이 꿈꾸는 교회, 제자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하나님의 사람’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나성영락교회에서의 목회를 뒤돌아본다면 그동안 세상의 상황과도 소통을 하면서 교인들의 신앙도 살피면서 왔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부임 이후 곧 바로 종교개혁 5백주년이라는 의미있는 해를 맞았고, 이후 숫자적인 부흥을 생각하면서 교회에 나오시다가 안 나오시는 분들을 다시 초청하는 등의 노력을 했었다. 그렇게 2020년 초반에 물적, 숫자적, 영적인 부음이 있다고 느껴졌었는데 코로나가 찾아 왔다. 그 뒤로는 회복이라는 주제로 메시지를 많이 전하면서 성도들 돌봄에 힘쓰는 기간이었다. 이 회복의 시간을 잘 지나고, 특히 작년에 50주년 희년을 맞아 성도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계기가 됐다.

-50주년 희년에 특별히 의미가 있었다거나 마음에 남는 일이 있는가.

제일 의미 있었던 일은 무엇보다 박희민 목사님과 림형천 목사님을 모시고 말씀을 들었던 것이다. 그 때 두 분이 같이 오시니까 모든 성도들의 마음이 풀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모두가 기뻐하는 것을 봤다. 50주년을 맞아서 이단대책세미나도 열었고 , 우리 나성영락교회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세미나도 가졌다. 희년 연주회도 의미가 있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큰 행사는 오랫동안 드리지 못하고 있었던 야외예배를 50주년을 맞아 드렸다는 점이다. 사실 2017년에 처음 부임했을 때 성도들이 많이 다운 돼 있었고 상실감들이 있는 것을 많이 느꼈다. 가족들이 외식을 하며 기분도 새롭게 하듯이 야외예배도 성도들에게 활기를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2018년에 야외예배를 히스토릭 공원에서 은혜롭게 드렸었다. 그 이후에 자주 야외예배를 드리고 싶었지만 팬데믹 등으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가 드디어 50주년을 맞아서 지난해 10월에 홈볼트 땅에서 야외예배를 드리게 됐다. 우리에게 주신 50주년 비전을 선포하고 예배드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올해 교회의 표어는 무엇인가.

올해는 ‘새로운 시작, 섬김’이라는 주제다. 신년특별새벽집회, 신년 첫 설교 모두 섬김을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다. 사실 제가 부임하자마자 전하고 싶었던 주제다. 나성영락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잘 섬겼기 때문이다. 히브리 원어로 보면 섬김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제가 목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예배다. 바로 이 예배에서 받은 은혜로 이웃을 섬기는 것이다. 매해 주제를 정하지만 꼭 그 해만의 주제로만 끝나지 않는 것 같다. 올해 주제는 그동안 여러 이유로 섬기지 못한 것에 대해 제대로 섬기고자 마음을 담은 것이다. 교회적으로 보면 법적인 문제들 때문에 제대로 섬기지 못한 부분들을 돌보고자 함이고, 또 교회 밖으로는 팬데믹 상황 때문에 제대로 섬기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이제는 제대로 섬겨야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민사회나 이민교회에서 나성영락교회에게 특별히 주어진 역할을 섬김이라고 보는가.

희년은 마침이자 시작이기도 한데 올해는 정말 새로운 마음으로 교회가 해야할 일을 하고자 한다. 교회가 섬기는 것이 옵션이 아니다. 세상의 사람들도 그런 모습을 교회가 보이지 않으면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고 올 이유도 없을 것이다. 박희민 목사님이나 림형천 목사님 같은 분들이 있을 때의 나성영락교회를 생각할 때 손해보더라도 섬기는 것을 우선했다. 육체를 살리고 또 영적인 생명도 살리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잘 하는 섬김이어야 한다. 이것이 진짜 섬김이고 이것을 잘 할 때 진짜 교회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초대교회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 초대교회가 서로 물건을 통용하고 나누고 서로 섬기니까 온 백성의 칭송을 받았다. 믿지 않는 사람들도 칭찬했고, 그 때에 믿는 자의 수를 하나님께서 더하셨다. 교회의 모델도 섬김을 통해서 먼저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교회 안팎으로 분산됐던 힘들을 이제 온전히 사역에 집중한다면 얼마나 많은 일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우리 교회가 잘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섬김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세상에 나가서도 잘 섬길 수 없다. 예배 때 헌신하지 않는 분이 다른 사람을 위해 섬기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새벽예배가 귀한 것은 잠을 헌신하는 사람은 뭐든지 헌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맡겨도 하나님의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다.

-그동안 교회 안팎으로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정결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필요한 시간을 겪게 하신 것 같다. 영적인 소수들에 의해서 일을 다시 시작하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결과 거룩함을 가지고 희년을 지나 이제 새롭게 시작하게 하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히려 제가 자유로워진 것 같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렇게 교회를 이끌어 가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나고 보니 다 하나님이 이끌어 가시는 것을 느낀다. 그 때 그 때 마다 기도하고 비전을 선포하고 하지만 결국 다음 단계로 이끄시는 분은 하나님이신 것을 느끼게 된다.

