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목사들은 참으로 편한 세상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금 내라는 설교를 안 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헌금은 정부가 법률에 따라 종교세라는 이름으로 강제 징수한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목사들의 생활비를 정부가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목사들이 하는 사역이란 주로 세례예식, 결혼예식, 그리고 장례예식을 집례하는 일입니다. 물론 상담도 하고 주일예배도 인도하고 특히 성탄절과 부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기 때문에 마냥 한가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한국교회 목회자들처럼 교회성장 패닉에 시달리며 24시간 전천후 목회를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허지만 세례예식이나 결혼예식을 집례하는 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닙니다. 유아세례만 해도 부모님들에게 세례의 뜻과 신앙적 자녀육성법을 잘 가르치려면 세심하게 계획하고 실천해야만 합니다. 결혼예식은 특히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아내와 남편이 되는 길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이혼방지책도 마련해야 되구요.

허지만 그 가운데 제일 어려운 것은 장례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만 입관예식과 천국환송예식은 하나로 간소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요즈음에는 목사가 해야 하는 일의 상당부분을 장의사에서 대행해 주고 있어 짐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까다로운 염습도 장의사 몫일 뿐입니다. 게다가 상가에 가서 밤을 새울 필요도 없고 예배 횟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허지만 장례식의 집례는 여전히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되고 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설교만 해도 언성을 너무 높여서도 안 되고 유머를 해서도 안 됩니다. 그렇다고 슬픈 태도로만 설교해서도 안 됩니다. 특히 고인이나 유족 그리고 하객들에게조차도 조금이라도 모욕적인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고인께서는 평소 술고래이셨습니다. 예수 믿고 술끊으셨으면 더 오래 사셨을 것인데요."

그런 말은 전도용으로는 훌륭해도 장례식 설교로는 실패작입니다. 목사들은 몰상식하고 예절도 모른다는 비난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몰상식한 말이 있습니다. 입관예배, 발인예배, 천국환송예배, 하관예배 같은 용어입니다. 하루 빨리 입관예식, 발인예식, 천국환송예식, 하관예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예배는 전적으로 하나님께만 영광 돌린다는 목적이 뚜렷한 경우에 사용하는 말입니다. 인간이 하나님 옆에 서 있어서 함께 영광 받는 일이라면 비록 예배양식을 사용한다 해도 예식이라는 말을 붙여써야 하나님을 바르게 모시는 일 아닐까요.

한국교회가 어리던 시절에는 예배를 많이 남용했습니다. 취임예배, 학위취득예배, 은퇴예배, 회갑예배, 고희예배, 약혼예배, 결혼예배, 찬하예배, 출판예배, 입학예배, 졸업예배, 입대예배... 그러나 지금은 "감사"를 넣어서 사용합니다. 회갑감사예배, 출판감사예배, 졸업감사예배 등입니다. 허지만 목사안수예식, 장로장립예식, 결혼예식, 은퇴예식, 입관예식, 발인예식... 등으로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하기야 부고 초안에 예식이라고 명백하게 써 놓았는데도 정작 신문에는 여전히 입관예배로 나간 사례도 있었습니다. 장의사에서 고쳐 보냈답니다. 예배신학이 장의사에 의하여 단칼에 잘려진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