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평신도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연재하고 있다. 첫 번째로 순복음뉴욕교회(담임 김남수 목사)에서 25년간 한글학교 디랙터로 수고한 안병상 장로를 만나보았는데, 두 번째로는 뉴저지 한소망교회(담임 김용주 목사)의 한 가정을 만났다. 엄마 신장이식수술을 위해 기꺼이 신장을 내어준 두 딸 이야기다. -편집자 주-

뉴저지 소망교회 이명희 권사가 콩팥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은 1995년이었다. 그는 1999년부터 신장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던 중 해가 지날수록 콩팥 기능이 저하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70% 기능을 했던 신장은 일 년 뒤 60%로 내려가다가 2003년도에는 20%밖에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해 이정성 장로와 이명희 권사는 휴가를 내어 여행을 갔다 온 뒤 피검사를 받으며 가슴이 무너지는 결과를 듣게 된다. 콩팥이 5%밖에 작동하지 못해 당장 투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성 장로는 "병원에서는 당장 투석을 하지 않으면, 피가 고르지 못해 백혈병 등 여러 병들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혈관 투석과 복막 투석 중 본인 스스로 투석 할 수 있는 복막투석을 선택했다"며 "복막 투석을 하면 매일 9시간 동안 기계를 꽂고 있어야 한다. 투석을 위한 수술 후에는 한 달 동안은 식사도 할 수 없었기에 내가 먹여줬다."라고 설명한다.

고통스러움 속에서 신장 이식을 위해 투석을 하며 기다리고 있을 때, 처음부터 두 딸(주리, 애니)은 엄마를 위해 자기 신장을 내어 놓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이 권사는 "3-4년 투석하며 기다리면, 차례가 돌아올 테니 기다리겠다"며 딸 요구를 딱 잘라 거절했다.

그렇게 투석생활을 한지 1년 6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어느 날, 둘째 딸 애니 씨(28, 한소망교회 안수집사)가 '엄마와 아빠와 대화를 하고 싶으니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결혼하며 따로 살고 있었지만, 애니씨는 한소망교회 영어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애니 씨는 "언니와 오랫동안 의논했는데, 언니가 본인 신장을 엄마에게 주겠다고 밝혔지만, 언니는 아직 아기도 안 낳았고 나이도 있으니 내가 엄마에게 신장을 주기로 했으니 엄마는 내 것을 받을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정성 장로는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니 아버지 심정으로 하늘이 노랗더라"며 "1년 반 전에는 너희들 것은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한편으로는 아버지요, 한편으로는 남편 입장에서 딸 아이 말을 들으며 안돼라는 말을 못 하겠더라. 두 여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이어 이 장로는 "둘째 사위(전진우 씨, 한소망교회 안수집사)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그도 '애니가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며 "집사람은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이후 수개월에 거쳐 정밀검사를 받았다. 기증자뿐 아니라 환자도 기증자 신장이 맞는지 검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콩팥 위치를 최종 확인하는 것만 남기고 5월 1일이라는 구체적인 날짜도 수술날짜도 잡은 채 이종성 장로 책 출판 감사예배(이 장로는 대표기도 했던 것을 엮어 책을 출판했다)를 한소망장로교회서 2006년 12월에 진행했다. 이때 켄사스 시티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는 첫째 날 애니씨 내외도 모였다.

그런데 그 모임이 변수를 만들었다. 큰 딸 주리 씨 마음에 동생이 콩팥을 떼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생기며 본인이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언니는 동생에게 '엄마와 나는 혈액형이 A형이고 너는 O형이니, 먼 훗날에 네 콩팥이 하나밖에 없을 때 네가 문제가 생기면 혈액형이 달라서 내가 널 도와줄 수 없잖니.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엄마에게 콩팥을 줄 테니 훗날에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네가 날 도와주렴. 지금부터 병원과 준비하겠다'고 말하며 동생을 설득했다.

이정성 장로는 "2월 마지막 사진을 찍는 것을 앞두고 어느 날 큰 아이가 전화를 했어요. 딸 아이 부부가 함께 있다며 그들 4명과 우리 부부 이렇게 6명이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어요. 큰 딸이 아주 활달한 아이인데, 자기가 신장 이식 수술을 결정하게 된 동기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를 하며 병원과 다 이야기도 됐으니 5월 1일 수술 스케줄에 이상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둘째 딸이 엄마에게 신장을 주겠다고 하는 것도 너무 가슴에 아팠는데……."라며 목이 메여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장로는 고민하다가 한소망교회 담임 목사인 김용주 목사에게 말을 했더니, 김 목사는 "이 권사님은 축복을 받으셨다"고 격려했다. 또한 서울 형님과 형수님에게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큰 형님이 '영화도 아니고 무슨 일이냐'고 대성통곡 하며 이 장로에게 의사 지시대로 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5월 1일의 수술은 갑작스럽게 이권사의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며 못하게 됐다. 이에 큰 딸 주리 씨가 멘하탄 콜롬비아 병원으로 신청을 해 10월 18일(금) 수술을 하게 됐다.

이정성 장로는 "수술이 연기돼 애들이 많이 울었는데, 이것도 하나님의 은혜인 것 같다. 신장이식 수술에 있어 권위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됐으니 말이다"며 "그동안 3년 6개월 동안 투석생활을 했는데,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콩팥이 문제 있는 이들은 얼굴이 많이 붓는데, 금요일만 되면 붓기가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주일날 교회가면 투석하는 환자인지 아무도 몰랐을 정도다. 또 아내는 두 딸에게 다 신장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위에게도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두 딸은 "신장이식 수술은 식구 콩팥을 가지고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제일 좋기에 처음부터 우리가 하려고 했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몸 상태도 안 좋아져 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부모님을 설득하게 됐다. 살아있는 사람 신장을 이식하는 게 8-10년은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직 둘 다 아기가 없지만, 이런 수술로 임신하는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모님은 자녀 콩팥을 어떻게 받느냐며 미안해하시지만, 우리 생각하기에는 자녀의 신장을 이식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님 건강이 빨리 회복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정성 장로는 평양 장대현교회 출신으로 믿음의 5대손이다. 미국은 큰 딸 주리 씨가 1살이었던 1976년도에 이민 왔으며, 현재 뉴저지 한소망장로교회 시무장로로 섬기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진행됐던 이정성 장로의 책 출판기념예배에서. 왼쪽부터 이정성 장로, 이명희 권사, 큰 사위 Jeremy Adest 씨, 작은 사위 전진우 안수집사, 작은 딸 애니 안수집사, 큰 딸 이주리 안수집사 ⓒ뉴저지 한소망교회

▲지난해 12월 이정성 장로 책 출판기념예배에서 이정성 장로와 이명희 권사. ⓒ뉴저지 한소망교회

▲지난해 12월 이정성 장로 책 출판기념예배에서 두 딸이 특송을 했다. ⓒ뉴저지 한소망교회

▲지난해 12월 이정성 장로 책 출판기념예배에서 ⓒ뉴저지 한소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