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177명의 사망자를 포함해서 이제까지 6천여 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사고였습니다. 뉴스 속보를 통해 전해진 베이루트의 모습은 흡사 전쟁터를 보는 듯 했습니다. 멀쩡히 거리를 걷고 있던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병원 신생아 실에서 아이를 돌보던 간호원은 무너지는 천장 더미에 깔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사랑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영상 속에 나온 한 남자는 1차 폭발로 인해 아파트 건물이 흔들리자 잠깐 당황하는 듯 하다가, 이내 아이를 끌어안고 아이의 등을 토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2차 폭발로 인해 유리가 깨지고 흙먼지가 방 안을 뒤덮는 순간, 아빠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먼저 책상 밑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무서워하는 아이를 안아주며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지난 2008년5월 중국 쓰촨성 일대를 강타한 지진 때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대재앙 속에서 구조대원들이 한 젊은 여인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흙더미 속에서 놀라운 광경 하나를 목격하게 되는데, 엎드린 채 죽어간 그 여인의 품 속에서 아직도 살아 있는 아기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녀의 핸드폰에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기야, 만약 네가 살아남는다면 이 엄마가 널 사랑했다는 것을 꼭 기억해다오..." 흙더미에 깔려 죽는 순간까지도 엄마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7만 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도 7.8의 강진을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생각났습니다. 아이를 위해 죽어간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다가 당신의 백성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마음이 깨달아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는 힘이요, 또 그들을 살리기 위해 죽음의 위협도 무릅쓰는 그런 놀라운 힘입니다. 트럭 밑에 깔린 자식을 살리기 위해 어떤 엄마가 무거운 트럭을 번쩍 들어올렸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사랑이라는 말 아래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입니다.
1940년 2월 5일 주일, 평양 산정현교회에서 주기철 목사님이 '5종목의 기도'라는 마지막 설교를 하셨습니다. 목사님은 감옥에서 모진 고초를 당하시며 이런 기도 제목을 갖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첫째, 죽음의 권세를 이기게 하여 주옵소서. 소나무는 죽기 전에 찍어야 푸르고, 백합화는 시들기 전에 떨어져야 향기로우니 자신도 주님의 제단에 드려지는 제물이 되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둘째, 장기간의 고난을 견디게 하여 주옵소서. 단번에 겪는 고난은 이겨내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1년, 5년, 10년을 견뎌야 하는 고난은 자신과 같은 약졸이 이기기 힘들다고 고백하셨습니다. 셋째, 노모와 처자와 교우들을 주께서 지켜 주옵소서. 늙으신 어머니와 병든 아내, 어린 자식들과 불안해하는 양떼들을 주님께 맡기고, 인간의 정에 매이지 않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넷째, 의에 살고 의에 죽게 하여 주옵소서. 사람으로 태어나 행하여야 할 의 뿐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의를 지키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합니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옥중이나 사형장에서 목숨이 끊어질 때 당신의 영혼을 받아달라고 주님께 부탁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주님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