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시인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가 5월 12일, 정치국회의(제8기 제8차)를 소집했는데, 그 이유는 북한지역에 초래된 방역위기상황에 대해 긴급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정치국회의에서는 2020년 2월부터 2년 3개월간 잘 지켜온 방역전선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중대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그 사례를 직접 거론했는데, 5월 8일 평양의 어느 한 단체의 발열자들에게서 채집한 검체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BA.2'(스텔스 오미크론)가 검출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국가방역체계를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결의하면서 각급 당, 행정, 경제기관들, 안전, 보위, 국방부문을 비롯하여 나라의 모든 기관, 모든 부문에서 최대비상방역체계를 가동시킨다는 결정서가 채택되었다. 강력히 통제하겠다는 선언이다.
김정은은 정치국회에 직적 참여해서 처음으로 마스크 쓴 모습을 연출하면서 회의를 직접 이끌었고 전국의 모든 시, 군 지역을 철저히 봉쇄하고 모든 생산단위(기업소, 협동농장 등)를 완벽히 차단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한 마디로, '방역대전'의 선포이다.
문제는 북한이 5월을 알곡고지점령이라는 구호아래 '모내기 사업'에 총동원, 총집중을 선포한 것이다. 김정은도 인민경제 모든 부문(화학공업, 기계공업, 철도운수 포함), 모든 단위들에서 모내기에 필요한 노동력과 설비, 물자들을 최우선으로 보장해 주라고 지시를 내린바 있다. 당에서도 숙천군 약전농장, 선천군의 은정협동농장을 본보기 농장으로 내세우며 모내기 투쟁에 발동을 걸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농촌지역(농업협동농장)까지 철저한 봉쇄령을 내린 것이다. 농촌사업, 식량생산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모내기 사업을 한해 농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영농공정으로 보고 있다. 농업생산 증대의 실패는 곧 농촌사업의 실패고 이것은 바로 김정은이 작년 12월, 당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설계도를) 제시한 '우리식 사회주의농촌의 위대한 새 시대' 과업의 좌절로 귀결된다. 종국에는 작년 1월, 제 8차 당 대회 때 결정된 '5개년계획 수행'에도 발목이 잡힌 것이고 국가목표가 초기부터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4월 25일, 군 창건 열병식이 도화선
그렇다면, 이처럼 국가목표에 엄청난 지장이 초래됨에도 불구하고 왜 김정은은 이번에 북한 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했다고 시인을 한 것인가. 북한 보도에 따르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이 되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에 김정은이 현장에서 4월 말부터 열병이 평양을 중심으로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 확대되어 35만 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나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5월 12일, 하루 동안 전국적 범위에서 1만 8천여 명이 확진되었고 13일 현재까지 18만7천800명이 격리되어 치료를 받고 있으며 6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사망자 중에는 '스텔스 오미크론' 확진자도 1명 포함되었다.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처럼, 코로나 발생, 전파 시기 및 근원지는 4월 말이고 평양이다. 평양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4월 25일에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조선인민군 창건 90주년 경축행사 및 야간 열병식이 도화선일 수 있다.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당시 동원된 병력만 2만 명이 넘었고 수많은 대규모 인파가 노 마스크로 몰려들었었다.
왜 시인을 한 것인가?
내용으로 봐서는 전국적으로 너무나 크게 불거진 일이라 통제(비밀유지) 상황을 벗어난 것으보인다. 그런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왜, 김정은은 4월 말부터 이미 대량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문재인 정부 시기(5.9까지)가 아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설 때(5.10일부터) 시인하느냐이다. 누가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신속하게 방역물품 지원 및 전반적인 협력을 서둘렀을 텐데 말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또 하나는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을 발표한 날, 왜 탄도미사일을 발사(올해 16번째)했느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달리 즉시 탄도미사일 발사로 발표하고 도발로 규정,강력히 규탄했다. 만일, 김정은이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 및 협력을 원했다면 이처럼, 군사적 시위는 당연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속셈으로 시인을 한 것인가? 남한 내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켜 자중지란을 일으키려는 심산인가.
