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포르투갈에 2:1로 승리했다. 이로 인해 우리 대한민국은 당당하게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모두가 울었다. 그리고 모두가 펄펄 뛰고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이처럼 월드컵은 국민을 대동단결 시켜주는 데 참으로 일등공신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골을 넣는 순간 어퍼컷을 날렸다고 한다. 추가시간 1분 만에 캡틴 손흥민 선수가 7명의 포르투갈 선수들을 따돌리고 상대방 선수의 다리 사이로 패스한 공을 황희찬 선수가 절묘하게 골을 넣었다. 보고 또 봐도 짜릿한 역전 골이었다.
그런데 FIFA 1위인 브라질과의 경기는 4:1로 폐했다. 우리가 브라질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끝까지 사력을 다해 싸운 태극 전사들이었기에 국민 모두가 뜨겁게 그들을 환영해 주었다. 사실 브라질은 세계 최강의 축구의 나라다. 그런데 금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그만 8강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브라질에서 인생의 성공은 곧 축구선수가 되는 길이다. 옛날 한국에는 과거에 급제하거나, 고시에 합격해서 높은 직위에 오르면 명예와 부가 온다는 기대처럼, 브라질에서는 축구로 성공해야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긴 포르투갈과 브라질은 국가만 다르지, 같은 민족,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는 아니고, 포르투갈 사람들이 대거 이민 와서 세운 나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왕국을 분리해서 이루어졌기에 같은 뿌리, 같은 민족이다. 남미의 모든 나라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데, 유독 브라질만이 포르투갈어를 쓰는 것은 그 때문이다.
브라질은 남미에서 가장 광활하고 기름진 옥토를 갖고 있고, 아름다운 해변을 낀 참 좋은 나라이다. 또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거의 대부분이 카톨릭 신자들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카톨릭의 형식과 내용은, 브라질의 토속종교와 섞여 혼합주의적인 종교가 되었다.
그런데 이 광활하고 기름진 대륙에 한국인이 대거 이민하는 역사가 있었다. 1970년대 전후에 청운의 꿈을 가진 분들이, 남미 브라질에 농업 이민 명분으로 많이 갔었다. 하지만 브라질로 이민 가신 분들은 농업에 종사하기보다, 옷 가게를 많이 만들어 브라질의 패션가를 주름잡았고 모두들 성공했었다. 브라질의 상파울루로 이민 간 사람들은 모두 <한인교회>를 만들어서 가게보다 교회 숫자가 더 많다고 한다. 1970년대에 중국 사람들이 이민 가면 중국식당을 먼저 만들고, 일본 사람들은 전자상가를 만들었지만, 한국 사람들은 가는 곳곳마다 교회를 세웠다. 정말 우리 민족은 특별히 신앙의 사람인 것은 틀림없다.
나는 이래저래 브라질과 관련이 많다. 나는 여러 차례에 걸쳐 신학 강의와 부흥 집회 그리고 세미나 강의를 위해 브라질에 다녀왔다. 어떤 때는 24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내리자마자 강의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16세기 종교 개혁자 요한 칼빈(John Calvin)이 최초로 브라질에 두 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사실을 브라질 문헌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종교 개혁 당시 카톨릭 국가들이 식민지 개척을 하였던 남미까지 확장되었다. 칼빈은 그가 세운 제네바 아카데미(Geneva Ac-
ademy)에서 훈련받은 지도자 중에서 남미 브라질로 선교사를 파송했다. 이 기록은 브라질 장로교회사에 나와 있다.
칼빈이 직접 선교사를 파송한 지도자는 불란서 위그노파(Huguenot) 목사인 리처(Richer)와 차티어(Chartier) 두 사람이었다. 이 사람들은 칼빈에 의해서 파송 받아 300명의 피난민들과 함께 배를 타고 브라질 해안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원주민 인디언들을 개종하는 데 성공했다. 제네바에서 브라질까지 동행했던 일행인 더 레리(De Lery)의 기록을 보면, 칼빈이 파송한 이 선교사들은 인디언들에게 성경의 핵심 내용인 <하나님>, <창조>, <죄>, <구속>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역사를 모르면서 '칼빈은 개혁교회의 교리는 세웠지만, 선교를 모르는 차디차고 싸늘한 신학자'라는 비판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브라질 장로교회사 기록을 보고 확실 깨달아야 한다.
나는 1996년에 나의 책 한 권이 포르투갈어로 번역 출판되었었다. 그것은 우리말로 <한국교회 설교사>란 책이었는데, 이미 영어, 일본, 중국, 대만, 러시아, 헝가리말로 번역되었을 때, 총신에서 브라질 교포 2세 학생이 신학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가 '이런 책이 포르투갈어로 번역되었으면 참 좋겠다'라고 말하길래 허락을 했었다. 드디어 그 책은 브라질 상파울로 출판사에서 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내용은 오늘의 한국교회를 이토록 힘 있게 부흥하게 된 것은, 첫째,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지만, 한국교회는 위대한 설교자요 전도자가 있었는데, 그들의 신앙과 삶, 그리고 그들의 설교를 연구한 것이다. 즉 오늘의 대한민국은 선교사들의 가르침도 중요했지만, <길선주>, <김익두>, <이성봉>, <김화식>, <주기철>, <손양원>, <한상동>, <박형룡>, <박윤선> 같은 걸출한 학자들과 설교자들의 메시지 때문이라고 썼다. 한국 근대화는 초기 설교자들의 메시지가 암울한 민족을 깨우고,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려 놓았다고 말했다. 사실 포르투갈어로 번역된 내 책은, 그곳 사역자들에게 한국교회의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 운동을 간접적으로 깨우는 일을 했다.
브라질은 축구의 강국이다. 브라질을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는 브랜드는 축구이다. 그러나 우리는 확신하기를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복음이다. 왜냐하면 복음이 사람들을 깨우고 새 세상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대신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