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우크라이나정교회(Orthodox Church of Ukraine) 수장인 메트로폴리탄 에피파니우스(Metropolitan Epiphanius)는 세계정교회 바르톨로뮤 총대주교에게 러시아정교회 지도자인 키릴 총대주교와 통화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학적으로 지지하는 이단적 교리를 가르치는 키릴 총대주교의 종교적 권한을 박탈해 달라"고 요구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 서한은 키이우 루스 세례 축일 전날인 7월 27일 우크라이나정교회 시노드 회의에서 승인됐다. 중세 키이우의 세례를 기념하는 이날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해 건국의 날로도 지정됐다.

에피파니우스는 서한에서 "살해된 아이, 강간당한 여성, 민간인 건물과 사원의 파괴는 전쟁 범죄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이미 저질러진 범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직접적인 가해자뿐 아니라, 그들에게 이념적 영감을 준 모스크바 키릴 총대주교와 수십 년 동안 '러시아 세계'(Russian World) 라는 민족계통학적 인종주의 교리를 전파한, 동일한 생각을 지닌 계층에도 있다. 이들은 이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축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 세계의 가르침은 '정치적 중심지인 모스크바, 영적 중심지인 키이우, 공통 언어와 종교(러시아와 러시아 정교회), 그리고 '세계화 및 자유화' 된 서구에 반대하는 전통주의적 사회적 가치를 지닌 초국가적 러시아 문명을 상상한다"고 했다. 

모스크바 교회와 현재 이스탄불에 거주하고 있는 세계 총대주교 사이의 긴장은 지난 수 년간 증가돼 왔다. 2019년 초 우크라이나정교회를 정식적인 독립 교회로 인정하기로 한 바르톨로뮤 총대주교의 결정을 앞두고, 모스크바의 키릴 총대주교는 2018년 10월 세계 총대주교와의 친교를 단절했다.

그 이후로 모스크바는 그리스정교회의 권위 아래에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 교회의 네트워크를 설정함으로써, 알렉산드리아의 그리스정교회 테오도르 2세 총대주교가 역사적으로 감독해 온 영역을 잠식했다.

7월 27일 서한에서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 외부에서 러시아정교회의 존재감을 근본적으로 키우고, 이러한 방식으로 정교회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모스크바 총대주교의 명령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서한은 지난 3월 발표된 '러시아 세계 교육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the Russian World Teaching)을 인용했다. 이 선언은 "러시아 세계의 가르침은 이단이다. 더 나아가 국가(신정)를 신격화하고 교회를 흡수하여, 교회로부터 모든 불의에 맞서 예언적으로 설 수 있는 자유를 박탈하는 모든 형태의 정부를 거부한다"고 돼 있다.

이후 공식 정교회 단체와 관련 없는 이 선언문에 전 세계의 약 1,500명의 정교회 신학자들(다수 성직자 포함)이 서명했다.

서한은 '정교회 수장들에게 보내는 공개 연설'(Open Address to the Heads of the Orthodox Churches)도 언급했다. 앞서 모스크바 총대주교청과의 유대를 유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정교회 회원들이 작성한 이 진술 역시 '러시아 세계' 가르침에 대한 키릴의 지지를 비판하고 총대주교로서의 권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CT는 "이 서한은 에큐메니칼 총대주교에게 보내는 것이지만, 전 세계 정교회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서한은 "현대 러시아정교회의 이념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체 정교회에 대한 위협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수 세기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정교회와 연결해 왔다. 이후로도 정교회 전통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이지만 복음의 정신 및 내용, 교부들의 정통 신앙과 동떨어진 시민 종교로 대체된 나라"라고 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따르면, 바르톨로뮤 총대주교는 7월 28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우크라이나정교회의 서한에 대한 공식적인 성명은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