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대한 생각 피하는 이유, 두렵고 우울해져서
죽음 앞에 서면, 인생 우선순위 제대로 세우게 돼
죽음 정체성 알면 영적인 삶, '스피리추얼 파워'로

죽음을 가르치라

"이번 시청각교육 시간은 정말 저에게 뜻깊었던 시간이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유언장도 써보면서, 내일 죽을 것 같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었어요. 엄마, 아빠도 한번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제가 유언장을 써보면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마구 눈물이 나더라고요." (조수아)

SBS에서 제작한 「유언,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방송을 학생들과 함께 봤다. 이 영상은 죽음을 앞두고 유언을 남긴 사람들과 가상 유언을 남긴 사람들, 죽음의 문턱까지 경험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통해 인생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생각하게 만드는 아주 좋은 작품이다.

영상을 본 뒤, 우리는 학생들과 각자가 곧 죽는다고 가정하며 죽음을 직시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유언장을 쓰기로 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죽음'이라는 주제라 그런지 별 감정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영상을 본 후, 유언장을 쓰며 여기저기서 콧물을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눈물을 닦는 녀석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녀석들, 열심히 펜으로 써내려가는 녀석들, 교실은 매우 숙연한 분위기였다. 떠들기 좋아하는 녀석들도 이 시간만큼은 매우 진지해졌다.

유언장
▲만방국제학교 한 학생이 쓴 유언장.


필자가 몸담고 있는 만방국제학교에서는 죽음에 대한 교육을 상당히 중요시한다. 정규 커리큘럼이 아닌 쎌그룹에서나 주일 모임에서 비정기적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한다. 때로는 유언장을 써보거나 임관 체험을 해본다.

유언장 쓰는 시간을 가지라

만방에서는 정규 수업시간이 아닌 셀그룹 모임에서 죽음에 대한 주제 나눔을 할 때가 있다. 이때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 묘비나 유언장을 쓰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한 아이의 유언장을 감상해 보자. 본인의 장례식에 위로차 찾아온 조문객들에게 전해주는 편지 형식으로 썼다.

"제 장례식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독은 제 가장 오래된 친구인 희라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일 희라가 저보다 먼저 죽는다면, 제 동생 서진이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제 곁에 있어주었던 모든 분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있어 저는 사는 동안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 엄마, 아빠는 제가 아는 모든 엄마, 아빠들 중에 가장 좋은 엄마, 아빠였어요.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나서 너무너무 기쁘고 감사했어요.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제가 떠나고 나서 저한테 못해준 게 생각나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에서 엄마는 세상을 떠날 때 딸한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떠나는 것 때문에 슬퍼하지 말아라. 나는 네가 있어서 기쁜 날들이 많았으니.' 저도 제가 떠나는 것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떠나는 것 때문 에 슬퍼하지 마세요. 미안해하지도 마세요. 저는 당신들이 있어서 기쁜 날 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친구들이, 친구 같던 언니, 오빠, 동생들이 있어서 기쁜 날들이 많았습니다. 이모, 이모부, 사촌들이 있어서 기쁜 날들이 많았습니다. 선생님들이 있어서 기쁜 날들이 많았습니다.'

제 곁에 계셨던 모든 분들께 고맙습니다. 제게 기쁜 날들을 주셔서, 저는 참 행복했던 사람입니다. 이 땅에서도 이렇게 기쁘고 이제 천국에 가서 기쁘니까요. 저는 천국에서 모두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정 제가 보고 싶으시다면, 이 세상의 약한 사람들을 저라고 생각하고 도와주세요. 제게 주었던 기쁨을 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세요. 그럼 저도 아무 걱정 없이 기쁘게 천국에 갈 수 있을 것 같 습니다. 모두들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자주 할 수 없지만 때론 임관 체험도 필요하다. 저번 주는 목장 친구들과 직접 죽음을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 관에 들어간다는 말도 있고, 어두운 옷을 입고 오라고 해 별 생각을 다하면서 무서워했다. 처음에 애들하고 '진짜 죽는 거 아냐?' 이러면서 리더십 센터로 향했다. 들어갔는데 모든 사람들이 어두운 옷을 입고 와서 장례식이라도 온 것처럼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죽음에 관해 배우는데 내가 모르고 있던 사실을 배웠다. 그중 죽음은 다시 사는 것이라는 말이 나에게 와닿았다. 나는 옛날부터 죽는 걸 무서워했고, 다른 사람이 죽는 것을 보면 무서울 정도로 죽음이라는 것을 진짜 무서워했다. 하지만 죽는 것은 천국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씩 안심이 되었다.

우리는 죽음을 배우면서 진짜로 관에 들어가게 되었다. 솔직히 진짜 놀랐다. 태어나서 한 번도 내가 관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TV를 보면서 나도 한 번 관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 실제로 들어가게 될지는 몰랐다. 그래도 관에 들어갔다 나온 것은 진짜 좋은 경험인 것 같다.

관에 들어가니까 모든 것이 조용해지고 캄캄했다. 들어가기 전까지는 무서웠지만, 막상 들어가니 편하고 뭔가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우리가 한 명 한 명씩 관에 들어갈 때마다 밖에 있는 아이들은 울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도 갑자기 가족들이 생각나 울었다. 한 번 우니까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이 시간 동안 생각이 많아졌고, 깨닫게 된 것도 많아졌다. 일단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금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또 우리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입관 관 체험
▲입관 체험을 하는 학생들.


죽음 공부의 유익함

도스토예프스키는 스물여덟 살에 사형 선고를 받고 사형장에서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최후의 시간 5분을 갖게 된다. 다행히도 형이 집행되기 직전 사형 선고가 취소되었다.