-항상 따라다니는 주제이지만 이민교회의 미래, 다음 세대의 신앙 계승에 대해 고민하고 않을 수 없다. 나성영락교회는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교회 창립 50주년을 기뻐하는 나성영락교회 성도들
(Photo : 기독일보) 교회 창립 50주년을 기뻐하는 나성영락교회 성도들

나성영락교회의 경우를 본다면 물론 이민사회가 고령화된 것과 같이 전체적인 나이대는 중장년층이 가장 많다. 하지만 세대별로 여전히 많은 성도들이 있고 교회의 일꾼들이 있다. 크게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를 있는데 각각 교육과 복지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청사진을 그리려고 한다. 하나님이 주신 자원을 활용해서 꼭 모든 세대를 담아내는 교회가 되도록 할 것이다. 올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성도들이 이제 어려운 일들이 다 지났으니까 큰 비전을 가지고 사역하기를 바란다는 격려를 많이 보내주고 계신다.

이미 하나님께서 나성영락교회가 현재 위치한 이 곳에 많은 것을 허락해 주셨다. 더욱 시설들이나 장소들을 개발하고 연구해서 각자 충실히 기능하는 장소들이 되도록 하겠다. 그런 시간이 5년 정도 지나면 더욱 더 사역 중심으로 교회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회에 있어서는 어떤 부분들을 강조해 왔나.

교회의 기본은 예배, 선교, 교육, 봉사, 친교라고 생각한다. 이 다섯가지를 많은 한국교회들이 기본적인 모델로 삼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의 중심은 예배가 되어야 한다. 예배에서 은혜 받아서 다른 세대 전하는 것 교육이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누면 봉사고, 우리끼리 나누면 친교가 된다. 선교적 교회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은 여러 사역들 중 선교만 특화해서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역을 선교화하는 것이 선교적 교회다. 우리교회가 그런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은 언어에 사역이 함몰되지 않기 위함이다.

그 전에는 영락교회가 선도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큰 교회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뒤처지지 않고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회에서도 사역 중심으로 변화될 것인가. 당회 구성원도 이제 1.5세, 2세로 변화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교회가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때 비대면 예배 등이 등장하던 시기에 팬데믹 후 교회들이 편리함과의 싸움을 한 차례 치뤄야 할 것이라고 미리 예측한 바 있다. 팬데믹 이후에 우리가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아직도 편리함과의 싸움이 남아 있다고 본다. 계속 편리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교회는 점차 어려워질 것이다. 한가지 나성영락교회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교회에서 항상 스크린을 통해서 말씀이나 찬송가 가사를 전달하는데 제가 교역자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찬송가를 가지고 오신 분들이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드리면서 예배를 인도하라는 것이다. 오히려 성경이나 찬송가를 가지고 온 분들이 꺼내지 않게 만드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본다. 이런 부분들이 아주 작은 것 같지만 예배에는 큰 영향을 준다. 저는 모든 신앙의 에너지는 예배에서부터 나온다고 본다. 그렇기에 작은 부분이라도 실수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인교회가 어떻게 보면 본질을 붙잡는 신앙을 잘 지켜가고 있다. 미국교회도 이렇다 혹은 저렇다 말이 많아도 정말 진지하게 예배하는 교회들이 많이 있다. 함부로 판단하기 보다 그 안에 귀한 것을 잘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인 것을 놓치지 않을 때 거기서 힘이 나온다. 신앙을 문화화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가 추세를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너무 그것에 몰입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것은 스스로 긴장하지 않으면 쉽게 놓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트렌드에 우르르 따라 가다가 교회가 교회됨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항상 염려하고 있다.

-생존을 이야기했는데 나성영락교회와 같은 큰 교회들도 생존을 염려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인가.

나성영락교회를 기준으로 말씀을 드린다면 예전에는 큰 교회들은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오는 때가 있었다. 큰 교회의 특성자체가 지역에서 중심적 역할을 감당하고 유학생들이나 사업하는 분들, 한국문화가 그리운 분들 모두 한인교회를 나와야만 일단 소통이 시작되고 직장이나 생활적인 면들도 도움을 받던 때가 있었다. 큰 교회들이 주로 그런 허브역할들을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적극적으로 전도할 필요가 없었던 때이기도 하다. 건전한 신앙만 잘 유지한다면 사람들도 계속 오면서 건실한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교회 외적으로 생활을 만족시켜주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졌다. 그리고 직접 교회에 나오기 보다는 유튜브나 미디어를 통해서 신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굉장히 강해졌다. 교회가 믿는 자들과 믿지 않는 자들 모두에게 갈 필요가 있는가 그것을 다시 묻는 시대가 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이 됐다.교회가 어느 때보다 생존에 대한 도전과 질문을 받는 시대가 됐고, 이 문제를 극복하고 나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섬김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이 생존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섬겨야지만 생존을 넘어서 성장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또 성장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고 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하고 살면 가라앉을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모두 하나님께 달려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나성영락교회에 계속 소망을 두신다면 생존할 것이다. 하지만 현상유지만 하려는 교회는 하나님이 촛대를 옮기실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은 생존과 성장의 문제 두가지 다 직면해 있다. 성장이 수적이 성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크기와 상관없이 많은 교회들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