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한국의 기독교를 논한다는 사실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사회에서의 교회의 위상과 믿지 않는 사람들의 교회에 대한 평가나 영향력을 우려하는 가운데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님이 제자들에게 영혼구원의 사명을 주면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교회가 세상과 관계없이 믿는 사람들만을 위해서 존재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다는 아니라 할지라도 한국의 현실을 볼 때 교회가 세상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교회가 자신들만의 '리그'로 존재하는 것도 모자라서 세상에 악 영향을 끼치며 손가락질을 받고 있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금년 광복절을 즈음한 한국의 코로나 확산 사태를 보면서 일부 교회가 보여준 행태에 대해 충격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신앙인의 양심을 외면한 채 국가나 사회의 질서를 송두리 째 어지럽히는 일들을 과연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주님은 모든 권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시면서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고 가르치셨건만 국가의 공권력을 무력화하고 방해하는 그 행태들을 무엇으로 변명할 수 있겠느냐 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그들이 보여준 행태는 광기어린 집단이기주의를 통한 반정부 운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다수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결국 이러한 현실이 계속된다면 한국의 기독교는 그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고 몰락하게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더 나아가 기독교인들은 주님의 가르침을 배신하면서 복음전파를 가로막는 이러한 행태를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현실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한국의 기독교안에 존재하는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역사적인 배경을 중심으로 생각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기독교의 현실을 자각하고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영혼구원의 시대적 사명을 되찾는데 그 의미를 두고자 한다.
친일 '카르텔'을 통한 혼동된 가치관
국가는 국가대로 교회는 교회대로 그에 합당한 가치관 속에 부흥과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한국의 기독교 역사를 볼 때 일제의 식민지배에 분연히 대항했던 경우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에 편승했던 세력도 적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해방을 맞이한 이후에도 특정한 정치세력과 결탁해서 자신들의 입지를 세워나간 목회자들도 많이 있었다. 또한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군사 독재 정권에서도 그들과 동조하면서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 친일에 뿌리를 둔 다수의 목회자들이 필요에 따라 이런저런 정권과 공생하는 가운데 기독교 안에 혼동된 가치관을 부추겨왔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온전한 민족사관을 찾는다는 것이 갈수록 어려질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오로지 자신들이 누려온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온전한 민족사관을 부정하고 이러한 운동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의 가치관은 한국이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독립된 것을 기념해야 할 광복절에 한국의 심장부인 광화문 앞에서 일장기를 흔들어대는 모습에 잘 나타나 있다. 광복절을 맞이하여 반일을 위한 구국기도회를 열어도 시원찮은 마당에 이와 같이 일본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이들이 과연 한국 사람인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이 존재하는 한 정치나 종교계를 막론하고 올바른 민족사관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따지고 보면 모든 문제는 일제를 추종하던 반민족적인 가치관에 뿌리내린 사람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던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프랑스가 과거 나치에 부역하면서 매국을 일삼았던 사람들을 철저히 청산했던 것처럼 이들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청산작업이 있어야 했는데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왜곡된 가치관속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폄훼하고 자신들의 친일행적을 미화하는 현실을 보면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과거 신사참배를 주장하면서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수많은 목사들이 해방을 맞이하면서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얼굴을 바꾸는 모습은 한국 기독교의 비극이요 기독교 역사의 슬픈 단면이 되고 있는 것이다.
