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의 대북공약 비교

대선을 90여일 앞둔 가운데, 대선후보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학자로서 필자는 당연히, 대북정책에 대한 공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12월 8일, 여야 대선후보의 외교안보참모들이 미국에서 개최된 포럼에서 대북정책으로 공방이 치열했다. 이재명 후보 참모는 이 후보가 현실주의와 실용주의 토대위에서 대북정책을 펼칠 것이며,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심각한 안보 문제로 본다고 했다. 향후 북한과 유연한 협상으로 나가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억제책, 제재, 압박 등 공세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후보도 지난 11월 말에 외신기자 초청 토론회에서 "언제나 강경책이나 유화책이 옳은 게 아니다. 필요하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쓸 수도(있고), 비중 조정도 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핵 문제 있어서는 단계적 접근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던졌다.

윤석열 후보 참모는 종전선언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몇 년간의 북한의 행동을 볼 때 비핵화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구상하는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하며 북한은 미국에 종전선언보다는 적대시 정책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종전선언 추진을 놓고 한미 양국의 시각차 가능성을 부각시키며 비핵화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유엔안보리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비핵화 전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다는 윤 후보의 입장을 전했다. 비핵화의 진전이 보인다면 대북제재 완화뿐만 아니라 경제지원이나 남북경제개발계획 등을 인센티브로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판문점에 남·북·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겠다는 윤 후보의 대선공약도 강조했다. 한편, 윤 후보는 지난 외신기자 초청 토론회에서는 "주종관계로 전락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라며 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공조에 있어서는 서로간 이견이 크지 않았으며 양측 모두 한미공조와 협력을 강조했다. 윤 후보측 참모는 경제안보강화도 주문하면서 한미일 협력도 거론했다. 현재 양 대선후보의 대북정책에서의 뚜렷한 차이는 종전선언에 대한 찬반의사다.

윤 후보측은 종선선언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룬 적도 없고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확실히 밝히고 있다. 반면, 이 후보측은 종전선언을 비핵화 입구론으로 받아들이며 신뢰조성 및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촉진하는 실질적 의미를 갖는다고 찬성했다. 현 문재인 정부와 똑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제20대 대선주자가 말하는 통일외교정책'이라는 통일정책포럼(12.6)에서 이 후보는 서면으로 "통일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이지만 평화공존과 평화협력을 통해 '사실상의 통일상태'로 만드는 것이 당면한 목표"라고 했다. 또한 "대전환의 시대에 맞추어 우리의 대북통일정책은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어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남북상생을 도모하며 국민의 삶에 기여하는 실용적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대북정책의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Key Word는 '사실상의 통일상태'와 '남북상생'이다.

윤 후보는 영상으로 "남북 간에 개방하고 소통하여 우리가 나아가려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바로 평화통일이다", "통일의 길은 험난하지만, 반드시 준비하고 이루어내야 할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적 합의와 헌법정신에 따라 통일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대로 자유민주 평화통일을 추구하는데 사명을 다할 것이며 8천만 한민족 모두의 진정한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복리를 증진하는 통일국가를 이룩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원"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뒤로하고 남북간 신뢰와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굳건한 자주국방 태세, 한미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를 주문했다. Key Word는 '자유민주 평화통일', '통일국가'이다.

양측 대북정책 간략하게 정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페이스북

위에서 언급한 통일정책포럼에서 양쪽 진영의 대북정책 실무자들이 나와 또 한차례 공방을 벌였다. 여기에서 두 진영의 대북정책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것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우선, 이 후보 측의 대북정책은 대략 아래와 같다.

큰 틀에서 이념과 체제 논리에서 벗어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추구하며 '평화론'을 내세웠다. 그 이행 정책들은 ▶(경제성장을 막는) 분단과 대결 구도의 대 전환 ▶비핵화 조치는 제재와 완화를 동시적, 단계적으로 이행 합의 ▶경제협력으로 평화를 견인하는 한반도평화경제체제구축 ▶남북이 합의한 협력사업 이행 ▶군사적 긴장 완화조치를 제도화하는 항구적 평화체제구축 ▶인도적 지원, 보건의료 협력 등 유엔제재대상 아닌 사업 적극추진 ▶개성공단, 철도도로연결사업 재개 & UN 제재 면제 추진 등이다. 단서로는 남북협력에 있어 북한의 호응이 없는 일방적 정책 추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비핵화 선언의 입구로 보며 ▷국제사회에 대한 공식적인 약속 ▷본격적인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출발 ▷북을 비핵화 협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마중물 ▷북한체제 안전장치라고 하며 종전선언은 국제적인 공표일 뿐 '본 협정' 체결 전까지는 정전협정 체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유엔사가 해체되지 않으며 주한미군은 정전협정과 관계없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규제를 받는다고 했다.