이보다 먼저, 우리는 이번에 처음으로 북한지역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필자는 2020년 2월 2일 본지 칼럼('요란스런 북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지켜보며')에서 여러 가지 근거를 종합(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북한당국의 대응 비교)해서 북한지역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가장 핵심만 복기한다면, 당시 중앙위생방역소 과장의 "감염자들을 철저히 격리시키고..."라는 말이 노동신문(2020.1.31.)에 실렸었다. 또 하나는 북한이 조중국경을 폐쇄하고 중국 관광객을 불허한 것이 2020년 1월 21일이었고 중국 우한시에서 첫 감염자가 2019년 12월 8일에 발생했는데, 바이러스 출현을 그 이전으로 보는 다수의 중국 전문가들이 있었다. 만일 발생 시기를 11월로 본다면 2개월 동안 북한지역에 들어온 중국 관광객 수는 6만 명이 훨씬 넘는다. 적어도 2개월간은 무방비 상태였던 점을 감안해 볼 때 북한지역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확률은 매우 높았었다.
또한, 12일에 열린 당 중앙위에서는 바이러스 시점을 5월 8일로 밝혔는데, 바로 다음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그 시기를 4월 말이라고 훨씬 앞당겼다. 서로 아다리가 안 맞는다. 당중앙위 정치국회의가 너무나 허술하지 않은가. 게다가,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중에서 4월 말부터 35만 명이 확진되었는데, 그중 16만 2200명이 완치되었다는 보도는 의혹을 불러 일으킬만하다. 만일 열병식(25일)에서 감염이 되었다면 잠복기 3-4일이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고 치료를 받더라도 통상 빠르면, 의술이 발달된 남한도 2주 후에나 완치 판정을 받는데, 의료시설이 매우 열악한 북한에서 10여일 어간에 16만이 넘는 환자가 완치되었다는 것은 비현실적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미 북한지역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필자가 이번에 다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왜, 김정은이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및 전국적 확산을 시인했느냐이다. 서두에 기술한 것처럼, 농번기 모내기에 모든 노동력을 총동원시켜야 하는 이때 말이다.
시진핑 따라하기 : 내부적 정치 요인
필자가 주목한 것은 노동신문이 5월 8일자에 올린 '습근평총서기 방역사업을 강화할데 대해 강조'라는 기사다. 내용은 시진핑이 5일, 중국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전염병 방역사업을 더욱 강화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전 노동신문은 시진핑의 방역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기사는 조금 뜬금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은 현재 방역 및 '제로 코로나'를 빌미로 대도시들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 전 세계는 '위드 코로나' 추세인데 말이다. 뭔가 시진핑은 중국인민들을 강력히 통제할 국내적 요인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혹자는 시진핑의 제 3연임이 결정되는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준비를 위한 수순으로 본다. 다른 이는 당 대회가 올해 9월에서 11월 사이에 개최되는데, 시간 간격이 클 뿐 아니라 지나친 봉쇄령으로 불만과 좌절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오히려 그의 입지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통제, 온라인 통제를 강력히 시행하는 것을 볼 때 봉쇄령도 그의 장기집권으로 가기 위한 방편으로 비춰진다. 정치적 이유가 가장 크게 작동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정은도 전염병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강력한 봉쇄령에 들어갔다. 김정은은 이미 작년 1월, 제8차 당 대회에서 제도적으로 최고수위에 올랐고 작년 12월, 당중앙위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혁명사상이 10대원칙에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될 만큼 그 지위와 위상이 확고해졌다. 만일, 김정은이 시진핑 처럼 정치적 이유로 이번에 봉쇄령을 내렸다면 뭔가 강력히 통제해야 만 될 국내적 돌발변수가 생긴 것이 아닌가. 왠지 필자는 다른 이들과 달리, 외부요인보다는 내부요인으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