획일화된 반공 제일주의 사관
한국의 기독교 역사에 두드러진 또 하나의 특징이 있는데 획일화된 반공 제일주의 사관이라 하겠다. 이는 해방을 맞이한 이후 나라가 남과 북으로 나뉘면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현실에 기인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에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교회를 철저히 핍박했던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교회의 목사들 중에는 공산정권의 박해를 견디지 못하여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실향민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남한에 정착한 후 중요 교단을 이루고 더불어 교회를 개척하면서 교세가 있는 교회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역사적 사실을 생각해볼 때 많은 목사들이 공산 정권이나 공산주의에 대해 적대적인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한 이유로 교회마다 공산주의를 철저히 배척하는 반공 제일주의 사상이 공공연히 자리 잡게 되었다. 반공 '이데올로기'라는 괴물은 불문율처럼 교회가 지켜야 할 절대적인 가치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경우에 따라서 예수를 믿는 것 자체보다도 더 절대적인 신도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교회 안에서조차 반공 '이데올로기'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용공이니 빨갱이니 하는 원색적인 용어들이 획일화된 반공 제일주의를 대변하는 일에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목사들의 세계에서도 자신의 이념과 조금만 다르면 이러한 단어를 통해서 상대방을 매도하는 현실을 넉넉히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교회가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상대방을 깎아 내리고 자신의 이념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말이다. 보수란 본래의 의미를 보더라도 전통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기존 사회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정치이념이다. 이는 어떠한 변화도 거부하는 수구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서 이념은 물론 이를 지키려는 지적이고 정신적인 노력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볼 때 한국에는 자칭 보수는 있을지 몰라도 진정한 보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두고 싶다. 획일적인 반공 제일주의에 사로잡힌 채 좌파니 용공이니 하면서 상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폄훼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이는 곧 자신들이 맹신하고 있는 반공 제일주의를 합리화하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념을 뛰어넘어 '크고 기이한 일'을
오늘날 복음도 아닌 것들이 교회 안에 활개를 치면서 교회가 온갖 이념이나 사상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본다. 목사의 사상이나 신념을 주님 주시는 복음보다 우선시하는 기이한 현상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교회는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된 종교집단으로 둔갑하게 되었고 종사자들은 갈수록 광기에 가까운 신념에 빠져들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한국 교회가 반공 제일주의나 혼동된 가치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게 되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이처럼 교회가 세상에서 외면을 받으면 그 생명력을 잃게 되고 무용지물이 되어 언젠가는 폐기처분을 받게 될 뿐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절대 절명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기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에 교회가 선택할 해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간 교회가 누려왔던 혼동된 가치관을 한시바삐 벗어나야 하는데 교회는 어떤 집단이나 사람의 이익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공의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이념에 묶여서 끌려 다니면 주님께 배척을 받고 사람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하게 된다는 생각이다. 교회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우파나 좌파도 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주장하는 이념이나 사상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가는 코로나 시국이라는 엄중한 국가 위기에 대한 그들의 자세에 잘 나타나고 있다. 미국 같은 나라를 보더라도 평소에는 정부에 대해 비난과 반대를 하지만 국가에 어려움이 닥치면 당파를 초월하여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한국 교회는 한시바삐 복음은 물론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의 자세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과 문화와 역사까지도 과감하게 뛰어넘는 변화와 개혁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거 경험했던 공산주의에 대한 '트라우마'를 버리고 이제는 이것까지도 용납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사역을 보면 당시 그분을 대적하는 무리들에 대해서 당당히 복음으로 임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분이 바리새인들을 포함한 유대지도자들에 맞서서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이 땅에 관철시켰던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주님은 사역을 감당하실 때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관습과 이론과 사상의 틀을 깨뜨리고 오직 복음을 증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셨던 것이다.
오늘도 복음전파에 헌신하고 있는 대다수 한국교회와 목회자들께 중심에서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주님은 이 땅에서 사역할 당시 수많은 무리들로부터 배척을 받았지만 그들과 적대적인 위치에 있기 보다는 그들의 궤계를 뛰어넘는 '리더십'을 보여주셨다. 소수의 광기로 무장한 집단이 전도의 밭을 어지럽히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교회가 할 일은 그들을 맞대응 하기보다 주님이 욥기 5:9에서 말씀하신 '크고 기이한 일'을 보여주는 것이다. 크고 기이한 민족의 꿈을 위해서 교회가 기도를 쌓아나갈 때 그 어떠한 갈등도 잠재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할 일이 있는데 복음으로 민족화합의 주춧돌을 삼아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는 크고 기이한 일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성세계로교회 임지석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