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에 110, 얼마전 쟀던 제 혈압 수치입니다. 요사이 골이 좀 지끈거리고 얼굴이 자주 따뜻해져서 설마 하고 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혈압때문에 고생할 때의 수치가 다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근래엔 몸무게도 20파운드를 빼고, 걷는 운동도 매일 빠지지 않고 있어서 혈압은 걱정하지 않고 있었는데... 마음이 좀 무거워졌습니다.
2년 전 일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혈압이 260에 139까지 올라가서 응급실 간호사들까지 당황했던 일, 퇴원을 하고 주일 준비를 하다가 다시 혈압이 200이 넘어서 부목사님께 설교를 부탁했던 일, 마침 안식년이 계획 되어 있어서 예정보다 일찍 1달 반 정도의 안식년 휴가를 갔던 일... 그런 일들이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지난 날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하나님께 더욱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혈압은 저로 하여금 지나간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알람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럽, 특별히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하루 확진자 수가 4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 수는 700명에 달할 뿐 아니라, 지난 봄처럼 의료 체계가 붕괴 직전에 와 있어서 환자들이 그냥 차 안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남아있는 병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나폴리의 한 병원 화장실에서 코로나19 환자로 보이는 한 노인이 숨진 채 발견이 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심각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20일도 확진자 198,537 명, 사망자 1,947명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벌써 10개월이 넘도록 이런 숫자들을 봐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정말 심각하고, 아픈 현실입니다. 미국과 같은 초 강대국 안에서 하루에 2,000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가 알고 있는 이유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는데도 어떤 주지사는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겠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초등학생들도 구별할 수 있는 자유와 방종의 차이를 한 주의 수장이 구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에 왜 이렇게 많은 확진자들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순간을 지나왔는지를 잊은 채 정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밤새 술 파티를 벌이는 방종한 세대들때문이 아닐까요? 워싱턴 주 인구의 1/10에 불과한 사우스다코다에 왜 하루에 2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을까요? 자유와 방종을 구별하지 못하는 49살짜리 철부지 주지사때문이 아닐까요?
워싱턴DC에 가면 유대인 학살을 고발하는 홀로코스트 뮤지엄이 있는데, 입구에 이런 글이 적혀있습니다. "용서하되, 절대로 잊지는 말라." 제2차 세계대전 중 6백만명이 죽임을 당한 유대인들의 한 맺힌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고 잊어버려야 할 것은 잊어버려야 하는데, 오히려 기억해야 할 것은 잊어버리고 잊어버려야 할 것은 기억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고난의 때를 지나며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며, 그래서 감사할 수 있는 우리 모두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