그 후 그는 사형장의 5분을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로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게 되었고,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백야』 같은 훌륭한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다.

죽음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부이다. 삶과 죽음을 바로 볼 줄 아는 능력이 바로 '스피리추얼 파워'다. 죽음에 대한 인지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유익을 준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세, 자아정체감, 가치관 확립에 도움을 준다.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고 고립과 슬픔 등의 상실감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자신과 가족의 관계를 돌아본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돌아본다.

*죽음을 생각하며 삶에 충실해지며,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

죽음에 대한 교육은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세계적으로 폭넓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1960년대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죽음 준비 과정'이라는 과목이 처음으로 개설됐다. 1976년에는 죽음 교육 및 상담협회(ADEC)가 만들어져 죽음교육 전문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학교에서의 죽음 교육은 죽음에 관한 책을 읽거나, 장례식장과 묘지를 방문하거나, 영화나 사진을 감상하고 토론하는 커리큘럼을 갖추는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 역시 청소년을 위해 게이오 고등학교 사회교사였던 다카하시 마코토가 1996년에 죽음 준비교육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처음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한참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무슨 죽음 교육이냐는 원성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공부만 잘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되며, 죽음 준비교육을 통해 구체적인 삶의 목표와 방향을 세울 수 있다고 설득했다. 긍정적 교육 효과가 예상을 뛰어넘자, 마침내 죽음 준비교육은 게이오 고등학교의 필수과목이 됐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죽음 교육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종교기관 차원을 넘어 일부 대학에서 강의가 개설되기도 했다. 청소년들에게는 종교적 배경이 있는 학교들에서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죽음 계단 천국 노인 단계 하늘 구름 임사 파라다이스 믿음 애도 상실 귀신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는 증명? ⓒ픽사베이


죽음은 끝이 아닌 완성

왜 죽음을 배워야 하는가? 왜 우리가 죽음을 직시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죽음에 관한 생각을 의도적으로 피하려 한다.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고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end)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끝'이라는 단어 대신, 이런 말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죽음은 삶의 '완성(completion)'이다.

"다 이루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그는 비록 처형을 당하는 형국이었지만, '나는 이제 끝이다'가 아니라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셨다. 육체의 호흡은 끝났지만, 그의 삶은 '완성'이었다는 것이다.

완성!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지 않는가? 인생의 예술가가 된 느낌이니까 말이다. 심혈을 기울여 명작을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지배하지 않는가? 그래서 죽음 공부가 필요하다.

만방국제학교 학생들이 쓴 유언장을 살펴보면 '명문대학은 꼭 가보고 싶었는데', '돈을 벌어서 내가 다니고 싶은 곳 다녀보고, 먹고 싶은 것들 왕창 먹어보고 싶었는데' 등의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영원한 줄 알고 부모 속을 썩이며 산 것에 대한 후회와 더불어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 학생의 고백이 아직도 내 마음 을 울린다.

"죽음 앞에서 사랑만이 영원하다는 것을 깨닫네요. 내가 엄마, 아빠, 형, 친구들을 떠나도 내 사랑을 두고 갈게요."

학생들 모두 너나할 것 없이 죽음 앞에 서면, 인생의 우선순위를 스펙이나 돈보다는 가치 있는 삶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삶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삶이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삶은 단 한 번뿐이고, 나라는 존재는 딱 하나뿐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당신의 내세관이 어떻든 간에, 당신은 Only One, Only Once의 인생을 살기 때문에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브로니 웨어(Bronnie Ware)라는 호주 여성은 은행원 생활을 하다, 진 짜 꿈을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고 영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임종을 앞에 둔 노인들을 많이 돕게 되었는데, 그녀가 만난 노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는 말을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그 내용들을 간추려 보니 모두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 후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는 후회는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했고, 본인이 살고 싶은 삶을 사는 대신 주위 사람들이 원하고 그들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기대에 맞추는 삶은 '가짜 삶'이라는 것이다. 좀 더 '진짜 삶'에 대한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후회였다. 한 마디로 생존경쟁이라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인생이었다는 것이다.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


가치를 찾아나서지 못한 인생에 대한 후회의 고백이었다. 죽음의 정체성을 앎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영적이게 된다. 진짜 스피리추얼 파워가 가득한 인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래 명언들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자녀와 함께 읽어보고 의견을 나누어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예수 그리스도

"죽음, 그것은 우리 영혼을 덮어씌우고 있는 바깥 껍질의 변화이다. 바깥 껍질과 그 속에 있는 알맹이를 혼돈해서는 안 된다." -톨스토이

"죽음을 외면하는 동안에는 존재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죽음을 자각하는 것이 자신의 가능성을 똑바로 보는 삶의 방식이 된다." -하이데거

최하진 박사
KAIST 박사, Stanford 포스트닥터를 역임한 그는 보장된 성공의 길을 뒤로하고 가족을 이끌고 해외로 자원봉사를 떠난다. 자신만을 위한 '저수지 인생'이 아니라 복을 흘려보내는 '통로 인생'의 기쁨을 누리겠다는 결심과 함께 미션필드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청년 대학생 제자들을 가르치며 섬긴다.
교육을 통해 변화되는 대학생 제자들을 보며 더 어린 청소년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다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인재들로 자라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그는 대학교수에서 청소년 교육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중국 허허벌판에 깃발을 꽂고, 헌신된 제자들과 함께 힘을 합쳐 다음 세대를 위한 만방국제학교를 설립한다.
만방국제학교는 기존 교육 시스템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특별한 교육 성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학생들을 배출해 내는 철학과 교육 방법을 궁금해하는 수많은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네 인생을 주님께 걸어라』, 『반응』, 『세븐파워교육』, 『디톡스교육』, 『다윗 대통령의 귀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