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까 말까..."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기도는 그렇게 시끄럽게 해놓고서..." 마음에 찔림이 왔습니다. 불과 30분 전, 우리 교회와 성도들이 세상에 전해지는 하나님의 위로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 놓고는 강도 만난 사람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른 차를 갓길에 세우고 아내에게 설명을 하고는 왔던 길을 돌아왔습니다.
지난 금요일 기도회의 주제는 '하나님의 위로'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상황에 압도되어 잊어버리고 살 때가 많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위로가 되십니다. 죄로 말미암아 죽게 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셨고,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셨고, 또 부활하셔서 우리의 영원한 소망이 되셨을 뿐 아니라 성령을 통해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기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참된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우리는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병든 사람들에게, 복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전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삶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으면서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가 망가져 있는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온 것입니다.
어떤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이 차를 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차 안에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한 것을 보니 홈레스 같았고, 아마도 라운드 어바웃에 진입하려고 속력을 줄이다가 시동이 꺼진 것 같았습니다. 세상엔 이미 밤이 깊게 내렸는데, 그는 오른 손으론 핸들을, 왼손으로는 차 프레임을 잡고 혼자서 차를 밀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앞에 서있던 차가 조심스레 그 차를 추월해 갔고, 이제는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지?" 연신 제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아내와 함께 있었고, 차를 세울 곳도 마땅치 않았고, 밤 9시 30분이 되도록 저녁을 먹지 못했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더 잘 도울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냥 지나쳐 가도 될 법한 이유들을 하나 둘 떠올리며 제 자신을 설득하고 있는데, 30 미터를 채 가지 못해서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 것입니다. 기도는 그렇게 시끄럽게 해놓고, 왜 기도의 응답을 받으려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 그 사람을 돕기 원하시는데 왜 너는 그 마음을 받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를 돌렸습니다.
우리는 늘 하나님께 뭔가를 받기 원합니다. 하나님이 어떻게 주십니까? 내가 속해 있는 단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주십니다. 내가 기도한 뭔가를 하나님께서 주시는데, 주로 누군가를 통해서 주신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런 하나님의 위로로 주어진 인생을 살고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어떤 가난한 사람에게 한끼의 식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전공을 한 상담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어떤 상처받은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하나님의 응답으로 살고 있습니까? 구하지만 말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세상을 위로할 수 있는, 그래서 그리스도를 증거할 수 있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