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저는 뿌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뿌리 깊은 영성》이란 책을 쓴 것 같습니다. 뿌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무의 뿌리는 나무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면에 뿌리가 얕은 나무는 폭풍우가 불어오면 쉽게 쓰러집니다. 

뿌리는 지탱하는 역할을 합니다. 뿌리가 견고할 때 나무는 어떤 상황에서도 잘 지탱합니다. 뿌리는 보존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뿌리는 생수를 흡수해서 보존하고 영양분을 저장합니다. 뿌리는 생수를 찾기 위해 땅속을 깊이 파고 들어갑니다. 뿌리는 땅속을 향해 뻗어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성질을 "굴지성(屈地性)"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식물의 잎과 가지는 빛을 향해 뻗어갑니다. 이와 같은 성질을 "굴광성(屈光性)"이라고 합니다. 뿌리는 자신을 감춥니다. 뿌리는 자신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식물의 뿌리가 자신을 과시하게 되면 태양과 맞서게 됩니다. 그 결과 식물은 순식간에 말라버리고 맙니다. 뿌리의 지혜는 자신을 감추는데 있습니다. 뿌리의 지혜는 대지의 밑바닥을 향해 깊이깊이 뻗어 내려가는데 있습니다. 뿌리의 지혜는 어두운 데서 성장하는 데 있습니다. 나무를 위로 성장시키기 위해 먼저 아래로 자라는 데 있습니다. 뿌리의 지혜는 서서히 뿌리를 확장하는 데 있습니다. 

중국의 대나무 가운데 모소라는 대나무가 있습니다. 모소대나무는 씨앗을 심으면 사 년 동안 뿌리만 내립니다. 뿌리를 땅 사방으로 확장시킵니다. 그리고 오 년째 되었을 때 땅 밖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어 순식간에 자라기 시작합니다. 6주 만에 15m 이상 성장하게 됩니다. 대나무의 지혜는 자신을 감추고 뿌리를 키우는 데 있습니다. 

뿌리는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겨울나무는 잎사귀를 떨어뜨린 후에 나목(裸木)이 되어 오직 뿌리만을 돌봅니다. 겨울 동안 나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뿌리를 돌보는 것입니다. 겨울 동안에 뿌리는 충분히 영양분을 섭취한 다음에 봄이 되면 나무 전체에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나무는 봄이 되면 싹을 틔우고 아름다운 꽃을 선물해 줍니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뿌리에 있습니다. 

뿌리가 허약하면 나무는 높이 자랄 수 없습니다. 옆으로 뻗어나갈 수도 없습니다. 또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뿌리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벼과 잡초에 속하는 메귀리는 키가 1m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뿌리를 모두 이어 붙이면 550km나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550km면 서울에서 제주도까지의 거리와 맞먹는 길이입니다(이나카키 히데히로, 『잡초의 성공전략』, 한국방송출판, 70쪽). 잡초의 뿌리를 통해 잡초가 왜 그토록 강력한 생존력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나무의 뿌리를 가꾸듯이 보이지 않는 것을 잘 가꾸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숨은 사람을 잘 가꾸라고 말씀합니다. "오직 마음에 숨은 사람을 온유하고 안정한 심령의 썩지 아니할 것으로 하라 이는 하나님 앞에 값진 것이니라"(벧전 3:4). 하나님은 우리 속사람을 강건케 하라고 말씀합니다. "그의 영광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너희 속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 하시오며"(엡 3:16). 바울은 성도들의 내면에 그리스도의 형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산하는 수고를 했습니다. "나의 자녀들아 너희 속에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기까지 다시 너희를 위하여 해산하는 수고를 하노니"(갈 4:19) 

가장 강력한 힘은 우리 내면에서 나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마음의 근육을 잘 키우도록 해야 합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우리 인생이 흔들립니다. 하지만 마음이 견고하면 환경을 초월해서 견고히 설 수 있습니다. 마음을 가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마치 정원을 가꾸듯이 날마다 정성을 다해 가꾸어야 합니다. 마음을 가꾸어야 하는 이유는 마음은 존재의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뿌리를 돌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근본(根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기본(基本)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거듭 기본으로 돌아가고 본질(本質)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은 그 성장의 끝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습니다. 어느 순간 쉽게 무너집니다. 뿌리를 돌본다는 것은 거듭 원천(原泉)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거듭 원천에 머무는 것입니다. 우리 영혼의 원천은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뿌리를 깊이 내리라고 권면합니다. "너희가 사랑 가운데서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 능히 모든 성도와 함께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엡 3:17하-19). 우리 영혼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먹고 마시며 삽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공급받을 때 안전합니다. 행복합니다. 충만합니다. 풍성한 삶을 살게 됩니다. 부디 그리스도의 사랑에 깊이 뿌리를 내림으로 풍성한 삶을 사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