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라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의 신학적, 목회적 입장을 100%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목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분이십니다. 요즘은 좌파 프레임때문에 이런 저런 말도 많지만, 제가 그분을 존경하는 이유는 말보다는 삶으로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목사님은 출석 교인 5000명의 동안교회를 사임하고, 높은뜻숭의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남들은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되지 못해 안달인데, 그분은 자신의 힘으로 성장시킨 대형 교회를 사임하고 스스로 개척 교회 목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목사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교회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5000명이 넘는 대형 교회를 이루었습니다.
목사님이 하신 일들을 보면 그분이 어떤 분인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숭의여전 캠퍼스를 빌려 교회를 개척했기 때문에 밀려드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교회당 건축은 목사님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은 더 큰 교회를 만들기 위해 교회당을 건축하기 보다 '보이지 않는 성전 건축' 프로젝트를 실천으로 옮겼습니다. 자체 교회당이 없는 교회가 지역 사회를 돕기 위해 200억이 넘는 헌금을 사용한 것입니다. 지역 쪽방촌 사람들을 위해, 탈북자들을 위해, 그리고 학교 설립을 위해... 보이는 교회당보다 보이지 않는 성전, 곧 사람을 키우고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김 목사님의 생각이 열매를 맺은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숭의여전 측에서 예배 장소를 비워달라고 했습니다. 보통 목사님 같으면 살아남기(?) 위해 '보이지 않는 성전 건축' 프로젝트를 잠시 멈추고 먼저 교회당을 건축하려 했겠지만 목사님은 달랐습니다. 교회당을 먼저 건축하자는 교인들을 설득해서 높은뜻숭의교회를 4개의 각기 다른 작은 교회로 분리 개척하며 자신은 은퇴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높은 뜻을 품은 건강한 교회가 많을수록 한국교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목사님은 교회에서 담임 목사의 권한을 스스로 줄여 시무 투표를 실시했고, 투명한 재정 운영을 위해 교회 재정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한국 교회의 개혁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런 목사님이 지금은 암으로 투병중입니다. 폐암으로, 전립선암으로, 또 갑상선암으로... 산 너머 산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유튜브에서 '날기새 - 날마다 기막힌 새벽'이란 코너를 만들어 매일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목사님이 쓴 글에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2년이 가까우면서 매일 시청하는 숫자가 조금씩 하양 곡선을 그리더니 요즘은 한 만 명 정도 줄은 것 같다. 나는 매일 매일 숫자를 확인한다. 올라가면 기뻐하고...내려가면...속상해 한다...숫자라면 절대로 안타까워 할 숫자가 아니다. 이 숫자를 보면서 안타까워 한다면 난 철이 없거나 건방진 거다. 분수를 모르는 거다....그러나 내가 연연해 하는 건 숫자가 아니라 생명이다. 생명이 줄어들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면...그건 훌륭한 게 아니다. 난 죽을 때까지 안타까워하면서 날기새를 찍을 거다..."
날마다 오만 명이 '날기새'를 시청하는데 숫자 때문에 속상해한다면 자신은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숫자 때문이 아니라 생명이 줄고 있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암투병 중이면서도 그 일을 놓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죽기까지 하나님을 섬기는 신실한 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섬기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