윤 후보측은 이 후보측의 주장을 '양국 체제론'이라고 비판하며 '통일론'을 내세웠다. 그리고 현존하는 위협인 북한의 핵 문제를 거론하며 비핵화를 강조했다. 윤 후보 측은 큰 틀에서 '자유민주 평화통일'을 기치로 삼았다. 그 이행 정책들은 ▶남북관계의 정상화 ▶한미 대북 억제력 강화 ▶국가안보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 병행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평화의 제도화 ▶한미일 공조·협력 강화 ▶비핵화 전, 대북 인도적 지원 ▶비핵화 진전 시, 대북제제 완화 및 경제지원 ▶판문점에 남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안보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치적 선언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해서 14번 정도의 합의가 있었고 이것들이 곧 정치적 선언이며 종전선언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종전선언을 비핵화 선언의 입구라고 하지만, 출구가 열리지 않으면 수렁에 빠지게 되는데,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았다.

한편, 북한 김정은 정권은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남한의 대북 이중기준철폐를 종전선언 협의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한미연합 훈련 전면중단, 주한미군 및 한반도 주변 미군전력 철수,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문제 제기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북한 선전 매체인 '메아리'는 양측 후보 진영의 대북정책을 '친미 사대적', '반통일적'이라고 비판하며 두 후보를 저격했다. 이 후보의 '당근과 채찍'이라는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을 했고 윤 후보의 '주종관계'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두 후보가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고 안보를 위협하는 무모한 공약, 무지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 매체는 지난 11월에는 이 후보를 '썩은 술'로. 윤 후보를 '덜 익은 술'로 묘사하며 남한의 국민들이 불쌍하기 그지없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양 진영 대북공약 평가 및 제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전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앞서, 확인한 대로 대북정책에서 이 후보의 핵심 모토는 '사실상의 통일상태'와 '남북상생'이다. 윤 후보는 '자유민주 평화통일', '통일국가'이다. 이 후보는 '평화론'이고 윤 후보는 '통일론'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헌법을 중시하고 수호해야 한다. 헌법(제1장 제4조)에는 분명히 대통령(정부)의 책무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현,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광복절 추념사)에 한반도의 통일을 2045년으로 내다보았다. 너무 멀게 보았다. 헌법정신에 어긋난 의식이다. 필자의 견해로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퇴보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후보가 제시한 '사실상의 통일상태'는 통일을 남북관계가 호전되어 남북이 상생하는 단계로 정의를 내린 것이다.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가 기치로 내세운 '평화론'은 '선평화 후통일'의 개념이 아니라 통일이 없는 평화일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헌법정신을 앞세운 윤석열 후보의 '통일론'을 지지한다. 다만, 공세적 통일론이 아니라 '선제적 평화 후통일론'을 주문한다. 물론, 완급이 조절된 통일론도 북한입장에서는 '흡수통일론'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북한이 국가목표로 삼는 '백두산 대국'(2014)과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2021)도 종국적으로는 '남조선 해방론'이다. 단지 밖으로 강하게 표출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윤 후보의 "주종관계로 전락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 메시지는 '통일론'부터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로 비춰졌다. 방금 위에서 필자는 '선제적 평화 후통일론'을 주문했다. 그 이행방식은 다음과 같다. 윤 후보의 공약 중 ▶비핵화 진전 시, 대북제제 완화 및 경제지원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우선, 비핵화 진전의 기준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약 사항에 있는 것처럼 ▶한미 대북 억제력 강화해야 하며 ▶국가안보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이것은 이재명 후보 측이 말한 강경책, 유화책을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 후보의 공약들을 보면 당근에 매우 치우친 감이 있다. 이와 달리 윤 후보측은 채찍에 그 무게중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판문점에 남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외에 다른 공약들에는 '비핵화 진전'이라는 조건이 달려있다.

아쉬운 점은 이 후보측이 '실용주의(외교)'를 선점한 것이다. 공약내용은 '포용주의'인데 간판은 '실용주의'라고 내건 꼴이다. 이 점을 공략하여 '실용주의'를 찾아올 필요가 있다. 결국, 윤 후보의 공약들도 실용주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정교진
▲정교진 박사(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실용외교를 내세우며 한미공조를 똑같이 앞세우는 이 후보측 공약을 보면, 미국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이 현 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미국과의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가. 이 후보측도 현재의 대선 공약대로라면 미국과 갈등관계를 피할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북한 인권문제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어쩌면, 현 정부보다 더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다. 윤 후보측은 구실로만 한미공조를 내세운 것이 아니라 실제 공약사항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더 나아가, 한미일 공조를 강조했다. 대북정책은 무엇보다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윤 후보측에 '선 평화' 측면에서의 정책을 제언한다면, ▶개성공단 사업 재개에 대해 숙고하기를 바란다. 물론, 이 후보측에서도 개성공단 재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후보측은 개성공단 운영에 있어서 이전방식을 그대로 택하고 있다. 필자는 그 운영방식을 달리할 것을 권한다. 개성공단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외 자본뿐만 아니라 해외인력도 투입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과거와 달리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비핵화와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이야말로 안정된 '한반도평화경제체제구축'의 좋은 모델링 이 될 것이다. 북한의 인권 개선촉구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 글은 WORLDVIEW 2022년 1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정교진 박사(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