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은 홀로 외롭게 이집트를 향하여 노예로 팔려갔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분노에 찬 형제들을 뒤로하고 원치 않는 이민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보디발 장군의 집에서‘노예 고등학교’와 이집트 시위대에 속한‘감옥 대학’을 훌륭하게 졸업하였습니다.

그런데 제 청년시절, 성경에 나오는 이 위대한 인물 요셉 때문에 마음에 일종의 상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요셉은 이집트 이민 일세대로서 이집트의 수상이 된 사람입니다. 그는 10여년에 걸친 노예와 죄수의 신분에서 일약 파라오의 총리대신이 되었습니다. 그는 인격적인 면에서는 흠이 없을 정도로 성실하였고, 순결하였으며, 지혜로웠습니다.

저를 괴롭게 만든 것은 요셉이 이집트의 수상으로 시행한 경제정책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파라오의 신기한 꿈을 해몽하고 앞으로 있을 7년 대풍과 7년 대흉에 대하여 지혜로운 조언을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한 요셉이 그동안 조세로 거둔 식량을 백성에게 팔아 온 국민을 파라오의 종으로 만들 수 있을까? 거듭된 흉년에 곡식을 팔아 이집트의 모든 돈을 거두고, 돈이 다 거둬진 후에는 가축을, 가축 후에는 백성의 농토와 백성의 몸을 사서 왕 파라오에게 바치는 것이 성령 충만의 열매인가?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수확의 60-70퍼센트를 바치는 살인적 소작제에 희생되던 우리 농민의 애환을 알고 있던 저에게는, 요셉이 마치‘친일 앞잡이 놀음을 하는 조선사람’의 고전적인 예로 비쳐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식이 풀려지는 데는 시간이 많이 들지 아니하였습니다. 요셉 당시에 통치하던 이집트 왕조가 힉소스족(Hyksos)이 세운 외래정복자들의 왕조였다는 것을 이집트 선교사의 강연을 통해 듣게 된 것입니다. 그 후, 구약의 배경사를 통해서 요셉을 중용한 사람이 힉소스 외래왕조의 수장일수 있다는 강력한 개연성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약 2세기 동안 지속되었던 이 힉소스 왕조가 당시 최대의 국가 이집트를 무너뜨리고, 지방호족과 토지귀족을 장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요셉의 경제정책은 오히려 기존의 억압적인 토착민 기득권층을 해체시키고 생산량의 단지 5분의 1을 거두어들이는 매우 관대한 토지제도를 유지하였습니다. 이는 압제받는 농민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파하면서, 이집트 전역을 향한 힉소스 왕권의 확대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한 한 사람의 행동이“세계경영”에서도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