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의 신화를 만들어 낸 홍수환이란 선수를 기억하시는가? 74년과 77년에 WBA 두 체급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사각 링 위의 영웅이다. 그가 경기에서 이긴 후 한국과의 국제통화에서 한 말,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이 말은 한 때 대단한 유행어가 되기도 했었다. 이 경기는 국민적인 관심사였고, 스포츠 스타가 많지 않았던 당시 홍 선수는 국민적인 영웅으로 박수를 받았다. 타이틀 매치가 있었던 것이 77년이니 이미 30년이 지난 세월이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에는 아직도 생생한 감동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당시 주니어 패더급 챔피언이었던 핵토르 카라스키아는 11전 11승이란 전승 기록을 가지고 있었고, 더구나 그 전승은 상대를 모두 KO로 눕힌 기록이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지옥에서 온 악마’란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홍수환 선수가 이기기는 힘든 상대로 점치고 있었다. 그것도 원정 경기였으니 모든 면에서 불리한 가운데 승리한 것이라 우리에게는 더 큰 감격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나는 이 뉴스를 등교하는 만원버스 안에서 그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위성중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때였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온 국민들은 TV 앞에 모여 앉아 녹화방송을 볼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카라스키아의 주먹이 홍수환 선수를 향해 쏟아 졌고, 홍 선수는 3회까지 무려 4번이나 링 위에 쓰러져야 했다. 경기는 그야 말로 손에 땀이 흐를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홍 선수가 한번, 두 번, 세 번 다운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분 아시는가? 우리 중 어느 누구도 패배했다고 좌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녹화방송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승전보를 알고 있다. 4번이나 다운 된 뒤에 상대를 녹다운 시켰다는 결과를 알고 녹화방송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흥미로웠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 쓰러지는 선수를 보며 안타까웠지만 어느 누구도 좌절하지 않았다. 녹화방송을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우리 성도들이 당하는 여러 고난과 힘든 일들을 위해 중보하면서 녹화방송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갖는다. 비록 세상이라는 링 한 가운데 올려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때로 쓰러지고 때고 주저앉지만, 우리에게는 이미 승전의 소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모든 하나님의 언약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 세상을 살지만, 우리는 이미 승리하였다는 주님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녹화방송을 보는 것과 같다. 주님은 요한복음 16장에서 말씀 하셨다.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하시니라(요 16:33) 이 세상을 사는 동안 환난 당할 것이라 예고 하셨다. 이 세상이 광야라면 시험이 없을 수 있겠는가? 고난 없이 어떻게 광야를 통과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에게는 너무나 분명한 약속이 있지 않는가? 승리에 대한 확신이다.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나와 함께 가자. 내가 가진 승리를 너에게도 주마.

나는 스리랑카에서 선교사로 섬길 때도 늘 이 같은 녹화방송을 기억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사역의 열매가 없을 때도 낙담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보다 앞서 마지막 날에 있을 영광을 미리 본 사도 요한의 환상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 7장은 모든 나라와 종족과 백성과 방언이 하나님의 보좌 앞에서 하나님과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것이 내가 경험할 마지막 장면이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경험하는 것보다 더욱 분명한 것은 정확 무오하게 성취될 하나님의 계시였다. 나는 그날을 위해 열심히 복음 전하기만 하면 되었다. 결과는 이미 나왔다. 우리는 승리하였던 것이다.

이민자의 삶은 분명 고달프고, 여러 힘든 일을 만난다. 그러나 알지 않는가? 우리는 승리의 확신을 가진 자들이다. 세상 끝 날까지 항상 함께 하리라고 약속하셨다. 하나님은 인생이 아니시고, 인자가 아니시니 그 말씀하신 바를 반드시 성취하신다고 하셨다. 두려울 것이 없다. 우리의 모든 삶은 주님께서 보증해 주시는 삶이다.

4전 5기의 신화를 세운 홍수환 선수는 링 위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몇 번의 녹다운 될 뻔한 위기들을 통과했다. 사업에도 실패했고, 가정이 깨어지는 아픔도 겪었다. 우리처럼 미국에 외로운 이민자의 생활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가정도 이루었고, 대기업 직원들을 위한 인기 있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진정한 승리를 주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혹 낙담하고 있지는 않으셨는가? 불안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계시지는 않는가? 오늘 이미 승리를 주님 그 주님을 만나실 수 있기를 바란다. 넘어지되 주저앉아 있지는 말자. 혹 넘어져야 한다면 뒤로 넘어지지 말고 앞으로 넘어지자. 우리는 그렇게 주께로 한걸음씩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